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온갖 사랑스러움의 집합체, 뮤지컬 ‘차미’ 
이충욱 기자 | cu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2-10-14 05:58 수정 2022-10-14 06:00

뮤지컬 차미 공연사진.(사진제공 : 페이지원)

SNS는 어느새 우리 삶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휴대전화가 보편화 되고 인터넷에 기반한 디지털 미디어 관련 산업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뒤따른 결과다. 코로나19의 확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대면 소통이 어려워진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한 소통에 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었고 적어도 SNS 공간에서만큼은 대부분 행복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네모난 틀 안에 박제된 일상은 마치 누군가의 ‘좋아요’를 숙제처럼 갈구하듯 제법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들만 남게 됐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포스트 하나를 올릴 때도 꽤 신중한 고민이 뒤따른다. 검색을 유도할 해시태그는 필수다. 아마도 SNS를 활용해 본 적이 있다면 곧장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일 테다. 
 
로맨틱 힐링 뮤지컬 ‘차미’가 돌아왔다. 지난 2020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올라온 무대로 눈에 띄게 더 화려해진 모습을 선보이며 개막부터 시선을 끌었다. 2016년 우란문화재단의 ‘시야 플랫폼:작곡가와 작가 프로그램’에서 출발해 4년에 걸친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된 뮤지컬 ‘차미’는 특유의 밝은 분위기와 신선하면서도 친근한 소재, 경쾌한 음악들로 일찍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초연 때 네이버 공연TV를 통해 전 캐스트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당시 실시간 채팅으로 확인한 관객 반응 역시 호의적이었다. 
 
재연은 더 강력해졌다. 무대 중앙부를 가득 채운 LED 화면은 관객들의 몰입을 돕기에 충분하다. 덕분에 드라마 역시 한층 뚜렷하게 강조된다. 여기에 신구조화가 돋보이는 출연진도 기대를 모은다. 먼저 유주혜, 이아진, 홍나현이 주인공 차미호를 맡아 사랑스러우면서도 소심한 인물을 그린다. 그리고 ‘SNS 속 자아’ 차미 역으로 이봄소리, 정우연, 홍서영, 이채민이 캐스팅돼 무대에 오른다. 내면에 담긴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아날로그 인간’ 김고대 역은 조풍래, 기세중, 안지환, 황순종이 맡았으며,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왕자 같지만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오진혁 역으로는 박영수, 고상호, 진태화, 차서원이 함께한다. 
 
작품은 평범한 취업 준비생 차미호가 SNS 속에 꾸며둔 자아 ‘차미(CHA_ME)’와 직접 만나게 되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혼자만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고 쌓여 가는 지원서에 점점 지쳐가던 차미호도 SNS에서만큼은 그저 누구나 꿈 꿀만큼 완벽한 인물이었다. 눈부시게 예쁜 모습이 담긴 인생샷을 찍어 올리면서 실시간으로 하트를 받을 때마다 현실에서 누리지 못한 사랑을 받는 기분에 취해가던 그는 타인의 일상까지 훔쳐 와 자신의 일상처럼 포장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 날 차미가 미호의 눈앞에 실제로 나타난다. 

차미는 미호가 바랐던 모든 일을 이뤄주겠다며 손쉽게 취업에 성공하고 캠퍼스 인기남이자 짝사랑 상대였던 오진혁 선배까지 남자친구로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SNS를 꾸미기 위해서라면 소비를 아끼지 않는 모습까지 보인다. 처음에는 미호도 차미가 자기 대신 누리는 일상을 보면서 만족한다. 그런데 가짜가 진짜를 완전히 대신하려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미호는 어느 순간부터 그림자같이 변해버린 자신의 상황에 불안해진다. 하지만 미호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친구 김고대가 이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고대는 미스터리한 비밀을 품은 오진혁과 차미를 주시하고, 자연스레 차미와 미호 사이에 맺은 동맹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이처럼 뮤지컬 ‘차미’는 소재 자체가 무겁지 않은 데다 SNS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즐겁게 볼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트렌디한 분위기로 전개되는 작품에 ‘옹고집전’, ‘레디메이드 인생’과 같은 고전으로부터 따온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점도 흥미롭다. 또 유쾌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진정한 자아 찾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금도 괜찮다 말하는 위로의 메시지 역시 반갑다. ‘이제부터 나를 사랑해보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하던 미호의 모습은 마치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전하는 응원처럼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꼭 인정받지 않아도 충분하고 하물며 나 자신으로부터도 인정받을 필요조차 없다는 이야기가 꽤 뭉클하게 다가온다. 완벽한 그림이 되지 못할지라도 모두 그 자체로서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격려, 이것이 바로 뮤지컬 ‘차미’가 가진 힘이다. 
 
지난 4월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개막한 이번 시즌 뮤지컬 ‘차미’는 오는 7월 1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속도와 경쟁으로 물든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되찾는 여정에 함께 하고 싶다면 뮤지컬 ‘차미’와 만나보자. 온갖 사랑스러움이 모여 전하는 긍정에너지가 평범했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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