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어려워도 한국 화장품의 도전은 계속된다 9월 2일~5일, ‘제47회 중국 광저우 화장품 미용박람회’ 개최
중국 광저우=윤경미 기자 | yoonkm1046@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17-09-04 00:20 수정 2017-09-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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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아시아 최대 뷰티 전시회인 ‘제47회 중국 광저우 화장품 미용박람회(추계)’가 중국 광저우에서 개최됐다. 중국의 사드(THAAD) 보복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3월 열린 춘계 광저우 박람회에서 우리 기업은 그야말로 냉가슴을 앓았다. 공안의 눈빛은 매서웠고, 한국 기업의 판촉활동에 유독 모진 질책이 돌아왔다. 걱정 반, 기대 반. 지난 5월 개최된 상하이 박람회와 마찬가지로 우리 화장품 기업은 광저우에서 한 번 더 정세 완화에 기대를 품었다. 
 
개막 첫날의 분위기에 대한 평가는 ‘생각보다 괜찮다’였다. 박람회 전 ‘샘플판매 전면 금지’ 공고로 우려를 샀던 것과 달리 현장 판매에 가해진 큰 제재는 없었다. 부스 주위를 공안이 순찰했으나 이 또한 다른 국가관과 크게 다른 부분은 아니었다. 3월 춘계 박람회에 참가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번 전시회에서 단속이 너무 심했던 터라 큰 기대를 갖지 않고 브랜드 홍보 정도만 생각하고 참가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와보니 나름대로 상담도 이뤄지고, 일반 중국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 춘계 전시회보다는 분위기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을 토로한 기업도 적지 않다. 한 스킨케어 전문 업체 관계자는 “휴일인 일요일에 개막해 빅바이어보다는 에스테틱숍과 같이 개인 점포를 운영하는 작은 바이어가 더 많다”며 “중국 내 유통을 책임질 확실한 바이어를 만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스크팩 브랜드 업체 관계자 역시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이 완화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애초에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에 소매 유통상과의 계약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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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박람회 현장에서 한국 화장품 부스를 찾는 중국인 방문객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문제 삼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은 없었고, 제품력만 갖추고 있다면 한국 화장품을 사용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비쳤다. 이처럼 일반 중국 소비자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우리 기업이 고배를 마시는 시점은 사실 ‘세관 통과’ 단계에서다. 현장에서의 수요를 확인한 중국 바이어가 대량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해도, 중국 세관에서 까다로운 기준으로 유통을 막으니 어찌할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해 한 화장품 업계 전문가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적 기조가 더욱 강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제품 수입은 정부로부터 미운털 박히기 딱 좋은 구실이기 때문에, 설령 소비자가 원하더라도 중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근에는 한국 화장품을 수입한 특정 기업이 드러나지 않는 이른바 ‘따이공’을 통한 소규모 거래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뷰티 쪽은 박람회에서 한국관이라도 구성할 수 있지만, 자동차와 같은 타 산업의 경우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주최사의 참가 거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두 국가 간 ‘사드’라는 정치적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딱히 손쓸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바이어와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한국 화장품은 시장의 최전선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수준 높은 기술과 기발한 아이디어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멈춰서게 했다. 광저우 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한 코스메슈티컬 브랜드 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드로 인한 마찰이 염려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놓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브랜드를 알리는 것만이라도 좋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신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분명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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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 ‘파조우 전시장(Paxhou Complex A·B·C)’에서 개최된 이번 박람회는 개최규모만 30만 제곱미터를 기록했다. 26개의 상품관에 화장품부터 미용·두발용품, 네일, 패키징, 미용기기와 부자재, 살롱, 스파까지 다양한 뷰티관련 품목 자리했다. 한국 화장품 기업은 해외전시 주관업체인 코이코 주관으로 128곳이 국가 공동관을 이뤄 참가했다. 이외 IBITA 주관 및 개별 참가 기업을 합치면 약 180곳에 달하는 우리 기업이 이번 박람회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화장품 기업 부스는 파조우 전시장 A·B홀에 집중됐는데, 이는 C홀이 비교적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시회 입구와 바로 연결된 A·B홀과 달리 C홀은 전시회 전용 버스를 타야할 정도로 먼 거리에 위치해있다. 개막 당일은 36도에 달하는 한여름 날씨를 보였다. 이에 걸어서 이동할 엄두를 내지 못한 방문객들이 긴 줄을 서 버스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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