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소비자에 중요한 건 '신뢰', 데이터 분석부터 철저히" [인터뷰] 민텔코리아 김승기 이사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12-23 06:00 수정 2024-12-23 06:00

인디뷰티 브랜드 중심으로 성장 중인 현재의 국내 뷰티 업계는 빠르게 흘러가는 트렌드와의 전쟁을 하고 있다. 누구보다 빨리 트렌드를 캐치해 더 빠르게 제품으로 출시해야 돋보일 수 있는 무한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가, 기업의 앞길을 판가름한다.

민텔(Mintel)은 영국계 리서치 회사다. 2017년 국내에 진출했고, 빠르게 성장해 현재 국내 뷰티 부문에서만 100여개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 김승기 이사는 민텔에서 여러 보직을 거쳤고 현재는 어카운트 매니저로 고객 관리팀을 이끌면서, 뷰티 업계의 정중앙에서 플레이어들의 고군분투를 목도했다. 그가 본 올해 국내 뷰티 기업들은 어땠을까? 치열한 경쟁 속 앞서나가기 위해 민텔을 찾은 기업들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한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호에 담아보기로 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올해 민텔의 뷰티 부문 사업은 어땠나.

올초엔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많이 어려워져 전반적으로 움츠러든 분위기이었다. 더군다나 굉장히 많은 인디 뷰티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국내 뷰티 브랜드들의 경쟁이 점점 심화돼 간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미팅을 가졌던 기업 중 꽤 많은 브랜드가 갑자기 인수합병되기도 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상황이 뷰티 기업들로 하여금 해외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3, 4분기 들어선  해외진출에 대한 니즈가 더욱 커졌다.


트렌드 분석기관으로서 민텔의 차별점은.

트렌드가 워낙 빠르게 흐르다 보니, 예측에 대한 고객 니즈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뷰티 전문 트렌드 분석 기업이나 기존 데이터 분석 기업들의 뷰티 영역으로의 확장 사례도 늘고 있다. 민텔이 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서는 차별점은 '글로벌 신제품 데이터베이스(Global New Product Database, GNPD)다. 30년 전부터 전 세계 86개국에 있는 민텔 쇼퍼들이 뷰티 및 퍼스널케어 제품을 구매해 패키지 이미지, 전성분, 소구 포인트, 제형, 가격 등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해 왔다. 국가별 지역별 대륙별로 떠오르는 성분이나 기능에 대한 트렌드를 즉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여기에 전문 애널리스트의 역량이 더해졌다.

물론 데이터베이스만으론 소비자 니즈까지 파악할 수는 없다. 민텔은 주요 36개국 소비자 3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소비자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소셜 리스닝 분석 인페지(Infegy), 특허조사기관 더웬트 이노베이션(Derwent Innovation) 등 여러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올해 론칭한 AI 도구로 빠르게 답을 찾고, 신제품 콘셉트를 생성하는 것까지 가능해졌기 때문에, 뷰티 트렌드 분석 기관으로서 민텔은 선도적인 입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뷰티 시장을 분석하자면.

두 가지 중요한 트렌드가 있었다. 첫째는 슬로우 에이징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관찰되는 중요한 트렌드다. 과거엔 뷰티 제품이 단순하게 노화의 징후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안티에이징은 '주름개선'이란 소구점을 부각시켰다. 최근엔 소비자들이 건강을 신경쓰기 시작하면서 '건강하고 젊은' 피부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피부 면역이나 뷰티 루틴을 신경쓴다. 영양, 수면,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라이프스타일 요소를 통합한 홀리스틱 뷰티 개념이다. 젊은 소비자층에도 강력하게 어필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두 번째는 '잘 알려진 성분에 대한 선호'다. 소셜미디어에선 히알루론산, 레티놀 등 이미 효과가 검증돼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성분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많다. 이러한 소비자 니즈에 맞춰 잘 알려진 성분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제품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캡술화, 파우더 투 세럼, 이중 세럼 시스템 등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주는 것을 기업들에게 제안한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2025년 시장 대비 방법은.

소비자들이 효과가 검증된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과학적 입증이 중요하고 전문가 추천도 구매에 크게 영향을 준다. 민텔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2030 여성의 43%는 ‘정가를 주더라도 전문가가 추천한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브랜드들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과감히 투자해야 하며, 연구 기반의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글로벌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요소로 보는 항목이다. 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은 업사이클링과 친환경 포장재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비자 역시 리필, 자연유래성분 등 경제적이면서 환경 친화적인 옵션을 선호하고, 지속가능성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브랜드를 더 믿는 경향을 보인다. 브랜드들은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서사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결국 첫째도 신뢰, 둘째도 신뢰다.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양산하는 것만으로는 혁신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K-뷰티가 갖는 특성과 인기 요인은.

2023년 민텔 애널리스트의 미국 리포트를 보면, 한국 뷰티 소비자들은 제품의 성능과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또,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비교적 저럼한 가격과 재미있는 패키지 디자인에 신경을 쓴다. 스킨케어는 피부 문제 '예방'에 초점을 두며, 깨끗하고 투명한 피부를 위한 스킨케어 루틴에 익숙하다. 정기적 관리를 받기도 하고, 여러 제품을 써보면서 정착 아이템을 찾는 특징도 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영향으로 글로벌 뷰티 업계 트렌드가 한국 뷰티 소비자들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 해외 인기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물론 해외 소비자는 한국 소비자보다 더 다양한 피부 특성과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제품이 모든 해외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진출 시 현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로컬라이징을 잘 준비한다면 K-뷰티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국내 업체들이 보완할 점은.

데이터 분석을 잘 해야 한다. 성분이 중요하다는 점을 앞서 지적했는데, 뷰티 브랜드나 제조사는 해외에서 사용된 새롭고 혁신적인 성분, 또 그 성분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플레이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와 지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벤치마크를 위해선 다양한 해외 제품 사례와 기술을 살펴보며, ‘왜 이 성분으로 이런 콘셉트의 제품을 만들었을까?’ ‘그 국가 소비자들은 이런 성분과 제품에 대한 니즈가 있나?’ '새로운 추출 방식과 블렌딩 방식을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등 성분 기반 제품 개발을 위한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다.


민텔 서비스 중 국내 업체들이 적극 활용하면 좋은 것은 무엇인가.

대부분 고객들이 GNPD 때문에 민텔을 구독해 왔다. 하지만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실무자는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데이터베이스 제공을 넘어 이를 해석하고 인사이트까지 도출하는 서비스가 유의미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11월 출시한 Mintel Spark가 이를 위한 서비스다. 민텔의 수만개 데이터를 오픈AI의 GPT 모델과 DALL-E 모델로 학습해 제품 콘셉트, AI 목업(mockup) 이미지를 생성해 준다. 몇 주간 회의하며 발전시켜야 하는 콘셉트 보드를 하루 이틀 만에 수십 개를 만들 수 있다. 실무자들이 어려워 하는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 창의력 영역에서 업무를 효율을 높여 주고 , 임원들 입장에선 오픈 AI의 한계인 데이터 신뢰도와 보안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를 구독하지 않고도 독립적인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기 떄문에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사에도 유용할 것으로 본다. 글로벌에선 데모 미팅 요청만 650건이 넘게 들어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엔 AI 제품 업그레이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출시된 AI 제품은 계속해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 콘텐츠 마케팅에 신경쓸 예정이다. 뷰티 고객사들이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뉴스레터를 개선하고, 해외 뷰티 현황이나 제품 사례를 더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넛지'를 제공하는 콘텐츠도 만들 예정이다. 1월엔 한국 홈페이지도 새단장한다. 기존보다 더 퀄리티 있는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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