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창작 뮤지컬 ‘프리다’, 또 하나의 예술을 빚다 
이충욱 기자 | cu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2-07-29 05:58 수정 2022-07-29 06:00

뮤지컬 프리다 공연사진(사진제공 : EMK)

2021년 11월 16일(미 현지시간), 프리다 칼로(1907~1954)가 남긴 마지막 자화상이 소더비 경매를 통해 개인에게 낙찰됐다. 라틴아메리카 현대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였다. 달러로 3490만 달러, 환산하면 약 413억 원 정도다. 일단 엄청난 낙찰가만 봐도 놀라운데, 프리다의 생애에 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더라면 또 한 번 시선이 갈 수밖에 없던 소식이었다. 

‘디에고와 나(Diego y yo)’라는 제목을 가진 그림은 그가 고단했던 삶의 여정을 마무리 짓기 5년 전인 1949년에 완성됐다고 한다.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시원한 터치가 인상적인데, 굳은 듯 묘한 표정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습엔 프리다의 인생이 요약돼있다. 그림 하단에 무겁게 떨어진 머리칼을 보면 마치 그의 목을 조여오는 것만 같은 모양새다. 짙은 눈썹 위로는 눈이 세 개나 달린 디에고 리베라가 그려져 있다.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한 애증의 존재와 심리적 무게가 그렇게 캔버스에 담겼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곁에도 ‘프리다’가 찾아왔다. 강렬한 음악과 춤, 섬세한 감성이 담긴 쇼 뮤지컬로 말이다. 지난 3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월드 프리미어 뮤지컬 ‘프리다’는 EMK뮤지컬컴퍼니와 연출 겸 작가 추정화, 작곡가 허수현이 완성한 창작 뮤지컬로, 제작사의 첫 중소극장 뮤지컬 도전작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가 있다. 

멕시코 태생의 예술가이자 혁명가인 프리다가 한국에서 뮤지컬화 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물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20년 트라이아웃 당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뮤지컬 ‘프리다’는 제1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창작뮤지컬상 수상으로 멋진 피날레를 장식했고, 이듬해 제15회 동일 행사에 공식 초청되는 등 일찍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 후로 더 완벽해진 이번 공연은 오는 5월 29일까지 계속된다. 

의미 있는 초연인 만큼 캐스트 역시 눈부시다. 뮤지컬 ‘프리다’는 총 아홉 명의 여성 배우들로만 꾸며진다. 먼저 불꽃 같은 삶을 살다 간 주인공 ‘프리다’ 역은 최정원과 김소향이 맡았다. 그중에서도 작품 개발 과정부터 참여한 김소향은 마치 프리다가 되살아난 듯 완벽한 해석과 흔들림 없는 가창력, 전공인 현대무용에 기반한 표현력으로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여기에 쇼 진행자로서 가상의 디에고를 맡아 연기하는 ‘레플레하’ 역에 전수미와 리사가, 보이지 않는 죽음을 관념화한 ‘데스티노’ 역에 임정희와 정영아가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프리다의 또 다른 자아로서 평행 우주 속 완벽한 존재를 의미함과 동시에 어린 시절 프리다로 분한 ‘메모리아’ 역으로 최서연, 허혜진, 황우림이 함께 하며 에너지 가득한 공연을 펼친다. 

작품은 임종을 앞둔 프리다가 ‘The Last Night Show’ 리허설에 초대돼 삶을 되짚는 과정을 액자 형식으로 담았다.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인해 꿈꾸던 바를 이룰 수 없었던 프리다는 온몸이 아스러져 고통 속에 던져졌을 때도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마다 어김없이 울리던 ‘사이렌’은 적절한 긴장감을 주며 분위기를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그를 다시 일으킨 힘이 바로 그림이었다. 죽음이 항상 곁을 맴도는 가운데 꿋꿋이 견디던 모습,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슬픔마저 예술로 승화시킨 의지에 경외심마저 든다.

6인조 라이브 밴드의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전해진 넘버들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코르셋’은 오래도록 귓가에 맴도는 핵심 넘버다. 버티기 어려운 몸을 옥죄던 코르셋과 또 하나의 발이 된 목발을 갑옷과 검처럼 들었다던 가사는 삶에 대한 프리다의 태도를 명확히 알 수 있는 대목이어서 더 감동적이다. 오프닝과 클로징을 장식한 ‘라비다(Lavida)’ 또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생애 전체를 상징하며 중독성 강한 멜로디를 전한다. 

이밖에 화려하면서도 감각적인 조명, 세련된 의상, 짜임새 있는 구성을 통해 또 하나의 예술로 빚어진 뮤지컬 ‘프리다’는 어두운 무대 위로 초록빛 희망을 펼쳐낸다. 어쩌면 ‘평화’란 뜻이 담긴 이름처럼 이제 고단했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나길 바랐던 걸까. 일찍이 외출을 떠나며 다시 돌아오지 않길 바랐던 그였지만, 괴로워서가 아니라 충분했기 때문에 그랬다던 외침이 그새 마음속에 새겨진 듯하다. 평범했던 삶이 갈수록 더 멀게만 느껴지는 시기, 위기 속에 침전한 우리가 뮤지컬 ‘프리다’를 꼭 만나야 할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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