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Apple과 스티브 잡스 그리고 창의성
방석현 기자 | sj@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1-11-19 16:28 수정 2021-12-15 16:32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애플의 아이폰과 함께 이 두 단어가 주었던 충격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구매욕을 자극하는 미니멀한 디자인에 mp3 플레이어, 카메라, 전화가 가능한 멀티기기는 지금의 Apple이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디자인은 제품의 영혼’이라고 말하는 스티브 잡스. 애플의 성공은 많은 부분 그의 정신에 기대고 있다. 애플 특유의 패쇄적인 소프트웨어가 주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구매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요소가 디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팟에서부터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디자인은 꾸준히 창의적이며 예술적이다.

 

창의성, 특히 예술적 창의성은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잡스가 없는 지금, 애플은 그들만의 예술적 창의성을 소비자들에게 어떤 형태로 어필하고 있을까? 현재 진행 중인 예술 관련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애플이 그리고 있는 미래의 디자인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Creativity Goes On"이다. 1분 30초 분량의 이 광고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이어진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순간들을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 제품을 이용해 담은 것이 인상적이다.

광고는 더 영 에베네져스가 연주한 ‘Asleep at the Parade' 피아노 선율이 깔리며 시작한다. 많은 셀러브리티와 예술가, 일반인의 모습이 등장하는 가운데 그들의 일상에 당연한 듯 함께하는 애플 제품들이 눈길을 끈다.

 

DJ D-Nice는 아이폰을 통해 격리 클럽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의 안무가는 아이패드를 통해 단원들에게 안무 동작을 보여주고 뉴욕 씨티 발레 단원들은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함께 연습하며 나름대로 집에서 격리 생활을 즐긴다. 아버지와 아들은 아이패드 악보를 보며 색소폰 연주를 하고, 여자아이가 아이패드를 통해 발레를 배우고, 집에서 바이올린을 하는 장면 등이 펼쳐진다.

 

이어지는 영상과 사진들의 배경에는 ‘창문’이 계속 등장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는 “예술을 통해, 애플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표현하며 물리적인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애플이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두 번째로 소개할 프로젝트는 [AR]T이다. 기존에 진행 중이던 참여형 세션 ‘Today at apple'의 일환으로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한 전시형 프로젝트이다. ’ART'에서 증강현실을 의미하는 ‘Augmented Reality'의 약자 AR을 []로 표기해 프로젝트의 정체성을 간결하게도 잘 드러냈다. 이 작업에는 뉴욕의 현대미술관 뉴 뮤지엄과 7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2.5km에 달하는 거리를 증강현실을 통해 거닐면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체험을 제공한다.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샌프란시스코의 에르바 부에나 가든, 뉴욕의 센트럴 파크 내 그랜드 아미 플라자 등의 랜드마크를 AR로 산책하는 것은 코로나 사태로 여행이 제한된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작업에서 작가들은 AR을 기반으로 작품의 핵심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을 재구성하는데 주력했다. 예를 들어 비주얼 아티스트 피필로티 리스트의 “International Liquid Finger Prayer”는 떠다니는 반짝이는 형체를 AR 사용자가 잡으려고 시도하면 튕기듯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노래를 부른다. 비정형적인 작품들로 주목을 받아왔고 1988년부터 1994년까지 뮤직밴드이며 퍼포먼스 그룹인 “Les Reines Prochaines'의 일원으로서 음악과 각별한 관계를 맺어온 그녀답게 비주얼과 음악을 동시에 사로잡은 시도를 눈여겨볼 만하다.

 

차오 페이의 작품 “Trade Eden"은 관람객의 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작품이다. 자동화된 공장과 유령의 집을 표현하여 AR 사용자들은 새로운 쓸모없는 기계를 상상해내고 포장한 물건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 테스트하게 된다.

 

[AR]T의 전시는 뉴 뮤지엄이 코로나 사태를 맞아 새롭게 시도하는 ‘홈 딜리버리’ 전시와 맥락을 함께하며 이제는 전시를 집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국내에서는 체험이 어렵다고 한다.)

 

애플이 “Life Goes On"에서 시사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소통의 시대와 [AR]T의 홈 딜리버리형 전시는 디지털과 예술이 공존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음을 알린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원하는 작품을 원하는 장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대.

 

애플은 “우리는 항상 창의성의 힘을 깊이 믿는다. 이제 우리는 창의성, 독창성, 인간성, 그리고 희망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세계 각지의 사람들로부터 영감 받고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3차원을 뛰어넘어 새로운 차원에서 시도되는 그들의 예술 프로젝트와 소통을 중시하는 애플의 광고는 다음 세대의 예술이 어디로 향해갈지를 보여준다.

 

소통과 디지털 예술의 결합은 제페토(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증강현실 3D 아바타 서비스)와 같은 메타버스 시장의 확장 속도만 보아도 실감이 난다.

 

YG, 빅히트, JYP 엔터테인먼트에서도 통 큰 투자를 했다는 것만 봐도 새로운 시장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커져갈 지 알 수 있다. 애플의 증강현실 프로젝트와 제페토에서 볼 수 있듯, 디지털과 엔터테인먼트, 예술계가 점점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전통적인 예술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 방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가상의 내가 예술가가 되기도 하고, 다른 아바타들과 예술가들의 공연을 보는 시대가 도래했다. 또한 “Creativity Goes on” 광고에서 볼 수 있듯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예술을 활용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 시작이지만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든 접하고 서로 의사소통하며 새로운 차원으로 예술을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으며 사람들이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차원이 한층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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