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어느 예술가의 초조한 시간, ‘틱, 틱... 붐!’
이충욱 기자 | cu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2-09-23 05:58 수정 2022-09-23 06:00
예술가라면 대개 가난을 경험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집세를 못 내 주인에게 매일 시달리고, 마약의 유혹과 에이즈의 공포에 잠식당해 있으면서도 저마다 자기가 믿는 예술이라는 종교를 향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순수 예술가들은 화려한 도시의 한 켠에 그림자처럼 존재해왔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이 19세기 초반 파리 뒷골목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그렸다면, 뮤지컬 ‘렌트’는 그것을 20세기 중반 뉴욕에서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버전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되어 토니상과 드라마 부문 퓰리처상까지 수상했던 이 작품의 작곡가이자 작사가는 안타깝게도 36세의 나이로 생애를 마친 조너선 라슨이다. 그는 ‘렌트’의 첫 프리뷰 전날 밤, 드레스 리허설을 한 후 집에서 찻잔에 물을 따르다 대동맥혈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작이 되어 버린 ‘틱, 틱... 붐!’ 은 마치 그런 비극이 있을 것이라고 예견한 것만 같은 작품이다. 막 서른 살이 된 조너선 라슨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자전적 1인극은 강렬한 록음악과 친근한 발라드가 공존하는 작품으로 전체적으로 사운드의 공명이 큰 ‘렌트’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영화판 ‘틱, 틱... 붐!’은 배우이자 음악감독인 린-마누엘 미란다가 연출하고 넷플릭스에서 제작했다. 조너선 라슨이라는 인물과 그의 작품세계 대한 이해도가 높은 영화로 오스카상 2개 부문의 후보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노래, 춤, 연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앤드류 가필드는 더 많이 주목 받아야 마땅하다. 

주인공 ‘존’(앤드류 가필드)은 식당 웨이터로 일하면서 8년 동안이나 준비한 뮤지컬 ‘슈퍼비아’의 워크숍 공연을 앞두고 불안과 신경과민에 시달린다. 때마침 여자친구는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고 하고, 에이즈에 걸린 친구들도 하나씩 숨을 거두는 상황에서 마지막 곡이 써지지 않는 그는 일분일초가 초조하기만 하다. 예술가의 숙명이라고 해야 할까. 그를 구원한 것이 결국 그 답답함에서 우러나온 선율이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조너선 라슨을 그토록 괴롭혔던 여주인공의 노래, ‘Come To Your Senses’는 워크숍 장면에서 공개되는데,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선율의 발라드가 여배우(바네사 허진스)의 맑은 목소리와 현실 여자친구를 교차시키는 편집을 통해 힘있게 연출되었다. 공연예술과 영화의 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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