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olaus Harnoncourt(1929~2016) 카리스마로 단원을 휘어잡는 지휘자의 시대는 저물었다. 지휘자들은 이제 시대에 발맞춰 단원과의 친밀한 소통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협조를 구하는 방식의 리더십을 구사한다. 민주적 리더십이 대세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휘자의 본분은 음악적인 부분에있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전히 상당수의 메이저급 오케스트라들이 음악 앞에서 지휘자의 비타협적인 모습에 후한 점수를 쳐준다는 사실이다. 베를린 필의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는 훌륭한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고집스러움'을 꼽기도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뛰어난 악단일수록 '예술적 완성도'를 최우선 순위 삼는다는 사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비엔나 유학시절 수많은 리허설들을 참관했는데 명지휘자들이 명망있는 비엔나의 오케스트라들과 리허설할때 소통은 민주적이되 음악 앞에서는 양보할 줄 모르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는 자타가 공인하는 비엔나 필하모닉(이하 빈 필)과의 리허설에서조차 예외없이 원하는 바를 구현해 내기위해 혹독하게 연습시키는 리허설로 유명했다. 매번 단원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공연을 통한 결과물이 좋았기때문에 단원들도 당시 그의 뚝심을 높이 평가해주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지휘자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또한 리허설에서 역사적 고증을 토대로 오케스트라를 가르치는 듯한 자세를 견지했는데, 빈 필은 그를 비엔나 신년음악회에 초대하는 등 이례적으로 예우했다. 아르농쿠르는 한 인터뷰에서 " 반드시 연주자는 시대적 음악언어를 숙지해야하며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리스크 두려워하면 안된다. 극한의 상황에서 최고의 예술이 발현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단원들이 가장 꺼려하는 '가르치는 듯한 자세'가 그에게 예외적으로 통한건 왜일까. 단원들의 불쾌함보다 그의 음악적 '소신'을 더 쳐줬기 때문이다. 그가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드 높은 이상으로 나아갈때 심적인 불편함은 있을지언정 함께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빈 필의 단장을 지냈던 베르너 레젤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전설적인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반추하며 이렇게 얘기한 바 있다. "빈필은 쉽게 만족하는 지휘자를 원하지 않는다, 클라이버는 항상 우리의 도전의식을 북돋우며 놀라운 연주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악단의 우선순위가 드러난다. 예전에 독일의 한 명문 방송악단과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지휘할 기회가 있었는데 리허설을 마치려던 차 오보에 주자가 "금관악기와 발란스가 안맞는다"며 더 연습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바람에 당황한 적이 있다. 당시 30대 젊은 나이라 일거에 단원들 앞에서 위축이되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이들을 위한 연주 또한 가벼이 여기지않는 명문악단다운 자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반면 오케스트라의 발전이 더딘 경우, 상당수 역량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적정선에서 만족하려는 경향이있다. 지휘자의 미숙함으로 인한 불필요한 리허설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노력하면 예술적 완성도에있어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할만한 구색정도에 만족하는 악단이라면 상황에따라 타협하는 지휘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일류 악단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낮을 것이다. 요즘에도 변함없이 높은 수준의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얘기하보면 대부분 이구동성 말한다. 적당히 눈치보며 단원들 비위나 맞추는 지휘자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성 마틴 아카데미 오케스트라를 창단해서 세계적인 단체로 키워냈으며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지휘자 네빌 마리너가 타계했을때 독일 부고기사에 자주 등장했던 단어가 'kompromisslos(타협할 줄 모르는)'라는 단어다. 언론들은 최고의 음악적 퀄리티를 위해 도전을 거듭한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어젯밤, 작년에 창단한 악단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을 이끌고 연주할때마다 어려운 모차르트 교향곡 연주를 마쳤다. 단원분들이 이런저런 피드백을 해주었다. 지휘자보다 더 타협할 줄 모르는 단원들이 있어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자신에게는 음악적 타협점들이 하나 둘 떠오르며 부끄럽기도 했다. 뛰어난 오케스트라가 결국 뛰어난 지휘자를 만든다는 말이 떠오른다. |
Nikolaus Harnoncourt(1929~2016)
카리스마로 단원을 휘어잡는 지휘자의 시대는 저물었다. 지휘자들은 이제 시대에 발맞춰 단원과의 친밀한 소통과 더불어 자연스러운 협조를 구하는 방식의 리더십을 구사한다. 민주적 리더십이 대세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휘자의 본분은 음악적인 부분에있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전히 상당수의 메이저급 오케스트라들이 음악 앞에서 지휘자의 비타협적인 모습에 후한 점수를 쳐준다는 사실이다. 베를린 필의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는 훌륭한 지휘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고집스러움'을 꼽기도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뛰어난 악단일수록 '예술적 완성도'를 최우선 순위 삼는다는 사실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비엔나 유학시절 수많은 리허설들을 참관했는데 명지휘자들이 명망있는 비엔나의 오케스트라들과 리허설할때 소통은 민주적이되 음악 앞에서는 양보할 줄 모르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는 자타가 공인하는 비엔나 필하모닉(이하 빈 필)과의 리허설에서조차 예외없이 원하는 바를 구현해 내기위해 혹독하게 연습시키는 리허설로 유명했다. 매번 단원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공연을 통한 결과물이 좋았기때문에 단원들도 당시 그의 뚝심을 높이 평가해주었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지휘자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또한 리허설에서 역사적 고증을 토대로 오케스트라를 가르치는 듯한 자세를 견지했는데, 빈 필은 그를 비엔나 신년음악회에 초대하는 등 이례적으로 예우했다. 아르농쿠르는 한 인터뷰에서 " 반드시 연주자는 시대적 음악언어를 숙지해야하며 최고의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리스크 두려워하면 안된다. 극한의 상황에서 최고의 예술이 발현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단원들이 가장 꺼려하는 '가르치는 듯한 자세'가 그에게 예외적으로 통한건 왜일까.
단원들의 불쾌함보다 그의 음악적 '소신'을 더 쳐줬기 때문이다. 그가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드 높은 이상으로 나아갈때 심적인 불편함은 있을지언정 함께 동참하겠다는 것이다. 빈 필의 단장을 지냈던 베르너 레젤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전설적인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반추하며 이렇게 얘기한 바 있다. "빈필은 쉽게 만족하는 지휘자를 원하지 않는다, 클라이버는 항상 우리의 도전의식을 북돋우며 놀라운 연주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악단의 우선순위가 드러난다.
예전에 독일의 한 명문 방송악단과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지휘할 기회가 있었는데 리허설을 마치려던 차 오보에 주자가 "금관악기와 발란스가 안맞는다"며 더 연습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바람에 당황한 적이 있다. 당시 30대 젊은 나이라 일거에 단원들 앞에서 위축이되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이들을 위한 연주 또한 가벼이 여기지않는 명문악단다운 자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반면 오케스트라의 발전이 더딘 경우, 상당수 역량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적정선에서 만족하려는 경향이있다. 지휘자의 미숙함으로 인한 불필요한 리허설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노력하면 예술적 완성도에있어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할만한 구색정도에 만족하는 악단이라면 상황에따라 타협하는 지휘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일류 악단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낮을 것이다. 요즘에도 변함없이 높은 수준의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얘기하보면 대부분 이구동성 말한다. 적당히 눈치보며 단원들 비위나 맞추는 지휘자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성 마틴 아카데미 오케스트라를 창단해서 세계적인 단체로 키워냈으며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지휘자 네빌 마리너가 타계했을때 독일 부고기사에 자주 등장했던 단어가 'kompromisslos(타협할 줄 모르는)'라는 단어다. 언론들은 최고의 음악적 퀄리티를 위해 도전을 거듭한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어젯밤, 작년에 창단한 악단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을 이끌고 연주할때마다 어려운 모차르트 교향곡 연주를 마쳤다. 단원분들이 이런저런 피드백을 해주었다. 지휘자보다 더 타협할 줄 모르는 단원들이 있어 감사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자신에게는 음악적 타협점들이 하나 둘 떠오르며 부끄럽기도 했다. 뛰어난 오케스트라가 결국 뛰어난 지휘자를 만든다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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