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정의란 이름 뒤에 숨겨진 그림자,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방석현 기자 | sj@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1-09-10 13:53 수정 2021-09-29 13:58

2021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사진(제공-EMK 뮤지컬컴퍼니)

 

인간 사회는 항상 정의를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나 ‘정의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받고 선뜻 답을 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고대 철학자들부터 시작해 현대의 저명한 학자들 사이에 이르기까지 이 개념은 무척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마땅한 기준이 없었던 데다, 때에 따라서는 막강한 힘을 가진 세력의 주장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프랑스 혁명 뒤에도 그림자는 있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다 가장 낮은 곳으로 추락해 비참히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한 여인은 이제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가 부른 노래를 통해 우리에게 매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 말이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2019년 재연 이후 2년 만에 무대에 오른 이번 공연은 7년 전 관객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던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돼 더욱더 뜻깊다. 지난 7월 13일 막을 올린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초연부터 함께한 ‘마리 앙투아네트 장인’ 김소현과, 지난 시즌 완벽한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던 김소향이 다시금 타이틀 롤을 맡아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또 스웨덴 귀족이자 마리 앙투아네트의 정인이었던 악셀 폰 페르젠 백작 역에 민우혁, 이석훈, 이창섭, 도영이 캐스팅돼 새로운 시너지를 선보이고 있다. 공연은 오는 10월 3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일본 현대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탄생시킨 대형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작품은 마리 앙투아네트와 완전히 대비되는 삶을 살아온 가상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를 등장시켜 극적인 요소를 더한다. 마그리드 아르노는 혁명을 주도한 인물로 그려진다. 빈한한 삶으로 인한 고통은 그에게서 분노와 증오심을 키웠다. 그 후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의 선봉에 섰다가, 중요한 순간 깨달음을 얻고 뒤늦게나마 참된 정의를 실현하려 애쓰는 캐릭터다. 서사적인 측면에서 다소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설정도 분명 있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만큼이나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인물이라 꽤 애틋하게 느껴진다.
 


2021 마리 앙투아네트 공연사진(제공-EMK 뮤지컬컴퍼니)

 

이 밖에 작품 전반으로 본다면 스토리부터 의상, 소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고증에 가깝게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실제로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난하기 위해 쓰인 비속어와 마그리드 아르노를 낮잡던 일부 표현의 경우, 전 시즌과 달리 말 줄임으로 처리하거나 확실히 강세를 약하게 표현하면서 어감을 순화했다. 단, 뮤지컬에 등장한 실제 사건들은 극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 전후 순서를 바꾸기도 했다는 점을 미리 참고해 둔다면 훨씬 편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 공주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황태자 루이 16세와의 결혼을 위해 베르사유에 입성했다. 오랜 기간 적대관계였던 두 국가 간 정략결혼은 단순히 동맹을 맺기 위한 목적 외에도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당시 열네 살밖에 되지 않았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본디 지녔던 이름부터 시작해 복식, 행동거지 등 모든 것을 완전히 프랑스식으로 바꿔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뮤지컬 시작과 함께 페르젠이 부르는 ‘프롤로그 마리 앙투아네트’에도 이런 이야기가 간략하게 담겨있다.

 

낯선 환경에서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었던 그가 사치스럽고 화려한 생활에 몰두하기 시작한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른다. 루이 16세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주변 사람들은 그저 해맑은 그를 두고 손가락질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려고만 들었다. 그런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스웨덴 귀족 페르젠은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은 사랑이자 단 하나뿐인 자신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오로지 궁 생활에만 익숙한 탓에 바깥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혁명군의 날 선 칼날이 왕가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페르젠의 경고와 마그리드의 도발은 곧 현실이 됐다. 그릇된 증오심과 맹목적인 복수심은 어느덧 모두를 불태울 만큼 커져 있었다. 믿고 싶은 것만 믿었던 사람들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을 조금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그는 마지막까지 왕비다운 품위를 지키며 조작된 사실과 거짓 추문, 끔찍한 오해 속에 쓸쓸히 단두대로 향한다. 혁명의 불길이 절정으로 치솟자 남몰래 품은 본심이 결국 각기 다른 곳을 향하고, 정의를 구현하려 했던 의지마저 광기로 변해버린 모습은 놀랍고도 씁쓸하다.

 

이 모든 장면은 360도로 회전하는 대형 턴테이블 위에 고스란히 펼쳐져 입체감을 더한다. 속도감 넘치는 무대전환도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작품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대표 넘버인 ‘최고의 여자’,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 ‘더는 참지 않아’ 등을 듣다 보면 감정은 더욱 고조된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탄식이 우러나는 순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무겁게 막을 내린다.

 

수많은 오해 속에 가려졌던 진실은 오늘이 되어서야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여전히 참된 정의를 찾기 위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요즘,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던진 질문은 물음표가 되어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돌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공연 예술이 갖는 가치도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작품이 전할 긍정적인 영향력을 기대해본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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