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Musical Over:view) 유쾌한 패러디의 향연, 매력 만점 뮤지컬 ‘썸씽로튼’
편집부 기자 | jw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0-09-18 12:58 수정 2020-09-18 13:03
사본 -[썸씽로튼] 메인 포스터.jpg
사진제공 엠씨어터
뮤지컬은 이제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예술 장르 중 하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느새 대중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과연 인류 최초로 뮤지컬이 탄생한 순간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여기, 기발한 아이디어와 넘치는 유머로 가득 찬 뮤지컬 한 편이 어쩌면 당신의 상상에 더 큰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지 모른다.

 2019년 내한해 첫선을 보였던 뮤지컬 ‘썸씽로튼(Musical Something Rotten!)’이 올해 국내 라이선스 버전으로 다시 한번 반가운 인사를 전했다.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썸씽로튼’은 셰익스피어의 문학이 사람들의 영혼을 사로잡고 연극이 대중적 인기를 끌던 영국에, 뮤지컬 황금기의 30년대 브로드웨이가 결합된 모습을 상상해 새롭게 그린 뮤지컬이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느낌은 마지막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인류 최초로 뮤지컬이 탄생한 순간, 그 중심에 바텀 형제가 있었다는 상상과 함께 좀처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기발한 패러디가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사본 -something_rotten1.jpg

본격적인 막이 오르면 ‘Welcome to the Renaissance’를 외치며 흥겹게 리듬을 타는 두 유랑 악사의 이끌림을 따라 16세기 런던, 문화와 낭만으로 가득 찬 르네상스 시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연극을 만드는 닉 바텀과 나이젤 바텀 형제는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꿈을 잃지 않고 성공 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과거 같은 극단에 소속됐던 셰익스피어가 연이어 대성공을 이루자, 상대적으로 번번이 실패만 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만다. 고민 끝에 닉은 아내 비아가 고이 모아둔 돈을 훔쳐 미래를 점치러 갔다가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예언가 토마스 노스트라다무스를 만난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라던 그는 닉에게 앞으로 ‘노래로 하는 연극’인 ‘뮤지컬’이 대세가 될 것이라 말한다. 

 토마스가 부른 넘버 ‘A Musical’엔 사람들이 뮤지컬을 사랑하게 될 수밖에 없는 모든 이유가 담겨있다. 처음에는 믿지 못하던 닉이었지만, 우연히 토마스의 예언과 일치하는 일을 경험하자 그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리고는 급기야 셰익스피어의 차기작 ‘햄릿(Hamlet)’과 발음이 비슷한 ‘(햄)오믈렛(Omelet)’이라는 뮤지컬을 준비하기에 이른다. 그런 가운데 동생 나이젤은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포샤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풋풋한 사랑을 키워간다. 한편, 창작의 고통을 겪던 셰익스피어는 나이젤의 뛰어난 글을 보고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내어 바텀 형제의 계획을 살피기 위해 극단에 잠입한다. 과연 뮤지컬 ‘오믈렛’은 바텀 형제에게 성공의 열매를 맛보게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엉망진창 좌충우돌 뮤지컬 탄생기는 작품만이 가진 유쾌하면서도 독창적인 매력과 더해지며 멈출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사본 -something_rotten2.jpg
 
뮤지컬 ‘썸씽로튼’의 특별함은 적절한 비틀기와 유머, 정겨운 언어유희에 있다. 겉보기엔 고전적이지만 현대적인 느낌을 함께 품으면서 원작이 가진 뉘앙스를 자연스레 살렸다. 여기엔 영화 ‘데드풀’, ‘스파이더맨 홈커밍’, ‘보헤미안 랩소디’ 등의 번역을 맡았던 번역가 황석희의 숨은 노력이 빛났다. 놀랍게도 뮤지컬 번역은 그의 첫 도전이다.
 또, 곳곳에 인용된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이나 오늘날 우리가 즐겨보는 뮤지컬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뮤지컬 ‘썸씽로튼’엔 다가올 미래에 성공할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뮤지컬 마니아라면 금세 눈치챌 ‘브로드웨이 42번가’, ‘지킬앤하이드’, ‘시카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렌트’, ‘에비타’, ‘위키드’, ‘스위니토드’, ‘캣츠’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로 손꼽히는 셰익스피어를 당대 최고의 록스타처럼 묘사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가죽 재킷을 입은 셰익스피어가 ‘Will Power’를 노래하며 자신의 인기에 한껏 취한 채 능청스레 무대를 휘젓는 모습을 보다 보면 어느새 감출 수 없는 미소가 번진다. 이뿐만 아니라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여성 캐릭터들도 달라진 요즘 시대상을 적극 반영했다. 관객들은 이 모든 요소들로부터 낯선 듯 친숙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뮤지컬을 아끼는 관객들에게 더 없는 종합 선물세트가 될 작품, 뮤지컬 ‘썸씽로튼’. 예상보다 길어지는 위기 상황 속에서 이제는 생활 방역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마음 방역라고도 한다. 이럴 때, 고품격 패러디가 선사하는 청량한 웃음과 함께 코로나 블루로 가라앉은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확실한 기분 전환이 되어 줄 것이다. 


사본 -최윤영_공연칼럼니스트.jpg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뷰티누리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전체댓글 0개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