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안현정의 컬쳐 포커스 만들어진 전통, 새로운 창조인가 답습된 모방인가
방석현 기자 | sj@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1-04-30 14:42 수정 2021-04-30 14:49
현대미술로 둔갑한 달항아리, BTS 음악에 등장한 전통국악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미 누군가 다 해놓은 것들을 꿰매고 고쳐서 다시 만든다는 것. 한때 드라마와 패션에서 불던 복고(復古) 열풍도 이런 의도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이와 연관된 학술적 언어가 바로 ‘만들어진 전통(Invented tradition)’이다. 이 개념은 1983년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Eric Hobs bawm, 1917~2012)이 주창한 것으로, “전통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실제로는 최근에야 시작된 것이고, 때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만든다’와 ‘시작한다’가 전혀 다른 뜻을 갖는다는 것이다. 전통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근대 국민국가 형성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정체성을 창조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우리가 전통을 ‘오래된 옛 소재’로만 인식한다는데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으나 2021년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달항아리 바람’이나 BTS 음악에 등장한 전통국악의 예들은 대중적 인기와 더불어 전통이 성공적으로 활용된 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통’은 고정되지 않은 전하여 통해지는 ‘과정형 가치’라는 사실이다. 소재주의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해석을 통해 새로운 전통의 방향을 만들어 가야하기 때문이다.  


달항아리 100년史, 야나기의 민예부터 미술시장 마케팅까지 

지난 2월 25일자 중앙일보(25면) 문소영 기자는 “‘달항아리’는 철학과 감성 결합한 최고의 브랜딩 사례”라는 기사에서 최근 문화계에서 일고 있는 달항아리의 유행을 요목조목 정리하여 세간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이를 반영하듯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실에 명상형 달항아리 공간이 등장하는가 하면, 지난 3월 열린 화랑미술제에서 ‘Sold Out’된 가장 많은 작품들은 달항아리 그림이었다.


김환기의 <항아리와 매화>(1954) (출처 : 환기미술관)



문 기자는 1960년대 등장한 명칭 달항아리의 이름을 지은 이가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1913~1974)이거나 그의 절친인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최순우(1916~1984)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달항아리의 이름은 백자대호(白瓷大壺), 흰 빛깔을 가진 큰 항아리라는 뜻이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달항아리 대표작가로는 구본창, 고영훈, 강익중, 최영욱 등이 있지만, 실제 달항아리 그림은 근·현대 문학잡지를 장식하거나, 김환기를 비롯한 1950~60년대 작가들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곤 했다. 김환기의 <항아리와 매화>(1954)에서 보이는 것처럼, 늘 백자를 집안과 마당에 두었던 그는 ‘이조항아리’라는 시를 쓸 정도로 항아리에 애착을 가졌다. “지평선 위에 항아리가 둥그렇게 앉아 있다. 굽이 좁다 못해 둥실 떠 있다. 둥근 하늘과 둥근 항아리와 푸른 하늘과 흰 항아리와 틀림없는 한 쌍이다. 똑 닭이 알을 낳듯이 사람의 손에서 쏙 빠진 항아리다.” - 김환기의 ‘이조항아리’

전통도자의 유행은 100년 전 열린 조선미술전람회(1922~1944, 1923년 제2회전부터 다수 등장)에서도 다수 발견되며, 1925년 제4회에서는 재조선일본인 화가가 매화가지가 꽂힌 백자대호 작품으로 3등상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유교적인 사대부 중심의 계층적 미술이 아닌 민중의 예술인 민예(民藝)에 심취한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의 영향으로, 조선미술전람회 공예부의 작품들에서, 전통도자 위에 꽃을 꽂는 정물화의 모습에서 그 유행의 전조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한편, 야나기의 민예운동에 큰 영향을 받은 영국 현대 도예가 버나드 리치(Bernard Leach, 1887-1979)가 1935년 서울방문 시 구입한 백자대호는 현재 런던 대영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버나드 리치는 이 항아리를 구입해 가면서 “나는 행복을 안고 갑니다”라며 좋아했다고 한다.  조선 백자의 담백한 자연미감에 빠진 그는 야나기와의 교류 속에서 자신의 작품에 여백과 자연미감을 품고자 했다. 아시아문화에 심취한 그는 화려한 스튜디오풍 영국자기들을 단아한 미감으로 변화시키는데, 여기에는 아마도 달항아리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았을까 한다.


BTS RM이 공개한 권대섭의 달항아리 (출처 : 방탄소년단 공식SNS)


최근 방탄소년단(BTS) RM이 현대도예가 권대섭의 달항아리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달항아리는 인스타 그램같은 SNS를 크게 달구고 있다. ‘민예적 성격의 백자대호’에서 세련된 가정에 잘 어울리는 ‘장식적 대중예술’로 그 이미지가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달항아리의 유행에는 자본시장의 마케팅과 대중효과가 팽배해 있으므로, 이를 과열이 아닌 새로운 전통으로 만들어 나가야할 책임 또한 남겨진 것이 사실이다.   


BTS 음악에 등장한 전통, 국악퍼포먼스와 ‘대취타’ 
작년 6월 발매된 BTS 슈가의 신곡 첫머리에는 “대취타! 대취타! 자 울려라 대취타!”라는 음악과 함께, 실제 조선 저잣거리에서 펼쳐지는 도전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이미 국악과 한국춤을 퍼포먼스에 활용한 바 있는 BTS의 곡들은 대부분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넘긴다. 대취타 발매 당시 국악계는 국악과 대중문화가 ‘글로벌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울 기회라며 풍악을 울리는 분위기였다. K팝과 국악을 곡이 일부에 활용한 예는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태평소 샘플링과 2013년 GD의 ‘늴리리야’ 등이 있었지만, 왕의 행차를 위한 음악을 전면에 내세워 실제 국립국악원의 1984년 버전을 사용한 점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앞서 RM이 달항아리의 유행을 보여주듯이 슈가가 던진 ‘전통을 활용한 대중 표상’은 난타 같은 타악 분야에서 국악을  활용한 것과는 더 큰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서구적인 틀로 살아온 오늘의 삶 속에서도 곳곳에 자리한 전통과의 소통은 우리가 만들어나갈 세계화의 나침반일지 모른다. 다이나믹과 하이브리드를 내세운 ‘문화한류’ 속에서 전통을 순혈주의에만 가둬둔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중화와 세계화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읽어야할 전통의 재발견, 다양한 관객층을 견인하고 있는 전통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향후 예정돼 있는 ‘국가 규모의 공연과 다양한 전시(국악원의 새로운 도전과 국립현대미술관 7월 덕수궁 전시 주목)’ 등에서 새롭게 바탕을 정비해 나갈 예정이다. 대중성으로 무장한 전통 만들기, 세련된 브랜딩과 마케팅을 통해 ‘문화한류의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할 시점이자 전문화된 전통원형의 깊이를 동시다발적으로 연구해야할 때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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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개
  • macmaca 2021-05-01 03:44 | 신고하기

    국제법상 일본이 항복후, 포츠담선언(카이로선언 포함)에 따라, 한국영토에서 일본의 모든 주권은 없어왔음.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는 한국영토에 주권.자격.학벌이 없어왔음. 현행헌법 임시정부 구절(한일병합 무효, 을사조약등 불평등 조약 무효, 대일선전포고)에도 맞지 않는게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임.해방후 미군정부터 국사 성균관(성균관대)교육을 시켜온 나라 대한민국임.

    Royal성균관대(조선.대한제국 유일무이 최고교육기관 성균관승계,한국 最古.最高대).Royal서강대(세계사반영,교황윤허,성대다음예우)는 일류,명문.주권,자격,학벌없이 대중언론항거해온 패전국奴隸.賤民불교Monkey서울대.주권,자격,학벌없는 서울대.추종세력 지속청산!

    http://blog.daum.net/macmaca/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