[전문가 칼럼] 소비자 문화와 컬처코드, 브랜딩 활동에 접목시켜야 컨셉추얼 양문성 대표
편집국 기자 | media@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5-04-04 06:00 수정 2025-04-04 06:00

최근 K-Beauty 브랜드의 일본 내 성공 사례들이 속속 전해지면서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일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아시아의 뷰티강국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큰 기업들이 많은데다 유통장벽도 높고 소비자들 역시 보수적인 소비행태를 가진 내부 지향적인 시장이다. 글로벌 트렌드의 영향도 크게 받지 않는다. 로레알이나 에스티로더와 같은 글로벌 강자들도 일본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K-beauty가 이 문화장벽이 높기로 악명이 높은 일본 시장에 균열을 내고 침투해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아직 전체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도 되지 않지만, 2022년 한국 화장품의 일본 시장 점유율은 2.6%, 2023년에는 3.9%로 매년 증가하고 있고, 30대 미만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경험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화장품의 온라인 쇼핑 비중이 10% 미만에서 15%까지 늘어난 것도 한국 화장품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다.

 

한국화장품은 온라인에서, 일본화장품은 오프라인에서 구매

사실 K-beauty의 열풍은 큐텐 재팬(Q10.co.jp)이나 라쿠텐 등 온라인에 치중되어 있다. 일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성조사에서 ‘왜 오프라인에서 한국화장품을 잘 구매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물어봤다.

"사실 한국화장품은 큐텐에서 메가와리할 때 할인 찬스를 이용해서 구매하는 편이고, 오프라인에서는 가격 메리트가 없어서 잘 안 사게 돼요." 
"화장품은 주로 집 근처에서, 출퇴근길에 사는 편인데 한국 화장품은 잘 보이지 않아요. 일본 화장품들은 어디서나 쉽게 살 수 있거든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한국 화장품에 제대로 된 설명서가 없어서 뭘 어떻게 사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매일 장보는 근린상권 소비문화

일본은 근린상권에서의 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에는 한국과는 달리 반찬처럼 음식을 만들어 두고 꺼내먹는 문화가 없다. 일본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보다는 가까운 중소형 슈퍼에서 거의 매일 소량으로 자주 장을 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주거지역에서는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드럭스토어, 편의점 등 생활밀착형 매장들이 몰려 있다. 장보기에서 생활용품, 약, 그리고 화장품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근린상권 중심의 소비문화다.  

일본 로컬라이제이션 프로젝트를 위해 진행했던 소비자 조사에서 주구매 매장으로 자주 언급된 근린상권이나, 대학가 주변에 위치한 생활밀착형 매장들을 현장 조사차 방문했다. 시부야 같은 도심 대형 매장에서는 K-Beauty가 눈에 띄게 진열되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생활권에 있는 드럭스토어에서는 존재감이 약하다. 대형 브랜드인 시세이도 가네보 고세 등이 중심 진열대를 점유하고 있고, K-Beauty는 구석진 곳에 제한적으로 진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해외 시장 조사를 위해 출장을 가게 되면 주로 1선 도시의 최중심가만을 둘러보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뉴욕, 중국은 상해, 일본은 도쿄만을 둘러본다. 그것도 시내 중심에 한정된다. 하지만 한국의 명동이 한국의 뷰티 트렌드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처럼 일본의 시부야나 신오쿠보가 일본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를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현지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자주 이용하는 매장에 가서 매장의 환경과 소비자들을 관찰하는 것이 몇 배는 효과적인 조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몇 개 매장을 들려 자기 회사의 제품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찍거나, 다른 부서에서 요청한 경쟁 제품의 사진을 찍고 샘플로 구매하는 게 출장의 주 목적이 된다면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은 요원한 일이 된다.  

 

동네 드럭스토어에 가야 일본 소비자가 보인다.

큐텐 등 온라인에서 다른 K-Beauty 브랜드들과 생존 경쟁을 하는 것을 넘어 일본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채널로의 확장은 필수적인 행보다. 물론 많은 수의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시켰다고 꼭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문화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일본 소비자들이 뷰티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 중요한 채널이다.

백화점 매장은 한껏 차려 입고 가서 공손한 카운셀링을 받으며 고급 데파코스(백화점) 화장품을 구매하는 채널인 반면, 도시의 중심상권은 물론 집 근처 동네마다 있는 드럭 스토어는 소비자가 스스로 탐색해서 사야 하는 셀프 쇼핑 환경이다. 드럭스토어에선 카운셀링 없이도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뭐 이렇게까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제품별 세세한 정보들로 빼곡하다.

일본에서 제품의 패키지는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서, 제품 선택, 사용 방법, 주의 사항 등을 세세하게 전달하는 중요한 미디어다. 브랜드 측에서 준비한 설명만으로는 부족한지 매장 직원들이 손글씨로 깨알처럼 써서 붙여 둔 메모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매뉴얼의 나라, 화장품 구매 및 사용에도 매뉴얼이 필요해

하지만 일본 현지의 이런 오프라인 매장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대부분의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중심의 광고나 한국 No.1 등의 팝업 문구 등을 제외하면 제품 선택과 구매 후의 사용에 대한 친절하고 세세한 정보는 거의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유도 있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브랜드의 프리미엄한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패키지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해치지 않기 위해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편이라 일본 소비자가 정보를 얻을 기회가 마땅치 않다. 이래서야 ‘가까이하기엔 너무 어려운 당신’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시세이도의 대중적인 메이크업 브랜드인 마끼아쥬의 파우더 파운데이션은 출시된 지 이미 수십년이 넘은 스테디셀러임에도 불구하고 피부색에 따라 맞는 컬러를 선택하는 방법, 바르는 방법과 사용 순서까지 구구절절 설명이 담긴 POP로도 부족한지 별도의 사용설명서를 코팅까지 해서 추가로 비치해 둔다.

'매뉴얼을 잘 만들기 위한 매뉴얼'이라는 책이 있을 만큼 매뉴얼에 진심인 일본 소비자들은 화장품에 있어서도 매뉴얼이 없으면 구매하기도, 사용하기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니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를 사도 사용 매뉴얼을 제대로 읽지 않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적 차이다. 일본에서 뭔가를 팔고자 한다면 매뉴얼에 대한 '컬처코드'를 이해해야 비로소 일본 시장이 보인다.
 

▲ 마끼아쥬 브랜드 매대, 매대에 비치되어 있는 제품 설명서, 사용 가이드. ⓒ컨셉추얼

로컬라이제이션으로 성공한 K-브랜드

일본에 한국 브랜드로는 가장 먼저 진출했던 미샤의 서브 브랜드 어퓨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일본어로 된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을 붙인다. 쿠션 거울에 붙어있는 보호필름도 ‘사용 전에 벗겨서 사용하세요’라고 세세한 가이드도 잊지 않을 정도다. 아마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본에서 겪은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얻은 소중한 교훈일 것이다. ‘Make your own Style’ 처럼 아무리 멋져 보이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유명한 빅모델 사진을 광고로 활용한다해도 매뉴얼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아이섀도 팔레트로 일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이지크는 제품을 구성하는 9가지 컬러에 대해 어느 부위에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컬러 하나하나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만큼 세세한 설명을 붙여 놨다. 루나 컨실러도 매 컬러마다 사용 가이드를 써주고, 일본의 표준색을 기준으로 일본 전용 컬러차트까지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일본 소비자들이 자신의 피부색에 맞는 컨실러를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루나의 컨실러 판매가 증가했다.          

▲ (왼쪽부터) 어퓨의 쿠션에 적용된 설명문구, 데이지크의 컬러별 사용가이드, 드럭스토어 직원의 메모. ⓒ컨셉추얼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일본에 가면 일본의 법을    

로컬라이제이션은 단순히 제품에 대한 광고와 상세페이지의 언어를 현지어로 바꾸는 정도의 일이 아니다. K-Beauty가 단기적인 유행을 넘어 일본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한국과는 다른 일본 소비자들의 문화적 차이, 컬처코드를 이해하고 이를 브랜딩 활동에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스타나 틱톡의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도 비용 대비 높은 효과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새롭고 차별화된 제품도 지속적인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일본 여성들이 거의 매일 화장을 하는 이유, 오프라인 매장에서 한국 화장품을 잘 사지 않는 이유, 제품에 대한 매뉴얼이 꼭 필요한 이유를 알아야 제대로 된 브랜드 마케팅도 가능하지 않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일본은 그 어떤 나라보다 문화장벽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컬처코드는 그 높은 장벽을 넘는 마법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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