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찬송가를 교향곡으로 풀어내다
아드리엘 김 | webmaster@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3-01-26 06:00 수정 2023-01-26 06:00
개신교 의례에서 회중들이 부르는 찬송가는 빼놓을 수 없는 예배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단조로운 선율에 여러 절의 가사를 붙여 반복하는 유절형식 구조이다 보니 4절 완창에 있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 멘델스존 교향곡 5번 <종교개혁>의 4악장 ⓒ아드리엘 김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유명한 찬송가(Choral)로 알려진 '내주는 강한 성이요(Ein Feste Burg ist unser Gott)'는 종교를 떠나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곡이다. 작곡가 멘델스존이 이 익숙한 찬송가를 모티브 삼아 각색한 교향곡 5번<종교개혁>의 4악장을 들어봤는가. 21세 청년의 작품임에도 뛰어난 관현악법적 역량이 돋보이며 드라마틱하면서도 치밀한 전개로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짧은 찬송가를 열정적이면서도 장중한 교향곡의 피날레로 둔갑시킨 그의 천재성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809년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난 멘델스존은 유대인이지만 개종하여 신실한 개신교 신자의 삶을 살았으며 그의 독실한 신앙을 작품들 속에 종종 담아내곤 했다. 루터가 독일어로 번역한 성경 텍스트를 택해 작곡한 교향곡 2번 '찬가' 또한 교향곡과 칸타타를 접목한 놀라운 작품이며 그의 신앙고백이기도 하다.

루터가 시편 46편을 인용하여 작사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내 주는 강한 성이요'는 신교도의 상징적인 찬송가(Choral)이며 루터파 개신교였던 바흐 또한 이를 인용해 칸타타 BWV80 <내 주는 강한 성이요>를 작곡한 바 있다. 루터파 개신교의 찬송가는 독일어로 코랄(Choral)이라고 부르는데 그 특징은 윗성부에 주선율이 있고 각 다른 파트들은 수직화성적으로 주선율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며 나름의 선율적 움직임도 갖고 있다.

멘델스존 교향곡 5번 <종교개혁>의 4악장의 참신성은 코랄의 합창을 배제하고 순수한 관현악곡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5번 4악장 서두에 '코랄'이라는 단어가 명시되어 있으며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플루트 솔로를 시작으로 목관 악기들이 담담히 코랄의 형식을 유지한 채 연주한다. 이 짧은 코랄을 모티브 삼아 스펙터클한 변주가 펼쳐지는데 Allegro maestoso(알레그로 마에스토소)에 다다르면 모든 악기가 포르티시모로 포효하며 상승하는 멜로디 라인을 통해 음악에 힘찬 동력을 선사한다. 제시된 주제를 다른 성부들이 모방하는 푸가토가 뒤이어 전개되는데 치밀한 대위법으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숨을 고르듯 2주제는 간결한 코랄 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관악 합주로 시작했다가 뒤이어 합세한 현악기와 합을 이루어 웅장함을 연출한다.

다시 한번 코랄 모티브를 목관 솔로와 단출한 현악기 반주로 제시하는데 색다른 음악적 묘미를 보여준다. 재현부 그리고 이어지는 푸가토에 이어 결국 이 작품은 코다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데, 처음에 간결하게 제시된 찬송가는 말미에 이르러 오케스트라 총주로 웅장하게 연주되며 극적인 교향곡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종종 바쁜 일상 속에 끝까지 한 번에 듣기 힘든 클래식 작품들과 달리 이 작품을 끝까지 듣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1830년,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 300주년에 맞춰 교향곡 5번의 작곡에 착수했던 멘델스존.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초연은 이때 성사되지 못했고 1832년 베를린에서 멘델스존 자신의 지휘로 대중앞에 첫 선을 보였지만 시기를 놓친 탓인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에 상심했던 20대 청년 멘델스존은 "더이상 이 교향곡을 감내할 수 없다. 차리리 불에 던져버렸으면 좋겠다. 이 작품은 출판되서는 안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멘델스존과 그의 종교개혁 교향곡>의 저자 유디트 실버는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때 멘델스존은 이 작품을  종교개혁이라는 이벤트에 촛점을 맞춰 작곡한 작품으로써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고 그 자신 또한 유의미한 교향곡 작품으로 간주한 것 같지 않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결국 1868년 뒤늦게 출판된 탓에 순서상 두번째 교향곡이지만 5번이라는 숫자가 붙게되었다. 당시 멘델스존 자신은 만족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그의 대표적 레퍼토리로 자리매김 했으니 뒤늦게라도 출판이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종교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교회 답창 '드레스덴 아멘'이 등장하는 1악장을 비롯하여 경쾌한 2악장의 춤곡을 지나 마지막 4악장을 예비하는 3악장의 탄식어린 기도를 읆조리는듯한 현악기의 절절함 또한 놓칠 수 없는 이 교향곡의 매력이다.

이 곡의 핵심은 종교개혁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젊은 청년 멘델스존의 능숙한 작곡가법으로 표현한 신을 향한 열정과 숭고미가 다채롭고 극적인 관현악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곡을 추천하는 이유는 엄숙하고 경건한 기운이 감도는 성악중심의 오라토리오, 칸타타와는 차별화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루터의 코랄을 마찬가지로 인용한 바흐의 엄숙한 칸타타와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3악장은 다음 악장을 예비하듯 끊이지 않고 4악장으로 연결되는데 4악장부터 감상해도 무리는 없다. 담담하게 신앙고백을 읆조리는 플루트 솔로의 시작은  점진적으로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는 효과적 전개를 위한 포석이다. 바그너의 관현악곡을 연상시키듯 힘찬 관악을 역동적으로 받쳐주는 현악기의 날렵한 움직임 또한 감상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코랄의 대미를 이끌어내는 오케스트라 총주에서 전율을 기대해도 좋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구절이 떠오르는 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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