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Musical Over:view) 어둠에 갇힌 영혼을 구원한 사랑, 뮤지컬 ‘드라큘라(Dracula)’
방석현 기자 | sj@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1-07-16 13:47 수정 2021-07-16 13:50

뮤지컬 드라큘라 공연사진(사진-오디컴퍼니)

 


영원불멸의 사랑이란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뮤지컬 ‘드라큘라(Dracula)’를 보고 나면 새삼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더욱더 궁금해진다.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사랑, 가슴 아픈 마지막을 예감하면서도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마는 사랑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죽음을 초월한 세기의 로맨스, 뮤지컬 ‘드라큘라’가 지난 5월 20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막을 올렸다. 4연으로 돌아와 오는 8월 1일까지 이어질 이번 시즌 공연은 더욱더 화려해진 영상미와 조명으로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고, 작품의 특징인 4중 턴테이블 장치를 활용해 공간 감각을 확대했다. 또 ‘드라큘라’와 초연부터 오랜 인연을 맺어온 실력파 김준수, 거부할 수 없는 지닌 전동석, 섬세한 연기로 짙은 여운을 남기는 신성록이 주연으로 나서 눈길을 끈다. 여기에 조정은·임혜영·박지연(미나 역), 강태을·손준호(반헬싱 역), 조성윤·백형훈(조나단 역), 선민·이예은(루시 역) 등이 함께 무대에 올라 환상적인 호흡을 맞춘다.

 

뮤지컬은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원작 소설(1897년 작)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지킬 앤 하이드’의 명곡들을 만든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았고, 돈 블랙과 크리스토퍼 햄튼이 대본과 가사를 썼다. 소설 속 드라큘라는 동유럽 흡혈귀 설화에 나오던 이미지처럼 그저 잔혹한 악마에 지나지 않지만, 뮤지컬은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캐릭터에 인간적 면모를 부여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신을 저주한 죄로 400년이란 긴 시간을 외로이 감내해 온 남자가 환생한 사랑과 다시 만나, 그를 되찾고자 애쓰는 모습이 애절하고도 가슴 아프게 각인된다.

 

2001년 첫 공연 이후 여러 차례 수정과 워크숍을 거쳐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드라큘라’는 이후 스위스, 일본, 오스트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 공연되다 2014년에 이르러 마침내 한국 관객들과 처음 만나게 됐다. 초연 당시 약 2개월 만에 10만 관객을 동원해 눈길을 끌었으며, 흥미로운 전개와 서정적인 음악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한국에서 선보인 뮤지컬 ‘드라큘라’는 다른 국가에서 공연됐던 작품에 비해 드라큘라 캐릭터가 훨씬 더 젊게 그려진다는 차이점을 갖는데, 이는 ‘초대 드라큘라’ 김준수의 아이디어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뮤지컬 드라큘라 커플컷 포스터(사진-오디컴퍼니)
 

무대 양옆을 둘러싼 촛불들이 흔들리고, 스산한 바람 소리가 들리면 본격적인 막이 오를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신호다. 무대 중앙에 비친 형체의 존재감이 조금씩 더 짙어지기 시작한 순간, 검붉은 피로 물들어가는 흰 십자가가 드라큘라의 귀환을 알린다. 드라큘라 백작의 초대로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갖게 된 인물들은 마치 회오리를 만난 듯, 예상치 못한 삶의 풍랑에 빠르게 휩쓸리며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흥미롭게도 극 중 모든 캐릭터는 어떠한 ‘선택’을 내릴 순간에 처하게 되는데, 과연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지 상상해보는 경험 또한 신선한 재미다.

 

클래식 선율을 타고 흐르는 팝과 록의 조화도 뛰어나다. 그만큼 뮤지컬 ‘드라큘라’엔 누구나 좋아할 만큼 매력 있는 넘버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강렬한 사운드가 인상 깊은 ‘Fresh Blood’와 미나를 향한 간절함이 스민 ‘She’, ‘Loving You Keeps Me Alive’는 각기 다른 감성으로 대비되며 비극적 감회를 솟게 한다. 또 미나의 단독 넘버 ‘Please Don’t Make Me Love You’, 마지막을 눈앞에 둔 연인의 ‘Finale’도 빼놓을 수 없는 추천곡이다.

 

인간이 가진 보편적 욕망과 내밀한 속내, 이상적 사랑을 모두 담은 뮤지컬 ‘드라큘라’.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사랑을 앞에 두고 억눌렸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묘한 감정이 낯설지만은 않다. 끝없이 펼쳐진 파멸의 길로부터 진실한 사랑에게 구원받고 비로소 평안을 되찾는 모습은 무엇인지 모를 희망을 꿈꾸게 하기도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온몸을 휘감은 감동, 짜릿한 전율을 여러분과 꼭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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