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팬텀] 티타니아(사진-EMK제공) 사랑과 낭만으로 가득한 파리에도 외로움은 있었다. 물안개가 자욱한 파리 오페라 극장 아래 홀로 지하 묘지에서 살아가는 남자.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면서도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를 두고 다들 ‘유령’ 또는 ‘팬텀’이라 불렀다. 그런 그가 다시금 삶의 의미를 찾게 된 건 바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거리에서 악보를 팔던 크리스틴이 오페라 극장에 오게 되면서부터였다. 마치 운명처럼, 모든 이야기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라이선스 뮤지컬 ‘팬텀(PHANTOM)’이 돌아왔다. 2015년에 초연됐던 작품은 올해로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마니아층이 상당한 흥행대작 중 하나로, 지난 3월 17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해 오는 6월 2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세상이 무너진 이 순간, 너의 음악이 되리라’란 대표 문구처럼,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팬텀’은 변함없이 아름다우면서도 감동적인 멜로디로 반복된 일상에 지친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뮤지컬 ‘팬텀’ 역시 프랑스 추리 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원작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바탕으로 창작됐다. 하지만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제작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완전히 다르게 전개된다. 놀랍게도, 오히려 시도는 이 ‘팬텀’이 먼저였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확실하게 차별화된 뮤지컬 ‘팬텀’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극작가 아서 코핏과 음악 및 가사를 맡은 모리 예스톤이 함께 한 작품으로, 고전적인 분위기 속에 현대적인 감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무엇보다도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발레, 성악, 오케스트라 연주를 한 무대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감격스럽기 그지없다. 자연히 뮤지컬 배우와 성악가, 발레리나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출연진이 다 모였다는 사실 또한 이 작품의 강점이다. 가면 속에 정체를 숨긴 팬텀 역에는 박은태, 카이, 전동석, 규현이 이름을 올렸고, ‘팬텀의 영원한 사랑’ 크리스틴 다에 역은 김소현, 임선혜, 이지혜, 김 수가 맡았다. 이 밖에 윤영석, 홍경수, 신영숙, 주아, 최성원, 에녹을 포함해 발레리나 김주원, 황혜민, 최예원, 발레리노 김현웅, 정영재, 윤전일 등도 무대에 오른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번 ‘팬텀’은 소프라노 임선혜가 연기하는 크리스틴 다에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여서 더욱더 소중하다. 작품에서는 주인공인 팬텀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면서 숨겨졌던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새롭게 덧붙였다.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오페라 극장 사람들을 두려움으로 몰아넣었던 존재를 향한 궁금증에 안타까운 서사를 더하면서 개연성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잔혹하게만 보였던 공포의 대상도 결국 같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에 연민과 더불어 애틋한 감정이 증폭된다. 에릭은 예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흉측한 외모를 타고난 탓에 ‘팬텀’이란 가면을 쓴 채,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둠 속에서 늘 숨어 살아야만 했다. 타고난 운명을 저주하며 평생 마음 편히 쉴 곳을 찾아 헤매던 그에게 크리스틴은 존재만으로도 안식처이자 위로이고, 희망이었다. 하지만 길게 허락되지 않은 행복이 결국 에릭을 떠나게 되면서 끝이 다가오고야 만다. 3시간에 걸쳐 풍성하게 펼쳐진 이야기는 화려한 볼거리와 어우러져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작품의 백미인 거대 샹들리에 추락 장면뿐만 아니라 팬텀의 가면 컬렉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들여 만든 가면들은 모두 적절한 장면에 쓰이면서 팬텀의 감정을 좀 더 세밀하게 표현한다. 또 이번 시즌 팬텀 가면에 작은 변화가 생겼는데, 얼굴을 전부 가리다시피 했던 기존 반 가면을 더 작은 가면으로 바꾼 덕분에 배우의 표정을 훨씬 더 생생히 느낄 수 있게 됐다. 반복된 멜로디가 자연스레 깊이 각인되는 넘버도 좋다. 크리스틴과 팬텀이 같이 부른 ‘내 고향’과 크리스틴의 데뷔 무대를 장식한 ‘비스트로’는 인물이 느낀 설렘과 기쁨이 가득 담겼다. 팬텀의 넘버 ‘그 어디에’와 ‘그대의 음악이 없다면’, 그리고 작품 전체 분위기를 아우르는 ‘내 비극적인 이야기’는 서곡과 리프라이즈로 각각 달리 불리며 극적인 장면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여전히 생생히 남겨진 여운은 글을 쓰는 동안에도 자꾸만 뮤지컬 ‘팬텀’을 추억하게 만든다. 지금껏 멈출 줄 모르고 돌아가는 OST를 보니 조만간 다시 공연장을 향하리란 예감이 강하게 든다. 요즘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멜로디, 뮤지컬 ‘팬텀’이 당신의 눈과 귀를 황홀하게 적셔줄 그 순간을 독자들과 꼭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란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
[2021 팬텀] 티타니아(사진-EMK제공)
사랑과 낭만으로 가득한 파리에도 외로움은 있었다. 물안개가 자욱한 파리 오페라 극장 아래 홀로 지하 묘지에서 살아가는 남자.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하면서도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를 두고 다들 ‘유령’ 또는 ‘팬텀’이라 불렀다. 그런 그가 다시금 삶의 의미를 찾게 된 건 바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거리에서 악보를 팔던 크리스틴이 오페라 극장에 오게 되면서부터였다. 마치 운명처럼, 모든 이야기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라이선스 뮤지컬 ‘팬텀(PHANTOM)’이 돌아왔다. 2015년에 초연됐던 작품은 올해로 벌써 네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마니아층이 상당한 흥행대작 중 하나로, 지난 3월 17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해 오는 6월 2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세상이 무너진 이 순간, 너의 음악이 되리라’란 대표 문구처럼,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팬텀’은 변함없이 아름다우면서도 감동적인 멜로디로 반복된 일상에 지친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뮤지컬 ‘팬텀’ 역시 프랑스 추리 소설가 가스통 르루의 원작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바탕으로 창작됐다. 하지만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제작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완전히 다르게 전개된다. 놀랍게도, 오히려 시도는 이 ‘팬텀’이 먼저였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확실하게 차별화된 뮤지컬 ‘팬텀’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극작가 아서 코핏과 음악 및 가사를 맡은 모리 예스톤이 함께 한 작품으로, 고전적인 분위기 속에 현대적인 감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무엇보다도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발레, 성악, 오케스트라 연주를 한 무대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감격스럽기 그지없다. 자연히 뮤지컬 배우와 성악가, 발레리나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출연진이 다 모였다는 사실 또한 이 작품의 강점이다. 가면 속에 정체를 숨긴 팬텀 역에는 박은태, 카이, 전동석, 규현이 이름을 올렸고, ‘팬텀의 영원한 사랑’ 크리스틴 다에 역은 김소현, 임선혜, 이지혜, 김 수가 맡았다. 이 밖에 윤영석, 홍경수, 신영숙, 주아, 최성원, 에녹을 포함해 발레리나 김주원, 황혜민, 최예원, 발레리노 김현웅, 정영재, 윤전일 등도 무대에 오른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번 ‘팬텀’은 소프라노 임선혜가 연기하는 크리스틴 다에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여서 더욱더 소중하다.
작품에서는 주인공인 팬텀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면서 숨겨졌던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새롭게 덧붙였다.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오페라 극장 사람들을 두려움으로 몰아넣었던 존재를 향한 궁금증에 안타까운 서사를 더하면서 개연성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잔혹하게만 보였던 공포의 대상도 결국 같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에 연민과 더불어 애틋한 감정이 증폭된다.
에릭은 예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흉측한 외모를 타고난 탓에 ‘팬텀’이란 가면을 쓴 채,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둠 속에서 늘 숨어 살아야만 했다. 타고난 운명을 저주하며 평생 마음 편히 쉴 곳을 찾아 헤매던 그에게 크리스틴은 존재만으로도 안식처이자 위로이고, 희망이었다. 하지만 길게 허락되지 않은 행복이 결국 에릭을 떠나게 되면서 끝이 다가오고야 만다.
3시간에 걸쳐 풍성하게 펼쳐진 이야기는 화려한 볼거리와 어우러져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작품의 백미인 거대 샹들리에 추락 장면뿐만 아니라 팬텀의 가면 컬렉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들여 만든 가면들은 모두 적절한 장면에 쓰이면서 팬텀의 감정을 좀 더 세밀하게 표현한다. 또 이번 시즌 팬텀 가면에 작은 변화가 생겼는데, 얼굴을 전부 가리다시피 했던 기존 반 가면을 더 작은 가면으로 바꾼 덕분에 배우의 표정을 훨씬 더 생생히 느낄 수 있게 됐다.
반복된 멜로디가 자연스레 깊이 각인되는 넘버도 좋다. 크리스틴과 팬텀이 같이 부른 ‘내 고향’과 크리스틴의 데뷔 무대를 장식한 ‘비스트로’는 인물이 느낀 설렘과 기쁨이 가득 담겼다. 팬텀의 넘버 ‘그 어디에’와 ‘그대의 음악이 없다면’, 그리고 작품 전체 분위기를 아우르는 ‘내 비극적인 이야기’는 서곡과 리프라이즈로 각각 달리 불리며 극적인 장면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여전히 생생히 남겨진 여운은 글을 쓰는 동안에도 자꾸만 뮤지컬 ‘팬텀’을 추억하게 만든다. 지금껏 멈출 줄 모르고 돌아가는 OST를 보니 조만간 다시 공연장을 향하리란 예감이 강하게 든다. 요즘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멜로디, 뮤지컬 ‘팬텀’이 당신의 눈과 귀를 황홀하게 적셔줄 그 순간을 독자들과 꼭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란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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