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세대를 아우르는 예술교육 1 - 영유아기
이충욱 기자 | cu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2-06-17 05:58 수정 2022-06-17 06:00
몇 년 전, 필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우리 아이 첫 콘서트’를 기획, 진행 한 바 있다. 이 공연은 뉴욕 필하모닉의 교육공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획한 것으로 5세에서 초등 저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공연이었다. 기획 초안을 짜던 당시에는 ‘과연 학부모들이 이 공연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싶어할까?,’아이들에게 의미있는 공연이 될까?‘ 많은 망설임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고민이 무색하게 예매 시작 30분 만에 매진을 기록해 관계자들 모두 깜짝 놀랐던 기분 좋은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 아이 첫 콘서트’의 배경이 된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들은 왜 ‘유아’를 위한 공연을 만들었을까. 1842년 설립된 뉴욕 필하모닉은 음악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이다. 드보르작, 토스카니니, 말러, 스트라빈스키, 번스타인 등 한 번쯤 들어봄 직한 명장들을 배출해냈을 뿐만 아니라 지휘자의 역량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역량이 평가되는 지금까지도 정상급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번스타인의 청소년 음악회(Young People’s Concert)

뉴욕 필하모닉은 1926년 번스타인의 ‘청소년 음악회(Young People’s Concert)를 시작으로 꾸준히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번스타인이 교육자의 입장에서 고민하면서 직접 대본을 쓰고 준비한 이 음악회는 새로운 클래식 팬 뿐만 아니라 미래의 음악인을 양성해내는 데 큰 역할을 한 프로그램이다. 1958년부터 영상물로 제작되어 배포되기도 하였는데, ‘음악이란 무엇인가’, ‘관현악이란 무엇인가’, ‘인상주의란 무엇인가’ 등 기초적인 내용을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클래식 입문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우리나라 EBS에서 방영되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 청소년 음악회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금난새의 ‘청소년 음악회’의 롤모델이 되었다. 의도도 좋고 프로그램의 내용도 수준급인데다 학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던 콘서트에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청소년 음악회의 관람객으로 온 학생들의 동생들이었다. 무려 1시간 30분이라는 긴 공연 시간을 견뎌내기엔 너무 어렸던 아이들은 객석에서 다시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고, 2000석이라는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아이들을 다시 집중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이들의 에너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그냥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 만든 공연이 바로 ‘Very Young People’s Concert(이하 VYPC)’이다. VYPC는 대상이 very young people인만큼 유아기의 특성을 철저히 반영해 만들어졌다. 기획 당시 뉴욕필 단원, 사무국 직원뿐만 아니라 음악교육 전문가가 함께 참여했다. 

공연은 유아기의 짧은 주의집중 시간을 고려해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처음 30분은 준비시간으로, 공연의 테마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친숙해질 시간을 가진다. 다음 본 공연이 30분간 진행되고, 마지막 30분은 악기를 직접 배워보는 시간이다. 객석은 어둡지 않게. 공연장 역시 500-600석의 작은 곳을 선택해 진행된다. 공연장은 놀이터처럼 구성되어 신나게 놀면서 공연에 참여할 수 있으며, 중간에 언제든지 환호하고 호응할 수 있다. 일반 공연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사회자’가 있어 객석과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두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기본 테마가 정해져 있는데, 이를테면 ‘크게 & 작게 (Loud & Soft)’, 빠르고 & 느리게 (Allegro & Adagio)’ 등으로 음악의 기본 요소를 다룬다. 따라서 공연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의 기본적 지식까지 체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것이 이 공연의 가장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VYPC’의 기획부터 공연까지 쭉 함께 한 콜롬비아 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 로리 쿠스테델로는 영유아기에 경험하는 음악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아이는 음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며 부모나 주 양육자와 소통할 때, 자신을 표현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음성(음악)을 사용한다.” 

즉, 영유아의 일상에 녹아든 음악은 세상과 소통하는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음악을 자연스럽게 경험할수록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 노래를 부르거나 율동을 하는 것, 연극을 하는 것-이 모두가 상상력을 일으키는 수단인 동시에 감각적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며 이는 창의성의 근간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VYPC는 놀이 속에서 음악을 긍정적으로 경험하고, 그 경험이 삶의 자양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는 프로그램으로 영유아기의 특성과 음악의 접점을 잘 살려낸, 교육과 놀이의 균형이 조화를 이룬 좋은 예 중 하나이다. 예술 교육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프로그램마다 교육의 질은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나치게 많은 프로그램의 양산 탓이다. 양적인 경험의 확대에 초점을 맞춘 예술 교육의 현실에서-‘청소년 음악회’를 검색하면 우후죽순 쏟아지는 음악회들이 이 현실을 대변한다- 뉴욕필이 오랜 시간 공들여 키워 온 음악교육 프로그램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다양한 경험의 축적도 중요하지만, 모래성처럼 탄탄한 기초 없이 쌓인 경험들은 결국 언젠가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더욱 예술 교육은 영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그리고 성인기까지 하나의 연결된 축을 토대로 예술과 교육이 자연스러운 균형을 이뤄 하나하나 단단한 벽돌이 쌓여 근사한 집을 쌓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멘토 삼아 우리나라 교육 실정에 잘 맞춘 우리만의 예술 교육이 차례차례 꽃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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