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윤성은의 뮤직 in CINEMA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이충욱 기자 | cu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2-03-25 06:00 수정 2022-06-03 17:26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로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막을 올린 후 엄청난 히트작이 되었다. 안무가, 제롬 로빈스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 연인들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를 구상하던 중, 1940년대부터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이 뉴욕에 제2의 할렘을 형성하기 시작한 데서 착안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원안을 발전시켰다.

뉴욕 웨스트 사이드에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유럽계 이민자들과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 사이의 갈등을 로미오와 줄리엣식 비극의 씨앗으로 만든 것이다. 비극적 결말이 당대의 밝고 낭만적이었던 로맨스 뮤지컬들과 사뭇 달랐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이 있었으나 모던한 음악과 역동적인 안무로 톤 앤 매너를 최대한 가볍게 가져간 것이 인기 요인이었다.

뮤지컬의 인기에 힘입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61년, 영화로 제작되었고, 뮤지컬 영화로 가장 많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작품이 되었다. 그 아성 때문일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오랫동안 다시 영화화되지 못하다가 2021년, 50년 만에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 리메이크 되어 또 한 편의 걸작이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을 담당한 레너드 번스타인은 이미 당대 최고의 음악가 중 한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러시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인물로, 인종적 요소와 미국 음악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적도 있는 만큼 이런 이야기의 음악을 맡기에 적격이었다. ‘아메리카’나 ‘아이 필 프리티’ 등도 유명하지만 이 뮤지컬을 대표하는 노래는 역시 ‘투나잇’이다.

어느 파티에서 만나 첫 눈에 반한 로미오와 줄리엣, 아니 ‘토니’(안셀 엘고트)와 ‘마리아’(레이첼 지글러)는 그들 나름의 발코니 신에서 ‘투나잇’을 부른다. ‘당신을 본 순간, 내 모든 세상은 당신 말고는 무의미해졌어요. 오늘 밤, 이 밤, 오늘밤은 오직 당신 뿐이에요. 당신이 무엇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당신뿐이에요.’ 라는 달콤한 가사가 방금 사랑에 빠진 두 십대의 기분을 반영하듯 점점 피치를 올려가는 선율에 착 달라붙는다.

로맨틱하면서도 속삭이기 보다 웅장하게 연출되는 노래의 절정부가 어쩐지 두 사람의 비극적 사랑을 예견하는 듯한 느낌도 준다. 스필버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내용만큼이나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영화로, 빠르고 감각적인 영상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3만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마리아역을 거머쥔 레이첼 지글러의 목소리가 스크린에서 흘러나올 때만큼은 황홀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밀가루처럼 곱고 순수한 음색으로 소화해낸 ‘투나잇’은 이 작품의 백미이기도 하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한국에서 한동안 뮤지컬로 만나보기 어려웠다가 올해 말 재공연을 앞두고 현재 캐스팅 단계에 있다. 어떤 플랫폼에서 듣던지 번스타인의 음악 자체가 가진 힘, 그 시들지 않는 생명력 만큼은 동일한 에너지로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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