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국악 Prologue! 여민락 & 아름다운 나라
이충욱 기자 | cu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2-05-20 05:54 수정 2022-05-20 05:55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올 입춘 한파는 유독 매서웠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견뎌야 하는 마지막 시련이길 바란다. 동토를 녹이고 새로이 움튼 것들로 세상을 채우는 일은 시간이 꽤 걸릴 듯싶다. 그 시간을 단축하는 데에는 지도자의 자질이 한몫할 것이다. 하루속히 스산한 시절이 지나고, 따스한 기운이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종대왕은 새로운 대통령의 사표로 늘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다. 세종 연간에 이루어낸 여러 분야의 눈부신 치적 못지않게 그를 사랑받는 임금으로 만든 것은 빛나는 성과 이면에 내재한 ‘애민 정신’일 것이다. 이미 500년 전에 고유한 문자를 가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를 만든 이 위대한 왕이 무엇 때문에 밤낮없이 한글 창제에 골몰했는지는 훈민정음 서문에 오롯이 남아 전해진다. 

여민락與民樂

성종 대의 성현 등이 편찬한 악학궤범樂學軌範 서문에서도 세종대왕의 업적을 엿볼 수 있다.

세종대왕께서는 하늘이 내신 성인으로 음률에 정통하였다. …… 기장[黍]이 해주에서 나오고 채석[採石]이 남양에서 나왔으니 …… 기장을 취하여 율[律]을 정하고, 돌로 편경을 만들고 또 가락을 만들고 이로 인하여 악보를 만들어서 절주[節奏]의 질서를 살피었다. 

음의 높이를 정하는 율관과 제례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인 편경을 만드는 과정은 세종실록에도 기록되어있다. 그간 중국에서 가져다 쓰던 율관과 편경의 국산화는 세종대왕의 자주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장면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세종실록 59권에는 새로 만든 편경의 시연 모습이 담겨 있다. 편경은 두께를 달리한 경돌을 틀에 달아 ‘각퇴’라는 이름의 채로 두드려 소리내는 악기다. 악기의 소리가 맑고 아름다운 것에 매우 기뻐하던 세종이 문득 경돌 한 장의 소리가 약간 높다고 지적한다. 돌을 갈 때 가늠하기 위해 그어놓은 먹선이 남아있었기 때문인데 먹선만큼을 마저 갈자 바른 소리가 났다. 세종대왕이 탁월한 음감을 지녔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세종대왕이 작곡했다고 전해지는 음악들 역시 그의 음악적 재능을 보여준다. 그중 하나가 바로 ‘여민락[與民樂]’이다. 세종실록에서는 여민락을 ‘임금이 용비어천가를 관현에 올려 느리고 빠름을 조절하여 만든 음악’으로 소개한다. 역대 왕의 치적을 칭송하는 내용의 ‘용비어천가’를 노랫말로 삼아 만든 음악이지만, 제목에는 백성과 더불어 즐기고자 하는 뜻을 여실히 드러냈다. 궁궐 안에서 연주되는 궁중 음악이었으나 임금이 궁궐 밖으로 행차하거나 환궁할 때에 연주하도록 했다니 먼발치에서나마 백성들도 더불어 즐길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종대왕이 작곡한 여민락은 조선 시대를 관통하며 노랫말이 없는 기악곡으로 바뀌었으며 악기 편성과 빠르기의 변화, 가락의 변주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여민락에서 파생된 음악으로 여민락만[與民樂慢], 여민락령[與民樂令], 해령[解令] 등이 있으며, 네 곡을 아울러 여민락이라 부르기도 한다. 세종대왕이 작곡한 곡은 오늘날 여민락만이라고 불리는 곡이다. 여민락 시리즈는 오는 봄,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정기 연주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여민락 공연(사진-국립국악원)

아름다운 나라 

여민락이 백성을 위하는 위정자의 마음이 담긴 곡이라면, 창작곡 ‘아름다운 나라’는 이 땅에 살고 있는 이들의 소박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곡이다. 산과 들, 강과 바다가 어우러진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하나하나 그려낸 노랫말에는 이 땅의 풍경을 정겹게 바라보는 고운 시선이 투영되어 있다.

‘아름다운 나라’는 크로스오버 성악가 신문희가 무니(MOONY)라는 이름으로 2008년에 낸 음반 「The Passion」을 통해 발표했다. 음반 소개에는 신문희가 국가무형문화재 가곡 보유자인 홍원기 명인을 사사하였으며, 이 곡이 전통 성악의 창법을 아우르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곡은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학교 교육 과정에서는 창작 국악으로 구분하고 굿거리장단을 곁들여 배우도록 하고 있다. 원곡의 반주는 장구 장단으로 시작하며 가야금, 대금, 피리, 해금 등 국악기 음색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웅장하게 어우러진다. 

발표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름다운 나라’는 여전히 국가 행사 등에 자주 쓰인다. 한자어나 구호처럼 느껴지는 거창한 가사를 비장하거나 엄숙하게 불러야 할 것 같은 노래들과 달리 쉽고 시적인 우리말 가사와 리듬을 타며 감상할 수 있는 경쾌한 멜로디로 이루어져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리메이크한 음원도 많은데 송소희, 하윤주 같은 국악인들과 국악을 전공한 트로트 가수 양지은, 김다현, 김태연 그리고 뮤지컬 배우 카이가 부른 곡 등이 음원으로 출시된 바 있다. 또 유튜브에서는 국방부 군악대가 선보이는 ‘아름다운 나라’와 송소희가 포레스텔라와 함께 부른 ‘아름다운 나라’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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