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000 씨에게, 우리가 악장 자리에 여성을 고용하지 않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매우 유감입니다. 우리 오케스트라에 이미 많은 여성 연주자들이 있으나 가능하다면 맨 앞 자리는 남성으로 채워지기를 원합니다. 당신은 우리의 이와 같은 태도가 이상하다고 여기겠으나 오케스트라의 맨 앞 자리는 남성이 앉는 것이 더 낫다고 인생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 황당한 내용의 이 편지는 1982년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마들렌 카루초(M. Carrozzo, 1956- )가 취리히 쳄버 오케스트라의 악장 오디션에 지원했다가 받은 것입니다. 오디션에 초청되지 못한 이유가 실력과 경력의 부족이 아니라 그녀가 단지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지요. 스위스 출신의 카루초가 이 말도 안되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분노할 즈음에, 그녀가 지원했던 다른 오케스트라로부터 오디션 초청장이 왔습니다. 그 오케스트라는 바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베를린 필)였습니다. 1882년 창단되어 100년 동안 여성 연주자를 채용한 적이 없었던 악단이었지요. 바이올린 주자를 뽑는 당시 베를린 필의 오디션에는 카루초를 포함한 총 13명의 연주자가 초청받았습니다. 카루초는 그 13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결국 12명의 남성 연주자들을 제치고 베를린 필의 단원으로 선발되었습니다. 베를린 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지요. 1982년에 카루초가 경험한 일들은 어찌보면 참 아이러니합니다. 여성 단원들이 많이 있다는 악단에서는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오디션에 참가조차 못했는데 100년 동안 여성 연주자가 없었던 악단에서는 오히려 성별에 상관없이 실력으로 평가받았으니까요. 또 “여성 연주자들은 앞 자리를, 즉 악장이나 수석 같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면 안된다”라는 식의 인식이 20세기 초중반이 아닌 20세기 후반에도 버젓이 자리했다는 사실이 무척 의아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습니다. 2015년 빈에서 리허설 도중 지휘자 래틀과 상의하고 있는 카루초(출처: berliner-philharmoniker.de) 사실 성별 비율로 볼 때 오케스트라는 오랫동안 남성이 지배적인 단체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여성 연주자가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에 처음으로 고용된 것은 1913년인데 그 전에는 여성 연주자들은 오로지 여성들로만 구성된 이른바 '여성 오케스트라'에서만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수 있었지요. 제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미국의 오케스트라 단원들 중 8% 정도만 여성 연주자들이었는데 이 비율은 1982년에는 26% 정도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2019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이 비율은 40%가 되지요. 영국의 오케스트라의 경우 여성 연주자의 비율은 44%인데 반해 유럽 대륙의 경우 36.6%로 떨어집니다. 여성 연주자의 비율이 예전에 비해 상당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비율을 명성 높은 오케스트라나 악장이나 수석 주자 같은 주요 직책으로 한정한다면 현재도 그 비율은 전체 여성 연주자의 비율보다 여전히 상당히 떨어진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안에서의 성별 비율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이런저런 흥미로운 지점들을 던져줍니다. 2010년대 후반에 직업 오케스트라에서의 여성을 연구한 한 음악학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오케스트라에서는 여성 연주자 비율이 32%정도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데 그 원인으로 예전의 정치적 상황을 들었습니다.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을 장려하지 않았던 국가사회주의(National Socialism)의 여파가 제 2차 세계대전 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었지요. 또, 악기에 대한 성별의 선입견이 세대와 상관없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는데 연구를 위해 베를린의 한스-아이슬러 음대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타악기를 전공하는 한 남학생이 “여성이 타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이상하게 보인다”라고 말한 것에서 이를 실감할 수 있기도 있기도 합니다. 오케스트라에서의 남녀 비율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요? 연주자들의 나이를 45세까지로 한정해 본다면 남녀 비율은 상당히 동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오케스트라에서 35~45세 나이 구간에서는 여성 연주자의 비율이 더 높게 나온다고도 하고요. 남성 연주자의 비율이 압도적인 오케스트라의 모습은 곧 추억 속 영상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되겠지요. 1982년, 첫 여성 베를린 필 단원이 되었을 때 26세이던 카루초는 40년간 제 1바이올린 주자로 활약하였고 어느새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테랑 단원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카루초를 포함하여 21명의 여성 연주자들이 베를린 필에서 활약하고 있지요. 카루초가 처음에 여자 대기실이 없어서 임시로 지정된 카페트도 없는 방에서 연주를 준비해야 했던 일은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일화가 된 지 오래입니다. 베를린 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그녀의 은퇴가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질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모두의 축복 속에 베를린 필에서의 그녀의 커리어가 아름답게 마무리되기를 바래봅니다. |
“친애하는 000 씨에게,
우리가 악장 자리에 여성을 고용하지 않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매우 유감입니다. 우리 오케스트라에 이미 많은 여성 연주자들이 있으나 가능하다면 맨 앞 자리는 남성으로 채워지기를 원합니다. 당신은 우리의 이와 같은 태도가 이상하다고 여기겠으나 오케스트라의 맨 앞 자리는 남성이 앉는 것이 더 낫다고 인생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
황당한 내용의 이 편지는 1982년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마들렌 카루초(M. Carrozzo, 1956- )가 취리히 쳄버 오케스트라의 악장 오디션에 지원했다가 받은 것입니다. 오디션에 초청되지 못한 이유가 실력과 경력의 부족이 아니라 그녀가 단지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지요. 스위스 출신의 카루초가 이 말도 안되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분노할 즈음에, 그녀가 지원했던 다른 오케스트라로부터 오디션 초청장이 왔습니다.
그 오케스트라는 바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베를린 필)였습니다. 1882년 창단되어 100년 동안 여성 연주자를 채용한 적이 없었던 악단이었지요. 바이올린 주자를 뽑는 당시 베를린 필의 오디션에는 카루초를 포함한 총 13명의 연주자가 초청받았습니다. 카루초는 그 13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결국 12명의 남성 연주자들을 제치고 베를린 필의 단원으로 선발되었습니다. 베를린 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지요.
1982년에 카루초가 경험한 일들은 어찌보면 참 아이러니합니다. 여성 단원들이 많이 있다는 악단에서는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오디션에 참가조차 못했는데 100년 동안 여성 연주자가 없었던 악단에서는 오히려 성별에 상관없이 실력으로 평가받았으니까요. 또 “여성 연주자들은 앞 자리를, 즉 악장이나 수석 같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면 안된다”라는 식의 인식이 20세기 초중반이 아닌 20세기 후반에도 버젓이 자리했다는 사실이 무척 의아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습니다.
2015년 빈에서 리허설 도중 지휘자 래틀과 상의하고 있는 카루초(출처: berliner-philharmoniker.de)
사실 성별 비율로 볼 때 오케스트라는 오랫동안 남성이 지배적인 단체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여성 연주자가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에 처음으로 고용된 것은 1913년인데 그 전에는 여성 연주자들은 오로지 여성들로만 구성된 이른바 '여성 오케스트라'에서만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수 있었지요. 제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미국의 오케스트라 단원들 중 8% 정도만 여성 연주자들이었는데 이 비율은 1982년에는 26% 정도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2019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이 비율은 40%가 되지요. 영국의 오케스트라의 경우 여성 연주자의 비율은 44%인데 반해 유럽 대륙의 경우 36.6%로 떨어집니다. 여성 연주자의 비율이 예전에 비해 상당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비율을 명성 높은 오케스트라나 악장이나 수석 주자 같은 주요 직책으로 한정한다면 현재도 그 비율은 전체 여성 연주자의 비율보다 여전히 상당히 떨어진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안에서의 성별 비율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이런저런 흥미로운 지점들을 던져줍니다. 2010년대 후반에 직업 오케스트라에서의 여성을 연구한 한 음악학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오케스트라에서는 여성 연주자 비율이 32%정도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데 그 원인으로 예전의 정치적 상황을 들었습니다.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을 장려하지 않았던 국가사회주의(National Socialism)의 여파가 제 2차 세계대전 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었지요.
또, 악기에 대한 성별의 선입견이 세대와 상관없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는데 연구를 위해 베를린의 한스-아이슬러 음대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타악기를 전공하는 한 남학생이 “여성이 타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이상하게 보인다”라고 말한 것에서 이를 실감할 수 있기도 있기도 합니다.
오케스트라에서의 남녀 비율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요? 연주자들의 나이를 45세까지로 한정해 본다면 남녀 비율은 상당히 동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오케스트라에서 35~45세 나이 구간에서는 여성 연주자의 비율이 더 높게 나온다고도 하고요. 남성 연주자의 비율이 압도적인 오케스트라의 모습은 곧 추억 속 영상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되겠지요.
1982년, 첫 여성 베를린 필 단원이 되었을 때 26세이던 카루초는 40년간 제 1바이올린 주자로 활약하였고 어느새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테랑 단원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카루초를 포함하여 21명의 여성 연주자들이 베를린 필에서 활약하고 있지요. 카루초가 처음에 여자 대기실이 없어서 임시로 지정된 카페트도 없는 방에서 연주를 준비해야 했던 일은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일화가 된 지 오래입니다.
베를린 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그녀의 은퇴가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질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모두의 축복 속에 베를린 필에서의 그녀의 커리어가 아름답게 마무리되기를 바래봅니다.
우리가 악장 자리에 여성을 고용하지 않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매우 유감입니다. 우리 오케스트라에 이미 많은 여성 연주자들이 있으나 가능하다면 맨 앞 자리는 남성으로 채워지기를 원합니다. 당신은 우리의 이와 같은 태도가 이상하다고 여기겠으나 오케스트라의 맨 앞 자리는 남성이 앉는 것이 더 낫다고 인생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
황당한 내용의 이 편지는 1982년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마들렌 카루초(M. Carrozzo, 1956- )가 취리히 쳄버 오케스트라의 악장 오디션에 지원했다가 받은 것입니다. 오디션에 초청되지 못한 이유가 실력과 경력의 부족이 아니라 그녀가 단지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지요. 스위스 출신의 카루초가 이 말도 안되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분노할 즈음에, 그녀가 지원했던 다른 오케스트라로부터 오디션 초청장이 왔습니다.
그 오케스트라는 바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베를린 필)였습니다. 1882년 창단되어 100년 동안 여성 연주자를 채용한 적이 없었던 악단이었지요. 바이올린 주자를 뽑는 당시 베를린 필의 오디션에는 카루초를 포함한 총 13명의 연주자가 초청받았습니다. 카루초는 그 13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결국 12명의 남성 연주자들을 제치고 베를린 필의 단원으로 선발되었습니다. 베를린 필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순간이었지요.
1982년에 카루초가 경험한 일들은 어찌보면 참 아이러니합니다. 여성 단원들이 많이 있다는 악단에서는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오디션에 참가조차 못했는데 100년 동안 여성 연주자가 없었던 악단에서는 오히려 성별에 상관없이 실력으로 평가받았으니까요. 또 “여성 연주자들은 앞 자리를, 즉 악장이나 수석 같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면 안된다”라는 식의 인식이 20세기 초중반이 아닌 20세기 후반에도 버젓이 자리했다는 사실이 무척 의아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습니다.
2015년 빈에서 리허설 도중 지휘자 래틀과 상의하고 있는 카루초(출처: berliner-philharmoniker.de)
사실 성별 비율로 볼 때 오케스트라는 오랫동안 남성이 지배적인 단체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여성 연주자가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에 처음으로 고용된 것은 1913년인데 그 전에는 여성 연주자들은 오로지 여성들로만 구성된 이른바 '여성 오케스트라'에서만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수 있었지요. 제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미국의 오케스트라 단원들 중 8% 정도만 여성 연주자들이었는데 이 비율은 1982년에는 26% 정도까지 올라갑니다.
그리고, 2019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이 비율은 40%가 되지요. 영국의 오케스트라의 경우 여성 연주자의 비율은 44%인데 반해 유럽 대륙의 경우 36.6%로 떨어집니다. 여성 연주자의 비율이 예전에 비해 상당이 올라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비율을 명성 높은 오케스트라나 악장이나 수석 주자 같은 주요 직책으로 한정한다면 현재도 그 비율은 전체 여성 연주자의 비율보다 여전히 상당히 떨어진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안에서의 성별 비율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이런저런 흥미로운 지점들을 던져줍니다. 2010년대 후반에 직업 오케스트라에서의 여성을 연구한 한 음악학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오케스트라에서는 여성 연주자 비율이 32%정도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데 그 원인으로 예전의 정치적 상황을 들었습니다.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을 장려하지 않았던 국가사회주의(National Socialism)의 여파가 제 2차 세계대전 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었지요.
또, 악기에 대한 성별의 선입견이 세대와 상관없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하는데 연구를 위해 베를린의 한스-아이슬러 음대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타악기를 전공하는 한 남학생이 “여성이 타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이상하게 보인다”라고 말한 것에서 이를 실감할 수 있기도 있기도 합니다.
오케스트라에서의 남녀 비율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까요? 연주자들의 나이를 45세까지로 한정해 본다면 남녀 비율은 상당히 동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일부 오케스트라에서 35~45세 나이 구간에서는 여성 연주자의 비율이 더 높게 나온다고도 하고요. 남성 연주자의 비율이 압도적인 오케스트라의 모습은 곧 추억 속 영상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되겠지요.
1982년, 첫 여성 베를린 필 단원이 되었을 때 26세이던 카루초는 40년간 제 1바이올린 주자로 활약하였고 어느새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테랑 단원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카루초를 포함하여 21명의 여성 연주자들이 베를린 필에서 활약하고 있지요. 카루초가 처음에 여자 대기실이 없어서 임시로 지정된 카페트도 없는 방에서 연주를 준비해야 했던 일은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일화가 된 지 오래입니다.
베를린 필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그녀의 은퇴가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질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모두의 축복 속에 베를린 필에서의 그녀의 커리어가 아름답게 마무리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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