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존재감,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과 고뇌를 그리다
![]() 올 초 성공적인 초연을 마무리했던 뮤지컬 ‘마리 퀴리’가 재연으로 돌아왔다. 예상보다 빠른 귀환에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번에는 대극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카이스트 출신 김태형 연출이 전체적인 지휘를 맡아 무대 구성과 분위기, 동선, 넘버 등을 다듬고 규모를 키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대학로에서, 그것도 여성 캐릭터를 원톱으로 앞세워 작품을 만드는 일은 흔치 않은데, ‘마리 퀴리’는 그 한계를 뛰어넘으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당당히 증명해냈다. 여기에 2018년 트라이아웃부터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을 모두 맡아온 김소향과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대학로 무대에 서는 옥주현이 나란히 캐스팅돼 또 한 번 시선을 끌었다.
작품은 과학사에 길이 남을 그를 무대 위로 불러와 온전한 한 인간으로 재조명한다. 하지만 ‘뛰어난’ 마리 퀴리가 아니라 인물이 가진 고뇌와 고통, 극복과 성장에 주목했다. 역사적 사실에 다양한 상상력을 가미한 전개는 눈물 없이 볼 수 없을 만큼 깊은 감동을 준다.
![]() 온 세상이 이 놀라운 물질에 뜨겁게 열광할 때 마리는 후속 연구에 매진한다. 그 사이 라듐은 널리 상품화되며 마치 인류를 구원할 물질처럼 추앙받는다. 암 치료와 관련해 의학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으리라는 가능성도 발견됐다. 그러나 그 이면엔 끔찍한 위험이 감춰져 있었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라듐의 두 얼굴은 마리를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했지만,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을 확인한 직후부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두려움과 절망을 이겨내고 라듐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나 자신의 연구가 초래한 결과를 회피하려 하지 않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여러모로 기존 작품과 차별화된 부분이 많다. 우선 여성 서사극을 떠올렸을 때 흔히 예측할 수 있는 전개를 따르기보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또, 보통 여성 캐릭터가 주연을 맡더라도 조력자나 친구 역할은 남성인 경우가 많은데 이와 다르게 안느 코발스키라는 여성을 내세웠다. 안느는 마리와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신뢰 관계를 맺고 문제 해결의 열쇠와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는 역할에 충실하며 끝까지 함께 성장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다채로운 넘버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그중에서도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 ‘또 다른 이름’, ‘그댄 내게 별’, ‘예측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은 작품의 서사를 더욱 단단히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만큼 큰 감동을 준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사한 대가로 영원한 고통을 받았듯, 마리 퀴리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빛나는 별은 끝내 자신의 위치를 잃지 않았다. 뮤지컬 ‘마리 퀴리’가 전한 희망의 메시지는 오늘날 자신의 궤도를 잃고 흔들리기 쉬운 상황에 놓인 모두에게 환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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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존재감,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과 고뇌를 그리다

올 초 성공적인 초연을 마무리했던 뮤지컬 ‘마리 퀴리’가 재연으로 돌아왔다. 예상보다 빠른 귀환에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번에는 대극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카이스트 출신 김태형 연출이 전체적인 지휘를 맡아 무대 구성과 분위기, 동선, 넘버 등을 다듬고 규모를 키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대학로에서, 그것도 여성 캐릭터를 원톱으로 앞세워 작품을 만드는 일은 흔치 않은데, ‘마리 퀴리’는 그 한계를 뛰어넘으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당당히 증명해냈다. 여기에 2018년 트라이아웃부터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 역을 모두 맡아온 김소향과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대학로 무대에 서는 옥주현이 나란히 캐스팅돼 또 한 번 시선을 끌었다.
작품은 과학사에 길이 남을 그를 무대 위로 불러와 온전한 한 인간으로 재조명한다. 하지만 ‘뛰어난’ 마리 퀴리가 아니라 인물이 가진 고뇌와 고통, 극복과 성장에 주목했다. 역사적 사실에 다양한 상상력을 가미한 전개는 눈물 없이 볼 수 없을 만큼 깊은 감동을 준다.

온 세상이 이 놀라운 물질에 뜨겁게 열광할 때 마리는 후속 연구에 매진한다. 그 사이 라듐은 널리 상품화되며 마치 인류를 구원할 물질처럼 추앙받는다. 암 치료와 관련해 의학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으리라는 가능성도 발견됐다. 그러나 그 이면엔 끔찍한 위험이 감춰져 있었다. 미처 예상치 못했던 라듐의 두 얼굴은 마리를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했지만,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을 확인한 직후부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두려움과 절망을 이겨내고 라듐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나 자신의 연구가 초래한 결과를 회피하려 하지 않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여러모로 기존 작품과 차별화된 부분이 많다. 우선 여성 서사극을 떠올렸을 때 흔히 예측할 수 있는 전개를 따르기보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또, 보통 여성 캐릭터가 주연을 맡더라도 조력자나 친구 역할은 남성인 경우가 많은데 이와 다르게 안느 코발스키라는 여성을 내세웠다. 안느는 마리와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신뢰 관계를 맺고 문제 해결의 열쇠와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는 역할에 충실하며 끝까지 함께 성장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다채로운 넘버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그중에서도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 ‘또 다른 이름’, ‘그댄 내게 별’, ‘예측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은 작품의 서사를 더욱 단단히 연결하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만큼 큰 감동을 준다.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선사한 대가로 영원한 고통을 받았듯, 마리 퀴리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빛나는 별은 끝내 자신의 위치를 잃지 않았다. 뮤지컬 ‘마리 퀴리’가 전한 희망의 메시지는 오늘날 자신의 궤도를 잃고 흔들리기 쉬운 상황에 놓인 모두에게 환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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