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라는 공간 설정은 할리우드가 사랑한 멜로드라마의 고전, ‘러브 어페어’에서 본딴 것이다. ‘러브 어페어’는 1939년 이후 여러 번 리메이크 되었지만 이 영화 속에서 직접 차용한 것은 데보라 카와 캐리 그랜트가 나오는 1957년작이다. 결혼을 앞두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한 부자(父子)의 사연에서 운명을 느낀 ‘애니’(멕 라이언)는 고민 끝에 ‘샘’(톰 행크스)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쓴다. 여느 로맨스 영화처럼 마법 같은 사랑, 한 순간에 빠져드는 사랑을 강조하면서도 이 영화에는 독특한 점들이 있다. 주인공들이 마지막 신에서야 정식으로 만나게 되므로 러브신이 전혀 없다는 점, 샘의 아들 ‘조나’(로스 맬링거)가 먼저 애니에게 호감을 느끼고 아빠와 애니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은 내용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삽입곡들이다. 루이 암스트롱, 지미 듀랜트의 곡도 있지만 ‘시애틀’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삽입곡은 역시 자막이 올라갈 때 나오는 ‘When I Fall in Love’일 것이다. 클라이브 그리핀과 셀린 디온이 커버한 이 노래는 빅터 영이 작곡하고 넷 킹 콜이 처음 불렀는데, 지금까지도 결혼식 축가로 많이 불릴 만큼 아름다운 곡이다. 영화가 개봉한 지 몇 년 후인 1996년에 넷 킹 콜이 나탈리 콜과 듀엣으로 부른 버전보다 오히려 모던하고 감각적으로 편곡된 것이 특징이다. ‘내가 사랑에 빠질 땐 영원한 사랑일 거예요’로 시작해서 ‘내가 사랑에 빠질 땐 당신과 함께 사랑에 빠진 때죠’로 끝나는 에드워드 헤이만의 가사는 영화의 끝맛을 더욱 달달하게 돋우기에 충분하다. 방금 만나서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탄 두 남녀의 사랑이 운명이고, 마법이라는 걸 믿게 만들면서. 삶이 너무 팍팍해서, 나이가 들어서 이런 사랑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시애틀’이 필요하다. 영화음악이 제일 잘 하는 것 중 하나가 연애 세포를 깨우는 일이니까.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라는 공간 설정은 할리우드가 사랑한 멜로드라마의 고전, ‘러브 어페어’에서 본딴 것이다. ‘러브 어페어’는 1939년 이후 여러 번 리메이크 되었지만 이 영화 속에서 직접 차용한 것은 데보라 카와 캐리 그랜트가 나오는 1957년작이다.
결혼을 앞두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한 부자(父子)의 사연에서 운명을 느낀 ‘애니’(멕 라이언)는 고민 끝에 ‘샘’(톰 행크스)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쓴다. 여느 로맨스 영화처럼 마법 같은 사랑, 한 순간에 빠져드는 사랑을 강조하면서도 이 영화에는 독특한 점들이 있다. 주인공들이 마지막 신에서야 정식으로 만나게 되므로 러브신이 전혀 없다는 점, 샘의 아들 ‘조나’(로스 맬링거)가 먼저 애니에게 호감을 느끼고 아빠와 애니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은 내용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삽입곡들이다.
루이 암스트롱, 지미 듀랜트의 곡도 있지만 ‘시애틀’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삽입곡은 역시 자막이 올라갈 때 나오는 ‘When I Fall in Love’일 것이다. 클라이브 그리핀과 셀린 디온이 커버한 이 노래는 빅터 영이 작곡하고 넷 킹 콜이 처음 불렀는데, 지금까지도 결혼식 축가로 많이 불릴 만큼 아름다운 곡이다. 영화가 개봉한 지 몇 년 후인 1996년에 넷 킹 콜이 나탈리 콜과 듀엣으로 부른 버전보다 오히려 모던하고 감각적으로 편곡된 것이 특징이다. ‘내가 사랑에 빠질 땐 영원한 사랑일 거예요’로 시작해서 ‘내가 사랑에 빠질 땐 당신과 함께 사랑에 빠진 때죠’로 끝나는 에드워드 헤이만의 가사는 영화의 끝맛을 더욱 달달하게 돋우기에 충분하다.
방금 만나서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탄 두 남녀의 사랑이 운명이고, 마법이라는 걸 믿게 만들면서. 삶이 너무 팍팍해서, 나이가 들어서 이런 사랑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시애틀’이 필요하다. 영화음악이 제일 잘 하는 것 중 하나가 연애 세포를 깨우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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