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문학이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만났을 때, ‘무녀도’ 
이충욱 기자 | cu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2-11-11 06:00 수정 2022-11-11 06:00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보배같은 감독, 안재훈(연필로 명상하기)은 한국단편문학을 애니메이션화 하는 작업을 해왔다. ‘메밀꽃 필 무렵’(2012), ‘운수 좋은 날’(2014), ‘소나기’(2017) 등 한국인들이 사랑한 단편들은 안재훈 감독의 감수성과 재능에 힘입어 스크린에서 또 다른 예술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극장에서 이런 작품들을 만나려는 관객들이 계속 감소하자 안재훈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무녀도’는 단편문학 시리즈의 마지막 프로젝트다. 

김동리 원작의 ‘무녀도’는 1930년대, 신문물이 들어오면서 가치관의 혼란이 생기고 급격한 세대차가 갈등을 불러일으키던 시기를 배경으로 굿을 하는 ‘모화’가족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애니메이션 형식을 택한 이 작품은 곳곳에 다양한 장르의 삽입곡을 배치했는데 디즈니에서 만드는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팝적인 요소가 강하기보다 공연예술 넘버들의 느낌이 더 살아있다. 영상도 무대에서 배우들이 안무를 하듯 구성해 신선함을 넘어 낯설게까지 느껴진다. 이러한 실험성과 도전정신이야말로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여하게 만든 작가주의적 면모다. 

모화와 그녀의 아들 욱이가 대사 대신 부르는 8곡의 넘버들은 무척 강렬해서 긴 여운을 남기는데 목소리 연기와 노래를 모두 담당한 이들은 현역 뮤지컬 배우들인 소냐와 김다현이다. 전통 무속인들의 노래와 양악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중책을 맡은 모화역의 소냐는 노래마다 완전히 다른 창법을 구사하면서 작품의 격을 높였다. 단편문학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해왔던 강상구 음악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모든 것을 쏟아놓았다고 할 만큼 인상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이전에 안재훈 감독과 함께 작업하지 않았다고 해도 ‘무녀도’의 형식에 국악 크로스오버 예술인인 강상구만큼 적절한 음악감독도 없었을 것이다.

감독은 모화가 물로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내래이션을 빼고 처연한 음악으로 모든 감정을 끌어올린다. 구세대의 종언, 직업의 종말 등 여러 의미가 담긴 그 신에는 10년 동안 계속된 단편문학 프로젝트와 이별하는 연출가의 심경도 담겨 있었을까. 아쉽지만 그렇게 슬퍼할 것은 없다. MZ세대라면 시즌 2를 기다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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