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시대’ 현지화 없으면 성공도 없다 코스모프로프 월드와이드 볼로냐 2017 V - 컨퍼런스 ④ 멀티컬처럴 뷰티
이탈리아 볼로냐=임흥열 기자 | yhy@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17-04-21 09:38 수정 2017-04-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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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이 휴대폰, TV 사업보다 어려운 것은 다양한 피부톤·타입과 취향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현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문화까지 깊이있게 파악해야 한다. 아직까지 K-뷰티가 중국에 집중돼 있고, 색조화장품의 수출 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개최된 ‘코스모프로프 월드와이드 볼로냐 2017’에서 다섯 번째로 진행된 컨퍼런스 ‘Multicultural Beauty - How Brands are Tapping into This Strategic Sector’는 다양한 지역·국가의 각기 다른 소비자들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현지화란 무엇인지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자리였다. 시간은 16일 오후 5시 15분(현지 시간), 장소는 코스모프라임 세미나룸이었다.

이번 컨퍼런스의 전략적 파트너는 미국의 트렌드 분석·전망 전문업체 뷰티스트림즈(www.beautystreams.com). ‘코스모프로프 월드와이드 볼로냐 2017’에서 다수의 세미나와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한 뷰티스트림즈는 이번에도 남다른 통찰력과 분석력으로 멀티컬처에 대한 혜안을 보여줬다.

뷰티스트림즈의 란 부(Lan Vu) 대표가 사회와 미국(북미) 소개를, 뷰티스트림즈의 브라질 트렌드 디렉터 페르난다 피가토(Fernanda Pigatto)가 브라질(남미) 소개를, 뷰티스트림즈의 글로벌 비스포크 디렉터 앤-캐서린 오브리(Anne-Catherine Auvray)가 프랑스(유럽/MENA) 소개를, 마르타 틸라 그룹의 마케팅 디렉터 킬랄라 틸라(Kilala Tilaar)가 인도네시아(아시아) 소개를 담당했다.

히스패닉 급증이 야기한 멀티컬처 열풍
과거 미국 화장품시장에서는 백인 여성들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라티노(Latino)라고도 불리는 히스패닉(Hispanic)이 미국의 소수계 인종 중 최대 그룹으로 자리잡으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히스패닉의 부상은 기존 헤게모니의 파열을 야기해 흑인과 황인 역시 그에 상응하는 존재감을 부여받게 됐다. 이제 대다수의 화장품 브랜드들은 각 인종을 모두 고려한 색조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광고에서도 이런 부분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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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을 비롯한 대다수의 해외 화장품업체들은 여러 인종을 고려한 색조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란 부 대표는 “랑콤을 예로 들면 주력 제품의 광고에 백인, 흑인, 히스패닉 여성을 동시에 등장시키며 페어(Fair), 다크(Dark), 미디엄(Mediim) 스킨톤 모두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면서 “바람직한 현지화는 브랜드 고유의 철학에 각 지역의 문화적인 특성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멀티컬처는 21세기의 다원화 추세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데, 이를 가속화하고 있는 집단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블로거(Vlogger, Blogger)다. 이들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문 프로슈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제품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유튜브와 SNS 등에 올림으로써 해당 제품의 성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순기능도 갖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브랜드 광고나 홍보 모델보다 인지도 높은 블로거를 더욱 신뢰하고 있는데, 이것이 곧 소셜 인플루언서라는 개념이 탄생한 이유다.

미국에서 히스패닉과 흑인, 황인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이들의 인구 비율이 백인을 완전히 넘어설 전망. 이에 따라 에스닉 마이너리티를 겨냥한 브랜드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캐롤스 도터와 오닉스박스, 레이나 레벨드, 베사메 코스메틱, 라후아, 수퍼스타 블로거 미셸 판(Michelle Phan)의 EM 코스메틱 등이 대표적이다.

브라질, 인도네시아도 다문화 색채 두드러져
남미와 동남아 역시 다양한 인종이 혼재해 있다. 남미의 경우 베네수엘라는 43%가 백인, 50%가 메스티소(Mestizo; 중남미 원주민인 아메리카 인디언과 에스파냐계·포르투갈계 백인과의 혼혈 인종)이며, 콜럼비아는 10%가 백인, 58%가 메스티소, 아르헨티나는 97%가 백인이다. 브라질에는 포르투갈계 백인, 메스티소, 흑인이 엇비슷한 비율을 형성하고 있다.

브라질은 남미의 대표국이다. 면적은 세계 5위, 인구는 세계 6위이며, 화장품시장 규모는 미국, 중국, 일본 다음으로 크다. K-뷰티의 새로운 시장에 대해 논할 때 브라질이 항상 빠지지 않는 이유다. 특히 전체 인구의 63.2%가 39세 이하, 39.6%가 24세 이하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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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는 자연스러운 컬을 구현하는 제품들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헤어케어와 퍼스널 케어, 색조화장품, 남성 그루밍 분야가 전체 뷰티시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헤어케어 시장은 세계 2위 규모로 아프로-브라질리언을 타깃으로 자연스러운 컬(Curl)을 구현하는 제품들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브라질의 남성 그루밍 시장은 2019년 세계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페르난다 피가토는 “브라질 뷰티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연 원료”라며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로컬 브랜드 나투라가 현지 시장에서 점유율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우리가 중국 다음으로 정복해야 하는 시장이다. 인구가 2억5831만명으로 세계 5위인 데다 향후 5년간 화장품시장 성장률이 21.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수 천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답게 300개 이상의 민족이 공존하고 있으며, 300년 동안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아 혼혈인의 비중이 매우 높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려면 멀티컬처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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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인 사리아유.

킬랄라 틸라는 “인도네시아 여성의 피부톤은 크게 다크 브라운(Dark Brown), 라이트 브라운(Light Brown), 옐로위시(Yellowish), 화이트 투 핑키시(White to Pinkish)의 4가지로 구분되며, 색조 브랜드는 적어도 이 4가지 컬러를 무조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 기후가 덥고 습하기 때문에 세범 컨트롤, UV 프로텍션, 브라이트닝 이펙트, 롱래스팅 등이 포뮬러의 핵심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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