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그널] 안현정의 컬쳐 포커스 백남준이 예견한 ‘정주 유목민’의 현실화
편집부 기자 | jwle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0-09-11 10:57 수정 2020-09-11 11:05
“추석연휴까지 즐기는 랜선 공연과 전시, '뮤캉스’ 제안”

코로나19가 반년이상 장기화되자 모든 걸 멈췄던 공연예술계는 네이버 TV와 유튜브를 활용한 랜선 공연으로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를 시도하고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과 국립국악원 등은 공연을 VR 등을 활용한 최첨단 영상기술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렇듯 진화된 기술력이 점차 공연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장르별로 다양해진 콘텐츠가 ‘안방공연’을 다각화하면서 이제 공연이나 전시를 영상으로 즐기는 것이 익숙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표준 ‘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랜선 감상의 시대, 백남준 다시-읽기  

코로나가 우리 삶을 잠식하기 전인 2019년 런던 테이트모던에서는 2020년 2월9일까지 전 세계에 흩어진 백남준(1932~2006)의 대표작 200여점을 모아 타계 13주기 회고전을 열었다. 26년 만에 처음 복원된 <시스틴채플>부터 영상·빛·위성으로 우리를 하나로 모았던 흔적까지 그야말로 시대를 앞서간 천재를 그리워한 이들이 발길을 옮겼다. 실재 2022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술관과 시카고 미술관, 싱가포르 내셔널갤러리와 등 5개 미술관에서 열리기로 한 순회전시는 백남준의 조카(저작권을 승계한 켄 백 하쿠타, 한국명 백건)와의 갈등으로 한국에서 개최 계획이 없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전시를 다녀온 이들은 시대를 앞서간 그의 천재성이 오늘날 일반적인 것이 된 SNS, 유튜브 등의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한 4차혁명의 기반기술들 속에서 이미 예견됐다고 말한다. 

이미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47분 37초, 컬러, 사운드)을 통해 전 세계를 인공위성으로 생중계하며 상호소통적인 예술매체로 활용하는 ‘참여 TV’의 가능성을 제시한 백남준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이 그의 저서 『1984년』에서 ‘빅 브라더(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권력 및 사회체계)’가 텔레비전 지식과 권력으로 대중을 통제한다는 비판에 돌을 던진 것이다. 우리는 백남준을 미술가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사유는 사실 음악에서 발현되었다. 현대음악의 대표주자인 살럿 무어만과 존 케이지 등과의 협업이 그랬고, 오늘날 일반적인 것이 된 SNS,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한 4차혁명의 기반기술들은 대부분 음악적인 형식을 통해 구현되었다. 

실제 한 번도 공연한 적이 없던 요셉 보이스와 존 케이지 등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팝 가수들은 백남준의 기획에 의해 오늘날 랜선공연의 단초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비판과 위기의 시대에 마련된 랜선예술의 다원화 전략은 이후 <바이 바이 키플링>(1986), <손에 손잡고>(1988) 라는 위성오페라 3부작에 의해 완성되었고, 오늘날 우리가 다시금 백남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남겨 주었다. 

“인생은 길고 예술은 짧다” 말에 가장 적합한 그는 모던 시대를 관통한 우리의 미래를 ‘정주 유목민(Sationary Nomad)’에 빗댔다. 유목 개념은 공간과 시간을 뉴미디어 속에서 함께 즐기면서 매개와 소통의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여러 사람이 공감하는데 있다. 브라운관 TV는 스마트폰으로, 위성은 다양한 플랫폼 기술로 대체됐을 뿐이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전 세계를 다원예술로 연결하기 위한 시도, 우리는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백남준의 예측과 만나게 되었고 그가 보여준 데자뷰(Deja vu)같은 ‘랜선 아트’의 시대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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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한 부분, 1984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SIQLhyDIjtI)


안방서 즐기는 ‘랜선공연’에서 ‘온라인경매’까지

최근 ‘랜선공연’의 인기는 코로나 장기화와 함께 공연, 전시 등의 새로운 컨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탤런트 이광기씨는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강헌)이 공모한 아트경기2020과 함께, ‘이광기의 온오프라인 아트쇼’를 통해 12시간 라이브를 유튜브와 네이버TV에서 선보인바 있다. 아트쇼는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오프라인 관람을 제한했지만, 첫 시도로서는 천여명이 넘는 동시관람을 기록하며 새로운 장르확산에 기여했다. 공연에서는 아쉽게도 모든 참여 아티스트가 마스크를 쓰고 실시간 영상을 기록했는데 매일 이어지는 공연과 코로나로 침체된 미술계를 살린다는 취지에서 아트경기 선정작가들의 라이브 경매 역시 새롭게 선보였다. 

이 현상에 대해 MBC 뉴스데스크는 “온라인 전시회나 온라인 연주회 같은 '비대면 문화생활'이 늘고 있는데 이제 온라인 미술품 경매까지 등장했다.”며 “코로나19로 작가들의 작품활동과 시민들의 문화생활이 위축되자 경제활동과 문화적 재미 두마리 토끼를 잡아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끼스튜디오 대표인 이광기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트쇼의 부제인 ‘Show must go on’은 ‘그래도 쇼는 계속된다’는 코로나 시대 극복과 회복을 주제로 한 풍성한 융복합 예술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다양한 강연과 아트토크, 국내 미술시장 및 코로나 시대의 미술에 대한 대담, 김규식 첼리스트와 ‘라틴 코리아’ 조윤성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미디어 아트, 특히 미술·음악·무용·악기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Brava Art Museum의 종합 예술 공연 등은 유튜브 광끼채널을 통해 언제든지 다시보기로 시청가능하다. 경기문화재단과 함께한 27시간에 걸친 라이브 공연은 다가오는 긴 추석연휴, 안방에서 보는 랜선공연과 전시라는 새로운 ‘뮤캉스’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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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경기2020과 이광기의 온오프라인 아트쇼(출처: MBC 저녁뉴스)

이러한 방식은 제작·유통과정이 공연보다는 영화와 방송에 가까워 기존 공연 혹은 전시들과는 구분된다. 이러한 다차원의 영상물이 국가 지원 없이 안정적인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는 보완제로서 산업화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국외와 달리 예술시장이 작은 국내상황에서 온라인 공연과 전시서비스만을 위한 온라인 라이브가 제작된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세종문화회관은 민간 공연 10편을 선정해 온라인 생중계를 지원하고 2021년 다원예술 전시를 위해 1억원에 가까운 전시예산을 편성해 놓았다. 이렇듯 활발해진 공연 및 전시의 영상화 시도는 관련 산업을 육성·발전시키는 계기가 돼야 하며 디지털아카이브와 유통, 교육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민관차원의 지원 및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다수의 박물관과 미술관 등도 ‘랜선 전시’와 ‘유튜브 관람’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서울도시건축전시관(http://www.seoulhour.kr/main/ko/)과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가상현실(VR) 영상을 통해 다양한 전시보기를 제안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서울관과 청주관에서 각각 진행 중인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와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영상을 온라인미술관('https://look360.kr/vr/sto_mmcaseoul/sto_mmcaseoul/20517)을 통해 제공한다. 
VR전시는 공간을 상하좌우 360도 회전하며 볼 수 있는 실감 영상으로,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위치와 작품을 클릭하여 전시장을 간접적으로 공간이동 할 수 있다. 

다가오는 추석연휴 다양한 랜선전시와 공연을 통해 백남준이 제시한 ‘정주 유목민’의 자세에서 ‘뮤캉스’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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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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