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뮤지컬 포미니츠 공연사진 ⓒ국립정동극장
검은 드레스를 입은 배우의 손이 거침없는 연주를 펼친다. 비로소 그가 마지막 건반을 쳐내고 나면 객석은 작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진다. 누군가의 인생이 담긴 연주에 필요했던 시간은 단 4분. 차곡차곡 쌓인 서사의 무게는 그렇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막을 내린다. 뮤지컬 ‘포미니츠(Four Minutes)’가 두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 6월 21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해 오는 8월 14일까지 이어질 예정인데, 작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어서 더 흥미롭다. 두 주인공의 관계성이 더 뚜렷해졌고 넘버에도 변화가 있었다. 무대 구성의 변화 역시 한눈에 들어온다. 전반적으로 짜임새 있게 정돈된 느낌이 든다. ‘포미니츠’는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익숙한 작품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2007년 개봉 당시 독일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독일 출신 피아니스트인 거트루드 크뤼거(Gertrud Krüger, 1917~2004)의 삶에 영감을 받고 제작된 영화는 너무나 다른 두 여성이 음악을 매개로 서로에게 위로이자 해방이 되어주는 과정을 그렸다. 물론 뮤지컬도 같은 흐름을 이어간다. ‘포미니츠’가 한국에서 뮤지컬로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베테랑 뮤지컬 배우 이자 예술감독 양준모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영화에 깊은 감명을 받아 무대화를 결심했고, 뛰어난 창작진들과 함께 뮤지컬 ‘포미니츠’를 완성해냈다. 뮤지컬은 섬세한 감정 묘사와 격정적인 연기, 폭발할 듯한 에너지가 가득한 무대로 2021년 초연 당시 관객들로부터 크게 주목받았으며, 같은 해 열린 제1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도 공식 초청돼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다소 충격적인 장면과 함께 시작된 공연은 11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진다. 움직이는 가림막이 있는 뒷벽 위층은 피아니스트, 그리고 아래층은 연기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무대 양옆은 개별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관객들의 시선이 주로 머물 무대 중앙부에는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고정돼 있다. 작품 배경이 된 루카우 교도소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80대 노인 크뤼거는 이 교도소를 드나들며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온 인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려 60년 동안 같은 일을 계속해 왔다. 짐작한 대로, 그에게도 물론 과거에 겪었던 사건이 잊지 못할 상처가 되어 남아있다. 교도소장을 비롯한 사람들의 무례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레슨을 이어가려는 모습은 마치 누군가에게 속죄하려는 듯하다. 크뤼거는 살인죄로 복역 중인 10대 소녀 제니를 만나면서 그가 가진 천재적 재능을 알아보고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 출전을 목표 삼아 피아노 수업을 듣게 한다. 실제로 제니는 어린 시절 피아노 콩쿠르에서 상을 휩쓸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제니는 수업 첫날부터 교도관 뮈체를 폭행해 독방에 수감되고 방에서 풀려난 뒤에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 절대 길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제니도 결국 크뤼거의 진심에 조금씩 마음을 열지만, 언제나 그렇듯 위기가 찾아오고 만다. 작품 속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지막 4분간의 연주다. 탈옥까지 감행하며 결선 무대에 오른 제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 곡을 연주한다. 그 안에는 긴장과 분노, 자유에 대한 갈망, 해방감 등 살아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온몸으로 피아노를 치던 그가 관객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던 모습은 잊지 못할 감동 그 자체다. 마음을 닫은 채 각자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에게 뮤지컬 ‘포미니츠’는 그럼에도 살아야 할 이유를 분명히 알려준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던 이들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장면에서 작은 희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니와 크뤼거가 서로에게 그랬던 것처럼 뮤지컬 ‘포미니츠’는 ‘인생의 목적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되뇌면서도 현재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작품은 그만큼 생동하는 삶의 가치를 확실히 깨닫게 한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 진정한 자유와 해방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
▲ 2022 뮤지컬 포미니츠 공연사진 ⓒ국립정동극장
검은 드레스를 입은 배우의 손이 거침없는 연주를 펼친다. 비로소 그가 마지막 건반을 쳐내고 나면 객석은 작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진다. 누군가의 인생이 담긴 연주에 필요했던 시간은 단 4분. 차곡차곡 쌓인 서사의 무게는 그렇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막을 내린다.
뮤지컬 ‘포미니츠(Four Minutes)’가 두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 6월 21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해 오는 8월 14일까지 이어질 예정인데, 작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어서 더 흥미롭다. 두 주인공의 관계성이 더 뚜렷해졌고 넘버에도 변화가 있었다. 무대 구성의 변화 역시 한눈에 들어온다. 전반적으로 짜임새 있게 정돈된 느낌이 든다.
‘포미니츠’는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익숙한 작품이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2007년 개봉 당시 독일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독일 출신 피아니스트인 거트루드 크뤼거(Gertrud Krüger, 1917~2004)의 삶에 영감을 받고 제작된 영화는 너무나 다른 두 여성이 음악을 매개로 서로에게 위로이자 해방이 되어주는 과정을 그렸다. 물론 뮤지컬도 같은 흐름을 이어간다.
‘포미니츠’가 한국에서 뮤지컬로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게 된 배경에는 베테랑 뮤지컬 배우 이자 예술감독 양준모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영화에 깊은 감명을 받아 무대화를 결심했고, 뛰어난 창작진들과 함께 뮤지컬 ‘포미니츠’를 완성해냈다. 뮤지컬은 섬세한 감정 묘사와 격정적인 연기, 폭발할 듯한 에너지가 가득한 무대로 2021년 초연 당시 관객들로부터 크게 주목받았으며, 같은 해 열린 제1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도 공식 초청돼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다소 충격적인 장면과 함께 시작된 공연은 11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진다. 움직이는 가림막이 있는 뒷벽 위층은 피아니스트, 그리고 아래층은 연기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무대 양옆은 개별 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관객들의 시선이 주로 머물 무대 중앙부에는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고정돼 있다.
작품 배경이 된 루카우 교도소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80대 노인 크뤼거는 이 교도소를 드나들며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온 인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려 60년 동안 같은 일을 계속해 왔다. 짐작한 대로, 그에게도 물론 과거에 겪었던 사건이 잊지 못할 상처가 되어 남아있다. 교도소장을 비롯한 사람들의 무례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레슨을 이어가려는 모습은 마치 누군가에게 속죄하려는 듯하다.
크뤼거는 살인죄로 복역 중인 10대 소녀 제니를 만나면서 그가 가진 천재적 재능을 알아보고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 출전을 목표 삼아 피아노 수업을 듣게 한다. 실제로 제니는 어린 시절 피아노 콩쿠르에서 상을 휩쓸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제니는 수업 첫날부터 교도관 뮈체를 폭행해 독방에 수감되고 방에서 풀려난 뒤에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 절대 길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제니도 결국 크뤼거의 진심에 조금씩 마음을 열지만, 언제나 그렇듯 위기가 찾아오고 만다.
작품 속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지막 4분간의 연주다. 탈옥까지 감행하며 결선 무대에 오른 제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 곡을 연주한다. 그 안에는 긴장과 분노, 자유에 대한 갈망, 해방감 등 살아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온갖 감정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온몸으로 피아노를 치던 그가 관객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던 모습은 잊지 못할 감동 그 자체다.
마음을 닫은 채 각자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사람들에게 뮤지컬 ‘포미니츠’는 그럼에도 살아야 할 이유를 분명히 알려준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던 이들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장면에서 작은 희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니와 크뤼거가 서로에게 그랬던 것처럼 뮤지컬 ‘포미니츠’는 ‘인생의 목적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되뇌면서도 현재에 충실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작품은 그만큼 생동하는 삶의 가치를 확실히 깨닫게 한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 진정한 자유와 해방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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