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항하라, 그리고 너만의 길을 걸어라” 본투스탠드아웃®  임호준 대표
김유진 기자 | pick@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5-03-24 06:00 수정 2025-03-24 08:49

그는 말한다. "반항하라."

진한 백자의 곡선과 도발적인 붉은 글씨이 조합은 겉보기에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다 

본투스탠드아웃(BORNTOSTANDOUT®)의 임호준 대표는 이런 모순을 즐긴다반듯한 사회가 정해 놓은 틀 밖으로 걸어 나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자에게 내리는 축복과도 같은 용기그것이 그가 말하는 '반항'이다.

▲임호준 대표가 한남동에 있는 본투스탠드아웃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시향을 하고 있다. ⓒ하우스바이림

증권사 애널리스트에서 향수 브랜드 대표가 되기까지그의 이력은 평범하지 않다하지만 그 시작은 소박한 취미에서 출발했다. 2002 향수를 모으기 시작했고 해외 향수 포럼에서 유럽 니치 향수 샘플을 교환할 정도로 깊이 파고들었다

"덕질이 직업이 된 케이스죠." 그 속에는 치열한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화장품 업계를 분석하며 의문이 들었어요스킨케어나 메이크업은 K-뷰티가 뜨거운데왜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산 니치 향수 브랜드는 없을까?"

그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호기심이었다하지만 운명은 그를 더 큰 물살로 밀어 넣었다.

"다니던 직장에서 잘렸습니다. '지금 아니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걸 해 볼 기회가 없다싶어 창업을 결심했죠."

그렇게 그의 지독한 '덕심'과 한국에는 왜 세계적인 니치 향수 브랜드가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만나 탄생한 것이 '본투스탠드아웃'이다.

브랜드명은 직설적이다. "BORN TO STAND OUT." 마치 오토파일럿처럼 정해진 틀에 맞춰 살아가기보다틀을 깨는 사람들규칙을 뒤집는 이들을 위한 브랜드라는 선언이다.

사회가 정해 놓은 틀 안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그 틀이 우리를 우리답게 살지 못하게 만드는 게 대부분이지요.”

한국 사회를 살아온 모든 이가 한 번쯤은 느껴 봤을 무언의 압박에 대한 통찰이다

“독창성이 가장 중요해요업계 트렌드나 다른 브랜드 레퍼런스에 끌려다니지 않고저와 조향사의 완전한 '개인적 감각'을 믿습니다.”

좋은 향수란 무엇일까향기는 결국 개인의 취향이다객관적인 잣대가 없는 영역이다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부분을향수가 지닌 자유로움을 사랑한다.

조선 백자에서 영감을 받은 패키지와 강렬한 레드 컬러의 조합이 역설적인 미학은 그가 추구하는 "청초함 반항"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단순히 튀고 싶어서가 아니에요백자의 순백과 짙은 레드의 대비가 '깨끗한데 도발적인브랜드 이미지를 잘 표현해 주거든요.” 

그는 처음부터 국내 시장보다 유럽 시장을 공략했다. 50㎖ 한 병에  20만 원 후반부터 30만 원 후반까지 하는 고가 향수를 국내에서 판매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한국에선 국산 브랜드 향수를 이 가격을 주고 사는 소비자가 드물어요국내 럭셔리 가격대의 소비자는 가장 중요한 점이 제품력이 아닌 남의 인정이니까요내 사돈의 팔촌까지 다 아는 브랜드여야 이 가격을 지불하죠."

그래서 역발상을 했다향수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먼저 인정받자유럽은 전통적으로 향수 문화가 발달한 곳이고니치 향수에 대한 이해도와 기준이 높은 시장이다그곳에서 통하면 브랜드 가치가 단단해질 것이라 믿었다. 

"유럽에는 이미 멋진 니치 향수들이 넘쳐납니다. 우리는 '한국 전통 미학 + 도발적인 감성'이라는 색다른 조합으로 승부를 봤어요."

이 전략은 성공했다. 브랜드 론칭 3년 만에 60개국 이상의 럭셔리 유통망에 진출했고, 로레알 그룹과 터치 캐피털로부터 시리즈 A 투자까지 유치했다. 

본투스탠드아웃이 지난해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 자체를 체험할 수 있는 갤러리' 콘셉트로, 들어오는 순간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공들였다. 연내 파리와 뉴욕에도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본투스탠드아웃 한남동 플래스십스토어 ⓒ하우스바이림 

한국 향수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K-뷰티가 스킨케어나 메이크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처럼, 향수도 충분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특히 그는 매스 향수 분야에서 한국의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국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 가격 경쟁력, 셀럽 마케팅은 이미 다른 화장품 분야에서 효과를 증명했고, 지금도 국내 향수 브랜드들이 이 방법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은 인정해야 한다고 전한다.

"전통적인 럭셔리 향수 시장은 진입 장벽이 훨씬 높아요. 그리고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아야 국산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모방이나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는 차별화된 스토리, 예술적 감각, 높은 품질이 뒷받침되어야만 그 단단한 벽을 뚫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왜 이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해요. 단지 포장만 화려한 편의점 햄버거 같은 것 말고, 진짜 예술성과 감각이 녹아들어야 장기적으로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DIRTY HEAVEN 50ml ⓒ하우스바이림

임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본투스탠드아웃의 향은 ‘더티헤븐(Dirty Heaven)’이다. 말 그대로 ‘천국'을 노골적으로 비튼 향이다. 묘하게 관능적이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 독특함이 주는 해방감이 느껴지는 향, 그의 스타일이 녹아들어 있다.

그동안 힘들었던 순간을 물었다. "'이 비싼 가격대로 국내에서 성공이 가능할까?'라는 회의적인 시선과 싸워야 했죠. 그래서 애초부터 국내가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 향했어요."

그의 마지막 조언은 글로벌 니치 향수 브랜드를 꿈꾸는 후배들을 향한 것이었다.

“자기만의 색을 믿으세요. 남 따라가면 2등밖에 못 하거든요. 처음엔 미쳤단 소리를 들어도, 독창성이야말로 니치 향수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붉은 빛이 감도는 공간, 그는 작은 향수 병을 손에 쥐고 있다. 유리병 속에 가두어진 것은 단순한 향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형상이다. 사회가 정해 놓은 틀에 맞서는 반항의 몸짓이자,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용기다. 마치 향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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