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과연 준수 가능할까?…기업 67% "어려울 것" 의무내용이 불명확해 혼란 가중
최영하 기자 | choi6@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1-10-08 13:53 수정 2021-10-08 13:53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기업 10곳 6곳 이상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규정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등의 형사처벌을 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 법은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국내 기업 314곳(50인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준비 및 애로사항 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 기업의 66.5%가 시행령에 규정된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내년 1월 27일 법 시행일까지 준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50인 이상 100인 미만 중소기업은 77.3%가 준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답해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관련해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의무를 준수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의무 내용이 불명확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다.

경영책임자의 의무 내용 중 준수하기 가장 어려운 규정에 대해서는 41.7%가 ‘인력, 시설 및 장비의 구비, 유해·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을 40.8%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의무 이행사항 점검 및 개선’을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필요한 예산의 수준과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의무 이행의 어려움이 조사 결과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며 "특히 중소기업은 열악한 인력과 재정여건으로 인해 ‘필요한 예산 편성 및 집행’ 규정을 가장 준수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법 시행 시 예상되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의무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경영자 부담 가중(61.5%) △종사자 과실로 재해가 발생해도 처벌 가능(52.2%) △형벌 수준이 과도해 처벌 불안감 심각(43.3%) 순으로 조사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예방 의무와 과도한 책임(1년 이상 징역)을 경영자에게만 묻고, 종사자 과실로 발생한 재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중기중앙회는 분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중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전체 기업의 74.2%(대기업 80.0%, 중소기업 74.7%)가 ‘고의·중과실이 없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 처벌 면책규정 마련’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기업은 ‘경영책임자 의무 및 원청의 책임범위 구체화’(52.3%), 중소기업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 완화’(37.3%)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대기업의 경우 하청기업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매우 엄한 처벌을 받게 됨에도 법상 원청의 책임 범위가 불분명한 점, 중소기업은 대부분의 사업주가 오너이기에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소기업은 대부분 오너가 직접 경영하기 때문에 처벌에 따른 경영 중단에 대한 두려움이 대단히 큰 상황”이라며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정부의 적극적인 컨설팅 및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촉박한 시행일정을 감안해 중소기업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1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이대로 법이 시행될 경우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도 문제지만 고의·중과실이 없는 사고까지 경영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면책규정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빠른 시일 내에 법 개정(보완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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