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북유럽의 예술교육 - 자연이 주는 여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예술의 힘
편집부 기자 | jw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0-10-16 10:06 수정 2020-10-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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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풍광
시리도록 차가운 하얀 빙하, 하늘을 수 놓은 오색 빛깔의 오로라,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들판, ‘북유럽’하면 떠오르는 풍경이다. 

북유럽은 예술의 나라로도 유명하다. 동화의 아버지 안데르센, 사랑스러운 ‘무민’을 만들어 낸 얀손, ‘말괄량이 삐삐’의 린드그렌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세계적인 문학가들이다. 클래식 음악에서도 그리그, 시벨리스우스 등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음악가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효율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가구 이케아,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레고 등 북유럽 문화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들로 거듭나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저명한 예술가들을 배출하고 실용적이며 창의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창의성으로 똘똘 뭉친 북유럽 예술계가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할까? 이번에는 덴마크 국립 교항악단, 오슬로 필하모닉의 대표들의 생각과 스웨덴 예술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책적, 재정적 뒷받침을 살펴보고자 한다.  
  
북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오슬로 필하모닉은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와 라벨을 배출한 세계적인 악단이다. 악단 대표 뢰위네스달은 “노르웨이 사람들은 바다, 숲, 산속의 오두막에서 지내는 시간을 사랑하기에 그리그를 포함한 작곡가들은 아름다운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훌륭한 음악가가 많은 것은 자연이 주는 영감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관대해지면서 마음이 열리는 것처럼 오슬로 필하모닉의 음악에서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이점을 느낄 수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진부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게 느껴지는 그 삶의 방식이 그들의 창의성의 원천이며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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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국립교향악단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은 세계적인 현대 작곡가 닐센과 함께 성장했다. 이 곳은 그들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단원을 선발한다. 한 파트의 단원들이 모두 심사과정에 참여해 각 파트의 단원을 뽑는다.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자신들과 평생 함께 할 소중한 가족을 맞이한다. 단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그들만의 음색에 활발한 의견 교환까지 이루어진다니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여기서 이루어지는 자유로우면서 민주적인 의사소통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이 곳 대표 킴 보르는 덴마크가 열린 마음과 투명함으로 교육하는 것이 창의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든다고 한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받는 환경이 민주적인 의사 소통을 일상에서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과 음악을 가까이하는 삶이 국민들을 행복하게 한다고 믿는다. ‘행복을 기반으로 하는 서로에 대한 존중’. 일상에 치여 아이들의 이야기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하는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스웨덴 예술위원회에서 가장 많이 지원하는 분야는 문학. 상상력은 책읽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얼마 전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씨가 이 곳에서 수여하는 아동문학상 중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린드그렌상을 받아 스웨덴의 문학계가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또한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무성애자 등 성소수자라도 차별 없는 평등한 인권을 갖도록 예술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지원한다. ‘공평’을 위한 평등을 실현시키기 위해 힘 있게 정책을 끌고 나가는 저력은 그들의 예술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대자연과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다. 늘 자연을 가까이 하기에 여유로워져 열린 마음을 갖고 있을까? 마음이 여유로워 나를 존중하고 남을 배려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평등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싹튼 것일까? 어쨌든 그들의 예술과 문화에 자연이 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이판에서 한 달 살이를 한 적이 있다. 아침, 점심, 저녁마다 바다는 매일 다른 표정으로 우리를 반겼다. 해가 뜬 날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청량하고 투명한 에메랄드 색, 태풍이 부는 날은 겉과 속을 드러내지 않은 짙은 파란 색. 바다의 수평선은 끝이 없었고 하늘과 바다는 하나가 되어 가슴 가득이 들어찼다.   
  
빡빡한 서울의 생활에서 자연으로 탈출했던 그 때를 일 년 중 ‘없는’ 한 달로 하기로 마음먹으니 어느 때보다도 느긋한 마음으로 자연에 물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의 기억은 나의 힘든 하루를 지탱해 주는 생생한 위로가 되고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연 속에서 실컷 놀며 느긋하게 보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세상을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쉴 새 없이 오간다. 아이들이 맘놓고 자연에서 놀 수 있는 환경이 좋다는 것을 머리로 알고 있는데도 부모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초조해지곤 한다. 신나게 뛰어노는 동안 우리 아이들이 뒤쳐지거나 놓치는 게 생기는 건 아닌지. 

이제는 초조해지는 순간이 올 때마다 북유럽의 정경과 그들의 아름다운 음악, 문학작품 그리고 사이판의 바다를 떠올리려 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자연을 품고 만들어 낼 관대함과 타인에 대한 이해심을 기대해 보려 한다. 그 속에서 단단해져 싹 틔울 갖가지 아름다운 생각이 열매를 맺는 날을 상상하며 나무 대신 고층 빌딩, 꽃과 열매 대신 오색 간판이 가득한 ‘차가운 도시의 초조한 엄마’도 주말엔 ‘따뜻한 자연의 관대한 엄마’로 변신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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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사진교체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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