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부른 문화참사, 반달리즘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문화유산 파괴 소식들이 들려오는 가운데, 한국일보 2022년 3월7일자 기사에서는 “우크라 역사 지우는 러시아...파괴 위험에 문화재 숨기는 박물관”을, BBC뉴스 022년 3월 6일자 기사에서는 “우크라이나: 예술 작품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영토 뿐 아니라 문화유산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각 박물관과 미술관들에 비상매뉴얼 가동과 각 지역 유물들의 안전이슈에 대한 내용들을 정부 공식트위터인 'MFA of Ukraine’를 통해 실시간 보도중이다. BBC는 "우크라이나 소재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몇 가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의 손에 넘어갈 경우에 대비해 작품의 목록을 서둘러 디지털 파일로 정리하고, 작품을 은밀한 장소로 옮기고 있다. 심지어는 박물관 직원들이 가장 귀중한 예술품 보관소에 장벽을 치고 잠을 자며 지키는 상황이라고 한다."라는 속보를 전달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실제 뛰어난 민족예술가 Mariia Pryimachenko의 작품 약 25점이 불타는 사례까지 이어졌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당시 도네츠크 역사박물관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4만 5000여 점의 문화재가 소실된 적이 있는 우크라이나의 문화재들은 단순한 그들만의 자산이 아닌 인류 모두의 유산이다. 우크라이나의 반달리즘 행위를 다룬 BBC 코리아 기사 반달리즘, 세계문화유산을 훼손하는 반인륜적 행위 반달리즘(vandalism)이란 문화유산이나 예술, 공공시설, 자연경관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넓게는 낙서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공공시설의 외관이나 자연 경관 등을 훼손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고대 게르만족의 일파인 반달족(Vandals)에서 비롯된 반달리즘은 로마를 침공한 반달족의 약탈행위로부터 유래한다.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북아프리카 히포(Hippo)의 주교로 있을 때 반달족의 침공을 직접 겪었는데, 실제 반달족이 로마를 점령했을 때 파괴와 약탈 행위가 유독 심하게 자행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반달족=문화 파괴자(약탈자)’라는 인식은 고대 로마문화를 이상화했던 르네상스 이후 확산되었다. 카를 브률로프(Карл Брюллов)가 그린 <로마를 약탈하는 게이세리쿠스> 1794년 프랑스 블루아(Blois)의 주교인 투르 앙리 그레구아(Henri Grégoire)는 프랑스 혁명 당시 군중들이 가톨릭교회의 건축물과 예술품을 파괴한 행위를 반달족의 로마 침략에 비유하면서 반달리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반달리즘은 주로 전쟁이나 사회의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마다 빈번히 나타나며, 이를 부추기는 행위는 종교적·민족적 갈등의 경우 더욱 가혹하게 자행된다. 신교도들이 가톨릭 성당의 조각상과 벽화 등을 파괴하는 행위, 라틴아메리카를 침략한 유럽의 정복자들은 그곳에 있던 원주민의 신전을 파괴하는 행위,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바미안(bamiyaan) 석불을 파괴한 행위, 2015년 이슬람국가가 이라크의 모술과 시리아의 팔미라 등에서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유적들을 파괴한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선시대에 폐불(廢佛) 정책으로 사원과 석불, 석탑, 불화 등을 파괴한 대규모 반달리즘의 사례가 발견된 바 있다. 유럽인들은 반달족이 로마의 문화예술품을 훼손하고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야만적인 소행을 벌였다고 생각해, 반달리즘(vandalism)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약탈문화재 반환에 관한 국제법과 ‘오타니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을 채우고 있는 것은 대부분 우리나라 유물들이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3층 아시아관 중앙아시아실 코너에 전시돼 있는 ‘오타니 컬렉션’이다. 오타니 컬렉션은 일본 교토의 니시혼간지 주지 오타니 고즈이가 1902년 9월부터 1914년까지 중앙아시아로 세 차례 탐험대를 보내 도굴해온 유물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유물들에 대해 “오타니 탐험대라 불리는 일본의 승려 조직도 이곳을 세 차례 답사하며 많은 유물을 수집했고, 당시 수집품 중 일부가 오늘날 국립중앙박물관에 이르고 있다”고 적고 있다. 오타니 수집품의 일부는 우여곡절을 거쳐 1916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기증됐고, 해방 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이 됐다. 오타니 컬렉션은 석굴에서 절취한 벽화 등 종교미술과 투루판 아스타나 고분군 등에서 출토한 <복희여와도>(아스타나 고분에서 출토된 창조신 '복희여와도‘)와 같은 고분 발굴품, 토기·인형·연장 등 생활용품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소장품은 작은 벽화 파편들까지 합쳐 1500여 점에 이른다. 오타니 고즈이가 수집한 유물을 싣고 내몽골의 사막을 지나는 오타니의 3차 탐험대 1998년 1월, 중국 정부는 둔황 막고굴 발굴 100주년을 앞두고 영국·프랑스·일본 등으로 유출된 문서를 되찾겠다고 실태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유물 약탈국들은 반환 요청은 고사하고 임대 요청도 응하지 않았다. 문화재 반환과 관련된 국제 규약은 1970년 11월17일 유네스코에서 채택된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과, 1995년 6월24일 로마에서 채택된 ‘도난 또는 불법 발굴된 문화재의 국제적 반환에 관한 협약’ 등이 있다. 협약은 ‘외국 군대의 점령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강제적인 문화재 반출과 소유권 양도는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협약은 채택 이전의 문화재 반출에까지 소급되지는 않는다. 국내 전문가들은 오타니 컬렉션이 야만적인 문명파괴 행위의 결과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반환에 대해선 팽팽하게 맞섰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고, 이에 대한 실무적인 문제들은 아직까지 변화된 것이 없다. |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부른 문화참사, 반달리즘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문화유산 파괴 소식들이 들려오는 가운데, 한국일보 2022년 3월7일자 기사에서는 “우크라 역사 지우는 러시아...파괴 위험에 문화재 숨기는 박물관”을, BBC뉴스 022년 3월 6일자 기사에서는 “우크라이나: 예술 작품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영토 뿐 아니라 문화유산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각 박물관과 미술관들에 비상매뉴얼 가동과 각 지역 유물들의 안전이슈에 대한 내용들을 정부 공식트위터인 'MFA of Ukraine’를 통해 실시간 보도중이다. BBC는 "우크라이나 소재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몇 가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의 손에 넘어갈 경우에 대비해 작품의 목록을 서둘러 디지털 파일로 정리하고, 작품을 은밀한 장소로 옮기고 있다.
심지어는 박물관 직원들이 가장 귀중한 예술품 보관소에 장벽을 치고 잠을 자며 지키는 상황이라고 한다."라는 속보를 전달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실제 뛰어난 민족예술가 Mariia Pryimachenko의 작품 약 25점이 불타는 사례까지 이어졌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당시 도네츠크 역사박물관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4만 5000여 점의 문화재가 소실된 적이 있는 우크라이나의 문화재들은 단순한 그들만의 자산이 아닌 인류 모두의 유산이다.
우크라이나의 반달리즘 행위를 다룬 BBC 코리아 기사
반달리즘, 세계문화유산을 훼손하는 반인륜적 행위
반달리즘(vandalism)이란 문화유산이나 예술, 공공시설, 자연경관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넓게는 낙서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공공시설의 외관이나 자연 경관 등을 훼손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고대 게르만족의 일파인 반달족(Vandals)에서 비롯된 반달리즘은 로마를 침공한 반달족의 약탈행위로부터 유래한다.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북아프리카 히포(Hippo)의 주교로 있을 때 반달족의 침공을 직접 겪었는데, 실제 반달족이 로마를 점령했을 때 파괴와 약탈 행위가 유독 심하게 자행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반달족=문화 파괴자(약탈자)’라는 인식은 고대 로마문화를 이상화했던 르네상스 이후 확산되었다.
카를 브률로프(Карл Брюллов)가 그린 <로마를 약탈하는 게이세리쿠스>
1794년 프랑스 블루아(Blois)의 주교인 투르 앙리 그레구아(Henri Grégoire)는 프랑스 혁명 당시 군중들이 가톨릭교회의 건축물과 예술품을 파괴한 행위를 반달족의 로마 침략에 비유하면서 반달리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반달리즘은 주로 전쟁이나 사회의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마다 빈번히 나타나며, 이를 부추기는 행위는 종교적·민족적 갈등의 경우 더욱 가혹하게 자행된다.
신교도들이 가톨릭 성당의 조각상과 벽화 등을 파괴하는 행위, 라틴아메리카를 침략한 유럽의 정복자들은 그곳에 있던 원주민의 신전을 파괴하는 행위,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바미안(bamiyaan) 석불을 파괴한 행위, 2015년 이슬람국가가 이라크의 모술과 시리아의 팔미라 등에서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유적들을 파괴한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선시대에 폐불(廢佛) 정책으로 사원과 석불, 석탑, 불화 등을 파괴한 대규모 반달리즘의 사례가 발견된 바 있다. 유럽인들은 반달족이 로마의 문화예술품을 훼손하고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야만적인 소행을 벌였다고 생각해, 반달리즘(vandalism)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약탈문화재 반환에 관한 국제법과 ‘오타니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을 채우고 있는 것은 대부분 우리나라 유물들이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3층 아시아관 중앙아시아실 코너에 전시돼 있는 ‘오타니 컬렉션’이다. 오타니 컬렉션은 일본 교토의 니시혼간지 주지 오타니 고즈이가 1902년 9월부터 1914년까지 중앙아시아로 세 차례 탐험대를 보내 도굴해온 유물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유물들에 대해 “오타니 탐험대라 불리는 일본의 승려 조직도 이곳을 세 차례 답사하며 많은 유물을 수집했고, 당시 수집품 중 일부가 오늘날 국립중앙박물관에 이르고 있다”고 적고 있다.
오타니 수집품의 일부는 우여곡절을 거쳐 1916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기증됐고, 해방 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이 됐다. 오타니 컬렉션은 석굴에서 절취한 벽화 등 종교미술과 투루판 아스타나 고분군 등에서 출토한 <복희여와도>(아스타나 고분에서 출토된 창조신 '복희여와도‘)와 같은 고분 발굴품, 토기·인형·연장 등 생활용품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소장품은 작은 벽화 파편들까지 합쳐 1500여 점에 이른다.
오타니 고즈이가 수집한 유물을 싣고 내몽골의 사막을 지나는 오타니의 3차 탐험대
1998년 1월, 중국 정부는 둔황 막고굴 발굴 100주년을 앞두고 영국·프랑스·일본 등으로 유출된 문서를 되찾겠다고 실태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유물 약탈국들은 반환 요청은 고사하고 임대 요청도 응하지 않았다. 문화재 반환과 관련된 국제 규약은 1970년 11월17일 유네스코에서 채택된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과, 1995년 6월24일 로마에서 채택된 ‘도난 또는 불법 발굴된 문화재의 국제적 반환에 관한 협약’ 등이 있다.
협약은 ‘외국 군대의 점령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강제적인 문화재 반출과 소유권 양도는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협약은 채택 이전의 문화재 반출에까지 소급되지는 않는다. 국내 전문가들은 오타니 컬렉션이 야만적인 문명파괴 행위의 결과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반환에 대해선 팽팽하게 맞섰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고, 이에 대한 실무적인 문제들은 아직까지 변화된 것이 없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문화유산 파괴 소식들이 들려오는 가운데, 한국일보 2022년 3월7일자 기사에서는 “우크라 역사 지우는 러시아...파괴 위험에 문화재 숨기는 박물관”을, BBC뉴스 022년 3월 6일자 기사에서는 “우크라이나: 예술 작품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영토 뿐 아니라 문화유산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각 박물관과 미술관들에 비상매뉴얼 가동과 각 지역 유물들의 안전이슈에 대한 내용들을 정부 공식트위터인 'MFA of Ukraine’를 통해 실시간 보도중이다. BBC는 "우크라이나 소재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몇 가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의 손에 넘어갈 경우에 대비해 작품의 목록을 서둘러 디지털 파일로 정리하고, 작품을 은밀한 장소로 옮기고 있다.
심지어는 박물관 직원들이 가장 귀중한 예술품 보관소에 장벽을 치고 잠을 자며 지키는 상황이라고 한다."라는 속보를 전달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실제 뛰어난 민족예술가 Mariia Pryimachenko의 작품 약 25점이 불타는 사례까지 이어졌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당시 도네츠크 역사박물관에 대한 미사일 공격으로 4만 5000여 점의 문화재가 소실된 적이 있는 우크라이나의 문화재들은 단순한 그들만의 자산이 아닌 인류 모두의 유산이다.
우크라이나의 반달리즘 행위를 다룬 BBC 코리아 기사
반달리즘, 세계문화유산을 훼손하는 반인륜적 행위
반달리즘(vandalism)이란 문화유산이나 예술, 공공시설, 자연경관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넓게는 낙서나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공공시설의 외관이나 자연 경관 등을 훼손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고대 게르만족의 일파인 반달족(Vandals)에서 비롯된 반달리즘은 로마를 침공한 반달족의 약탈행위로부터 유래한다.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북아프리카 히포(Hippo)의 주교로 있을 때 반달족의 침공을 직접 겪었는데, 실제 반달족이 로마를 점령했을 때 파괴와 약탈 행위가 유독 심하게 자행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반달족=문화 파괴자(약탈자)’라는 인식은 고대 로마문화를 이상화했던 르네상스 이후 확산되었다.
카를 브률로프(Карл Брюллов)가 그린 <로마를 약탈하는 게이세리쿠스>
1794년 프랑스 블루아(Blois)의 주교인 투르 앙리 그레구아(Henri Grégoire)는 프랑스 혁명 당시 군중들이 가톨릭교회의 건축물과 예술품을 파괴한 행위를 반달족의 로마 침략에 비유하면서 반달리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반달리즘은 주로 전쟁이나 사회의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마다 빈번히 나타나며, 이를 부추기는 행위는 종교적·민족적 갈등의 경우 더욱 가혹하게 자행된다.
신교도들이 가톨릭 성당의 조각상과 벽화 등을 파괴하는 행위, 라틴아메리카를 침략한 유럽의 정복자들은 그곳에 있던 원주민의 신전을 파괴하는 행위,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바미안(bamiyaan) 석불을 파괴한 행위, 2015년 이슬람국가가 이라크의 모술과 시리아의 팔미라 등에서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유적들을 파괴한 행위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조선시대에 폐불(廢佛) 정책으로 사원과 석불, 석탑, 불화 등을 파괴한 대규모 반달리즘의 사례가 발견된 바 있다. 유럽인들은 반달족이 로마의 문화예술품을 훼손하고 공공시설을 파괴하는 야만적인 소행을 벌였다고 생각해, 반달리즘(vandalism)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약탈문화재 반환에 관한 국제법과 ‘오타니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을 채우고 있는 것은 대부분 우리나라 유물들이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3층 아시아관 중앙아시아실 코너에 전시돼 있는 ‘오타니 컬렉션’이다. 오타니 컬렉션은 일본 교토의 니시혼간지 주지 오타니 고즈이가 1902년 9월부터 1914년까지 중앙아시아로 세 차례 탐험대를 보내 도굴해온 유물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유물들에 대해 “오타니 탐험대라 불리는 일본의 승려 조직도 이곳을 세 차례 답사하며 많은 유물을 수집했고, 당시 수집품 중 일부가 오늘날 국립중앙박물관에 이르고 있다”고 적고 있다.
오타니 수집품의 일부는 우여곡절을 거쳐 1916년 조선총독부 박물관에 기증됐고, 해방 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이 됐다. 오타니 컬렉션은 석굴에서 절취한 벽화 등 종교미술과 투루판 아스타나 고분군 등에서 출토한 <복희여와도>(아스타나 고분에서 출토된 창조신 '복희여와도‘)와 같은 고분 발굴품, 토기·인형·연장 등 생활용품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소장품은 작은 벽화 파편들까지 합쳐 1500여 점에 이른다.
오타니 고즈이가 수집한 유물을 싣고 내몽골의 사막을 지나는 오타니의 3차 탐험대
1998년 1월, 중국 정부는 둔황 막고굴 발굴 100주년을 앞두고 영국·프랑스·일본 등으로 유출된 문서를 되찾겠다고 실태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유물 약탈국들은 반환 요청은 고사하고 임대 요청도 응하지 않았다. 문화재 반환과 관련된 국제 규약은 1970년 11월17일 유네스코에서 채택된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과, 1995년 6월24일 로마에서 채택된 ‘도난 또는 불법 발굴된 문화재의 국제적 반환에 관한 협약’ 등이 있다.
협약은 ‘외국 군대의 점령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강제적인 문화재 반출과 소유권 양도는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협약은 채택 이전의 문화재 반출에까지 소급되지는 않는다. 국내 전문가들은 오타니 컬렉션이 야만적인 문명파괴 행위의 결과라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반환에 대해선 팽팽하게 맞섰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인 것이고, 이에 대한 실무적인 문제들은 아직까지 변화된 것이 없다.
뷰티누리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