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의 출발점… 일시적 고통 감수하고 강력한 변혁 추구해야 화장품 선진국으로 가는 길 - 전시
송상훈 기자 | rangsung@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15-09-11 09:41 수정 2015-09-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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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의 분류가 더욱 세분화 되면서 전시회 역시 완제품, OEM·ODM, 원료, 부자재, 유아 관련 등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국내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지만 향수, H&B숍 전문 전시회 등도 매년 개최될 만큼 다양성과 개성을 가진 전시회가 지속적으로 열려 많은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해외 국가의 대사관에서도 해외 기업을 초청해 국내 기업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 정도로 전시회는 각 기업에게 최고의 효과를 선사하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에 화장품 전시회가 안착한 것은 얼마되지 않은 일이다.

수십년의 역사를 가진 해외 전시회에 비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최근 국내 화장품 시장이 한류 열풍을 타고 승승장구하면서 국내 전시회에 관심을 가지는 해외 바이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꾸준한 참관객 증가, 지속적인 해외 바이어 초청으로 전시회의 볼륨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면에는 근본적인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 전시회’는 중소·약소 기업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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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시장은 ‘프로페셔널 시장’과 ‘매스 시장’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최근 매스 시장은 약 10개의 화장품 브랜드가 화장품 업계를 좌지우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화장품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브랜드가 국내 박람회에 참가 해야 해외 바이어들이 더 유입되고, 그 규모 면에서도, 내실 면에서도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업의 전시회 참가는 자율성을 띄고 있다.

참가 여부에 대한 것은 각 기업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게다가 이미 이름이 해외에 알려져 있는 굴지의 기업들은 필요에 따라 바이어들이 직접 찾아와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전시회에 참가에 대한 큰 이점을 느끼지 못한다.

이에 국내 대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국내 전시회에 참가를 고사하고 온라인 및 SNS, 유튜브, 블로그 등 인터넷을 활용한 홍보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나가며 불특정다수의 잠재고객을 충성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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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에서 한류 열풍이 불면서 화장품 매스 시장이 활황기를 맞고 있다. 내수 전시회이지만 한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국내 업체와의 교류를 위해 국내 전시회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조금씩 늘어나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양적으로는 성장하는 듯 보일 수 있지만 질적으로 바라보면 기술과 경쟁력을 보유한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빠져 있는 실정이다.

한류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 아닌 해외 바이어를 만나기 위해 참가한 중소, 소규모 업체 위주의 전시회가 지금의 국내 화장품 전시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류 거품이 빠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5~10년 후에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전시회 뿐만 아니라 화장품 업계 전반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에 국내에서 진행되는 전시회에 내실을 기해 한류에 편승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제품에 관심을 갖는 바이어들이 국내 전시회에 직접 찾아오도록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되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해외 전시회로 눈돌리는 국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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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전세계에서 열리는 뷰티 관련 전시회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국내 화장품 업체는 이미 포화상태로 돌아선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하에 국내 전시회보다 더 많은 바이어들을 만날 수 있는 해외 전시회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불안한 국내 경제가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내수 시장 또한 위축되어 소비자들의 구매율이 낮아지고 있는 시점에 더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오히려 기업들에게 해외 수출이라는 최후의 선택으로 몰아가고 있다.

화장품 기업들을 위해 중앙정부 및 협회, 단체, 지자체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국내 화장품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특히 화장품 관련 신흥국에서 열리는 전시회 참가는 대부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부스 설치부터 디스플레이, 홍보 등 전시회와 관련된 모든 제반 비용을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마련해는 국내 전시회보다는 일정 비용을 지원받는 해외 전시회에 더욱 매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들만의 리그’ 아닌 공존할 수 있는 여건 조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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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은 전시회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지 않다. 이에 대기업과 관련된 협력사들도 전시회에 나올 이유를 상실하는 것”이라며 “해외 박람회의 경우 다국적 기업 등 굴지의 화장품 기업들이 크게 부스를 내 전시회의 규모를 더욱 키워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 및 약소기업들만 참가, 진행해야 한다는 큰 리스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매스 시장은 브랜드 가치가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스 시장과 관련된 소비재 품목 전시회는 비단 화장품뿐만이 아니다. 가전, IT제품 등의 전시회도 대기업의 미참여로 중소기업, 소규모 기업들이 어깨를 펴기 어려운 형국이다. 화장품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페셔녈 시장은 대다수가 중소, 소규모로 운영되는 기업들이다.

해당 시장에 몸담고 있는 매장 및 학원 관계자들이 강제 동원되지 않으면 프로페셔널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회는 축소에 축소를 거듭하게 될 형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시회의 툴 자체는 오픈되어 공정한 계약거래의 취지로 마련되었다. 30~40년 밖에 되지 않은 새로운 전시회 툴이 그보다 더 오래 된 역사를 가진 미용 관련 단체나 협회에서 진행하는 이미 고착화된 전시회 및 행사를 변화 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미 타깃팅 되어 있는 미용사나 지부 등 네트워킹 되어 있는 ‘그들만의 리그’에 새로운 것, 새로운 변화를 창출해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홍콩 코스모프로프는 매스와 프로페셔널 시장이 공존하는 대표적 전시회다.

시장 규모가 크고, 이미 오래전부터 열려 있는 영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 전시회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화장품 시장은 매스와 프로페셔널 시장의 공존이 어려운 구조다.

다만 국내 전시 업체들은 B2B 형태의 전시회를 지향하고 있으나 B2C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바이어와의 미팅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으나, 소비자들에 대한 홍보 및 현장구매까지 고려하는 기업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B2C 형태로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각국 DB 및 영업력 확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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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의 국내 기업들은 국내 전시업체의 능력에 대해 물음표를 달고 있다. 

리드(Reed Exhibitions)와 같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전시 기업의 경우 세계 각 국 기업의 DB를 가지고 있다. 각국에 설립되어 있는 지사를 통해 영업력의 확보뿐만 아니라 시장에 대한 동향의 정확한 데이터를 파악해 낼 수 있고, 새로운 시장 형성시 발빠르게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시업체가 이와 같은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뿐만 아니라 그만한 자원, 소스, 네트워킹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한 전시업체 관계자는 “유럽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오가닉의 경우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인증방법에 대해 각국의 기준이 다르고, 인증해주는 업체도 각기 다르다”며 “국내 화장품 시장이 의존하고 있는 중국 시장도 최근 급변을 거듭하고 있어 전시업체들과 협약을 맺은 협회도 현지 상황에 대한 명확한 내용을 전달하기 어렵다. 이와 함께 중국 각 지역의 정책들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전시회와 비교했을때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전시회가 없다. 기술, 원료, 재료 등 원천적인 기술력으로 세계에서 인정 받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을 국내 전시회가 아닌 해외 전시회에서 선보여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며 “해외 인프라나 DB, 각 국의 동향 등을 신속하게 전달하고, 시의성에 맞는 트렌드를 제시하는 해외 굴지 기업들과의 연결 부분이 아직은 미비해 해외 전시업체와의 격차가 점차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내수 진작과 해외 진출을 위한 또 하나의 뿌리가 되는 국내 전시회가 올 곧게 자리내리고 있는 듯 하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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