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국악 Prologue! 판소리 제와 완창
이충욱 기자 | cu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2-11-18 06:00 수정 2022-11-18 06:00
우리의 판소리를 다채로운 음악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기회, 뮤지컬 서편제가 오는 8월에 관객과 다시 만난다. 2017년 네 번째 앙코르 공연 이후 5년만이다. 연출가 이지나, 극작가 조광화와 함께 대중음악 작곡가 윤일상, 소리꾼 이자람, 뮤지컬 음악 감독 김문정 등이 의기투합해 2010년 초연한 창작 뮤지컬이다. 공연을 거듭하며 완성도를 높여 더뮤지컬어워즈의 최우수 창작뮤지컬상, 한국뮤지컬어워즈의 작품상을 비롯해 다채로운 수상 기록을 가진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해 1993년에 개봉한 영화 서편제 역시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만 백만 관객을 동원했다. 대한민국 3대 영화상(대종상,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의 작품상을 석권하였으며, 김수철이 만든 영화 음악도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흥행을 기록했다.

원작 소설의 제목이자 영화와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한 '서편제'는 판소리의 한 유파流派를 가리킨다. 판소리는 전승되는 지역의 특색 및 계보에 따라 섬진강 서편의 서편제와 동편의 동편제, 충청 이북의 중고제로 구분한다. 동편제가 웅장하고 묵직한 표현이 많은 반면 서편제는 애절하고 구슬프게 노래하며 기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소리꾼들이 활동 영역을 넓히고, 계보에 관계없이 여러 스승을 사사師事하면서 그 경계가 점차 희미해졌다.
 
판소리 완창 공연은 1960년대 박동진 명창에 의해 시작되었다. 판소리 한 바탕의 이야기를 전부 풀어내는 완창 공연은 길게는 여덟 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판소리 완창 공연에서는 ‘○○○제 심청가’, ‘○○○바디 심청가’와 같은 제목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때의 ‘제’는 소리꾼 ○○○이 재창작한 심청가 한 바탕이란 의미로, ‘바디’와 같은 말이다. 같은 춘향가 한 바탕이라도 소리꾼 개인의 역량과 개성이 담긴 곡으로 인정 받아 오래도록 불린 곡에는 그 소리꾼의 이름이나 호에 '제' 또는 ‘바디’를 붙여 '김세종제 춘향가', '정정렬 바디 춘향가', '동초제 춘향가' 하는 식으로 부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디는 제자들이 대를 이어 전하며 오늘에 이른다.



오는 6월 18일(토) 국립극장에서는 왕기석 명창이 부르는 ‘미산제 수궁가’ 한 바탕이 펼쳐진다. 판소리 수궁가는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러 육지에 간 별주부와, 그에 속아 용궁으로 갔다가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건지는 토끼의 이야기다. 판소리 중에는 유일하게 동물을 인격화한 우화寓話로, 아기자기하게 풀어내는 풍자와 해학이 백미다. 미산제 수궁가는 송흥록부터 유성준, 정광수 등으로 이어지는 동편제 계보의 미산 박초월 명창이 새로이 구성하였으며, 시김새가 화려하고 구슬픈 서편제의 특징이 동편제와 조화를 이룬 바디다.

이번 완창 공연 무대에 오르는 왕기석 명창은 전라북도무형문화재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로, 국립창극단에서 30년간 공력을 쌓으며 탁월한 무대 장악력까지 겸비한 소리꾼으로 평가받는다. 그의 스승은 미산의 제자이자 전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수궁가) 보유자인 남해성 명창이다. 여성 명창들에게서 이어진 소리가 그를 통해 어떻게 완성되는가 목도할 기회가 될 것이다.



이어 7월에는 동편제 본고장인 남원에서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판소리 완창 공연을 만날 수 있다. 국립민속국악원이 완창 판소리 무대의 정착과 대중화를 위해 마련해온 <소리 판> 공연은, 판소리 완창이 가능한 만 19세 이상의 소리꾼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출연진을 구성한다.

7월 14일에는 유하영 명창의 ‘박초월제 수궁가’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유하영 명창의 스승은 또 한 사람의 전라북도무형문화재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이자 남해성 명창을 사사한 박양덕 명창이다. 판소리와 남도 민요로 대통령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유하영 명창은, 진도 씻김굿의 마지막 단골이라 일컬어지는 채정례 명인을 사사하기도 했다. 어린이 공연의 방귀쟁이 할머니부터 씻김굿 공연의 무당 역할까지 소화해내는, 다재다능한 소리꾼이 벌이는 수궁가 한판 역시 눈여겨볼 일이다.

이 밖에 ‘한승호제 적벽가’를 시작으로 ‘강산제 심청가’, ‘동초제 춘향가’와 ‘김세종제 춘향가’, ‘박초월제 흥보가’ 등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에 곁들여지는 해설 외에도, 소리꾼의 내력을 자세하게 소개한 프로그램 북과 판소리 사설집 등을 제공하므로 초심자도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 올해는 남원시립도서관에 위치한 지리산 소극장에서 오후 3시부터 열리는데,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7시간까지 이어진다 하니 시간과 더불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가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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