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원종원의 커튼 콜 추억의 타임머신 영화가 무대로 되살아나다_뮤지컬 백 투 더 퓨처
이충욱 기자 | cu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2-11-04 06:00 수정 2022-11-04 06:00

뮤지컬 백 투 더 퓨처 공연사진(사진제공-Sean Ebsworth Barnes)

스티븐 스필버그가 3부작(trilogy)으로 제작했던 흥행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를 기억하는 중장년층들은 많다. 프란시스 코폴라로 대변되는 ‘대부’ 세대가 있고 요즘 학생들은 ‘해리 포터’ 세대라 부르는 것처럼 ‘백 투 더 퓨처’ 세대도 엄연히 존재했다. 그리고 이제는 무대로 이 콘텐츠를 기억하게 될 사람들도 늘고 있다. 바로 뮤지컬 ‘백 투 더 퓨처’다. 

특히, 첫 출발점이었던 시리즈의 1편은 정말 큰 사랑을 받았다. 특이할 것도 특별하지도 않은 미국 어느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형, 누나와 함께 살던 막내아들 고교생 마티는 가깝게 지내던 괴짜 이웃 브라운 박사가 스포츠카 드로리안을 개조해 타임머신을 만든 사실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타임머신의 연료인 플로토늄을 구하기 위해 몰래 거래했던 브라운 박사가 테러범들의 총을 맞는 위기가 닥치고 좌충우돌 소동 끝에 마티는 30년 전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 영화의 제목인 ‘백 투 더 퓨쳐’는 과거에서 다시 미래(혹은 현재)로 돌아가야 하는 주인공이 치르는 절체절명의 복귀작전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야기가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매료시켰던 것은 과거로 간 마티가 역사(?)를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우연한 실수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운명적 만남을 방해한 것이다. 마티는 다시 현재(미래)로 돌아가기 전까지 아버지 조지와 어머니 로레인을 사랑하는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 실패한다면 형이나 누나는 물론 자신마저도 ‘무(無)’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드로리안을 타임머신으로 구동시킬 플로토늄을 과거에선 구할 수 없다는 것. 결국 마티와 젊은 브라운 박사는 그 시절 학교 시계탑을 망가뜨린 번개를 대체 에너지로 활용하는 차선책을 강구해낸다. 마티는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하며 관객을 쥐락펴락했던 흥미진진한 스토리다. 

영화는 1985년에 만들어졌다. 미래에서 온 아들에게 사랑에 빠진 엄마의 성적 호기심 가득한 10대 시절 모습이나 복역 중인 사기꾼 막내 외삼촌은 어려서부터 아기 침대 철창 속에 넣어야 울음을 멈췄다는 익살은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1985년의 미국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이라는 말에 “그 영화배우가? 말도 안돼!!”라며 실소를 터트리는 촌철살인의 유모도 빠뜨릴 수 없는 매력이었다. 촘촘하고 창의적인 스토리의 힘은 230억원 제작비로 만든 1편을 자그마치 20배가 넘는 4,700억원의 글로벌 박스 오피스 기록을 세우게 만들었고, 3편까지 이뤄진 시리즈는 모두 1조 1,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왜 문화산업이 굴뚝 없는 미래산업인지를 여실히 증명시켰다. 

워낙 인기를 누려서인지 또 다른 시리즈에 대한 제안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다음 편 계속(To be continued)이라는 자막으로 끝났던 1, 2편과 달리 3편에서 끝(The end)라는 자막이 등장하며 모든 이야기가 종결됐음을 선언해 공식적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시리즈 혹은 요즘 인기를 누리는 리부트(reboot) 작업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물론 원작자가 애초 구상한 이야기의 촘촘한 연계가 잘 짜여진 퍼즐같은 구조였기에 새 이야기가 다시 만들어지기 어려운 면도 있었고, 무엇보다 영화 속 주인공인 마티 역의 마이클 J. 폭스가 뜻하지 않게 파킨슨병을 앓게 된 것도 새 시리즈를 만들지 못한 중요한 이유였다. 그가 빠진 ‘백 투 더 퓨처’는 감히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선택한 것은 오히려 다른 도전이었다. 영화가 원작인 무대용 뮤지컬을 의미하는 무비컬(Movical)로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무대에서 라이브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발상의 전환이 워낙 매력적인데다 노래와 춤 그리고 무대만의 마법 같은 비주얼 효과는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운 실험이 아닐 수 없었다. 2021년 여름 런던 중심가에 있는 아델피 극장에서 공식 오프닝의 첫 막이 올랐고, 지금까지도 연일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뮤지컬 ‘백 투 더 퓨쳐’에는 극작가 밥 도일, 프로듀서이자 원작자이며 연출가인 로버트 저메키스, 작곡가 앨런 실베스트리와 글렌 발라드 등 영화 제작진이 거의 모두 고스란히 참여했다. 덕분에 휴이 루이스 앤 더 뉴스의 ‘파워 오브 러브’나 과거로 돌아간 마티가 부모님의 무도회에서 직접 연주하는 척 베리의 ‘자니 비 굿’은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니 오히려 덤으로 라이브 연주까지 더해져 더욱 실감나게 전개된다. 긴박하게 전개되는 엔딩씬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앨런 실베스트리의 유명한 선율이 담긴 영화음악 역시 스크린과 똑같은 박진감을 담고 극장을 가득 메운다. 영화를 추억하는 중장년층은 물론 원작을 모르는 요즘 신세대도 충분히 흥미로운 무대의 완급과 묘미를 적절히 담아냈다.  


뮤지컬 백 투 더 퓨처 공연사진(사진제공-Sean Ebsworth Barnes)

이른바 ‘싱크로율’ 높은 배우들의 연기도 감탄과 탄성을 자아낸다. 마티 역의 올리 돕슨이나 브라운 박사 역의 로져 바트, 그리고 아버지 조지 맥플라이 역의 휴 콜스나 어머니 로레인 베인즈 역의 로자나 하이랜드는 마치 그 시절 빅 스크린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 영화와 흡사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백미는 타임머신 자동차다. 갈매기 날개 모양으로 문을 위로 들어 올리는 2인용 스포츠카인 DMC 드로리안이다. 사실 이젠 단종된 모델이기도 하다. 뮤지컬이 시도되며 포드자동차가 자사의 모델을 활용하면 제작비를 부담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있었다는 후문도 있지만, 원작자와 제작진은 거절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백 투 더 퓨쳐’에는 반드시 드로리안이 필요하다는 굳은 신념 때문이었다.

특히,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둥실 하늘로 날아오르는 마지막 무대다. 시리즈 1편의 마지막 장면처럼 타임머신이 하늘을 날아 시간여행을 떠나는 장면이다. 객석 관객들의 머리 위에서 날아와 180° 회전한 드로리안이 다시 백 스테이지쪽으로 날아 사라지면 공연장은 떠나갈 듯한 기립박수로 일대 장관을 이룬다. 무대로 만들어진 뮤지컬 ‘백 투 더 퓨쳐’는 또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잉태해낼까. 세계 공연가의 흥미로운 도전이 만들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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