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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숍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화장품 유통을 주도했던 원브랜드숍은 그 어느 때보다 변화무쌍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전통의 강호들이 하락세를 보이고 중하위권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는 이변이 속출함에 따라 업계는 이런 흐름을 화장품시장 패러다임 변화의 일각으로 보고 있다.
현재 브랜드숍의 양대 이슈는 상권 사수와 글로벌 진출이다. 먼저 상권 사수는 쉽지 않은 난제다. 각 상권에 화장품 매장이 포화를 이루고, 소비자들의 화장품 구매 패턴이 채널과 브랜드에서 제품으로 이동하고,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화장품 로드숍은 직격타를 맞고 있다. 굳이 매장에 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넘쳐나는 정보를 통해 스마트폰 하나로 쉽게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데다 싸면서도 좋은 화장품들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브랜드숍 가맹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3~4개 로드숍이 경쟁하던 상권에 8~9개의 매장이 들어서고 여기에 H&B숍까지 가세해 나눠먹기를 하다보니 요즘엔 남는 게 없다”면서 “신제품이 나와도 젊은층은 테스터만 써보고 제품은 구입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매장에서 모바일 쇼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개탄했다.
브랜드숍 가맹사업은 빠르게 레드오션으로 변모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으로 세일과 이벤트가 잦아지면서 점당 효율은 바닥까지 내려간 상태다. 이에 따라 주요 브랜드숍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직영점 수가 가맹점 수를 추월했다. ‘가맹점 운영난, 폐점, 상권 보호를 위한 직영점 전환’의 악순환 속에서 특히 브랜드숍 상위권 중 직영점 비율이 가장 높았던 미샤는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이익 기여가 부진했던 지하철 매장 50곳을 포함해 약 80개 매장을 정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규 브랜드숍의 영역 확장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서울에서 8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세를 넓히려면 가맹사업을 전개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만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본사는 가맹점의 성공을 보장해야 한다. 점주에게 가맹점은 자신과 가족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가맹사업만 벌려놓고 책임을 지지 못한다면, 그것은 본사와 점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반면 브랜드숍의 글로벌 진출은 탄탄대로이며, 대다수의 업체들이 해외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업계 1위 더페이스샵은 2004년 싱가포르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해외 28개국에서 1,5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더페이스샵은 2014년 해외 시장에서 1,61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약 25%가 증가한 수치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사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도 순항 중이다. 이니스프리는 이미 중국에서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로 그 흐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해외 12개국에서 200여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에뛰드하우스는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싱가포르 등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며 K-뷰티 대표 메이크업 브랜드로 각광받고 있다.
미샤와 네이처리퍼블릭, 잇츠스킨, 토니모리, 스킨푸드, 바닐라코, 더샘 등 여타 업체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과 모바일로 쇼핑의 국경이 사라지면서 브랜드숍의 해외 매출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례로 미샤는 지난해 11월 중국 티몰의 광군제 행사에서 ‘M 퍼펙트커버 BB크림’이 5만개 이상이 팔리며 하루에만 1,600만 위안(약 2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네이처리퍼블릭의 메가히트상품 ‘수딩 앤 모이스처 알로에베라 92% 수딩젤’은 티몰이 주최한 ‘골든 뷰티 어워즈’ 크림 부문에서 최고상인 골드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로 잭팟을 터뜨린 잇츠스킨은 해외 매출이 무려 80%에 이른다.
비록 국내에서는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브랜드숍은 여전히 경쟁력 있는 화장품 유통채널이다. 야심차게 화장품시장에 진출한 YG엔터테인먼트가 문샷이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편 토니모리는 이달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헤리즈미라는 수출 중심의 방판 브랜드를 런칭한 데 이어 오는 8월 세컨드 브랜드숍 라비오뜨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브랜드숍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최근 벨포트를 비롯한 멀티숍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상황도 그만큼 틈새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숍은 매력적인 대상이다”라며 “대표 한류스타를 기용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패스트 코스메틱 컨셉으로 각 시즌별로 이슈 제품을 신속하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는 강점을 기반으로 브랜드숍은 올해에도 국내 화장품시장의 주도권을 이어갈 확률이 높다. 특히 상장을 추진 중인 업체들이 IPO 대박을 터뜨리면 상황은 또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