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K-뷰티의 '애플스토어' 같은 공간 만들겠다” 레페리 최인석 의장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5-06-04 06:00 수정 2025-06-04 06:13

레페리가 지난달 22일부터 2주간 세 번째 셀렉트 스토어를 열고 있다. 이번엔 레오제이, 아랑, 소윤 세 크리에이터가 서울 성수XYZ에 합동 출격했다. 레페리 최인석 의장은 이번 세 번째 스토어에 1, 2회차 행사 대비 가장 큰 예산을 투입했고 규모와 완성도 면에서도 가장 자신있는 결과물을 준비했다.  최근 성수에서 최 의장을 만나,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3회차 셀렉트 스토어는 무엇이 달라졌나

공간, 예산, 사람 모두 달라졌다. 1, 2회차 셀렉트 스토어가 성공해  3차에 최대 예산을 쏟아,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30개 이상 브랜드가 각각 넒은 매대를 가져야 했고, 50명 이상이 모이는 커뮤니티 행사를 치를 공간도 마련해야 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성수동인만큼 안전 공간도 충분히 확보해야 했다. 참여 크리에이터도 세 명으로 늘리면서, 비로소 '스토어'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사업 모델에 대해 설명해달라

해외에 나가보면 K-뷰티가 판매되는 공간은 매우 허술하다. 일부가 주요 리테일에 들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브랜딩을 깎아 먹는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고 브랜드들이 팝업이나 매장을 따로 하기엔 너무 예산이 많이 들지 않나. 그 브랜드들과 함께 십시일반해, K-뷰티에 대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스토어를 만들어 보자는 것에서 출발했다. 공간의 퀄리티나 의미 측면에서 K-뷰티의 애플스토어 같은 공간이길 꿈꾼다.

브랜드들이 셀렉트 스토어에 입점하면 '입점비'를 내는데, 이는 단순 공간 임대료가 아니다. 매장 운영을 비롯해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제작, SNS 홍보, 이벤트 진행, 옥외 광고 등 모든 운영비가 포함돼 있다. 브랜드가 입점만 하면 셀렉트 스토어는 큐레이션하고 추천하고 소비까지 연결해주는 과정을 전개하는 구조다. 일종의 멤버십이다.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의 멤버십 개념을 벤치마킹했다.

이번에 함께하는 크리에이터를 소개하자면

레오제이는 이제 해외에도 영향을 미치는 국내 대표 크리에이터로 자리했고 그 상징성이 있어 첫 번째 셀렉트 스토어 때부터 함께 했다. 이번 셀렉트 스토어에선 레오제이 외에도 셀렉터로 참여할 수 있다는 다양성을 보이고 싶었다. 아랑은 스킨케어에서 신뢰도를 가진 인물이고, 구독자 수 대비 파급력이 큰 크리에이터다. 소윤은 트렌디함이 강점이며, Z세대 기준 셀렙에 가까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셋의 결이 달라 화보는 물론 현장에서도 더 다양한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


브랜드 및 제품 선정 기준이 꽤 엄격하다고 들었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는 소비와 연결돼야 의미가 있다고 본다. 크리에이터가 제품을 선정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그게 매장에서 구현된다. 이 과정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선별해서 인증한 제품만 들어오는 것이 원칙이고, 이것이 셀렉트 스토어의 진정성이다. 셀렉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아랑의 경우, 본인이 써보고 괜찮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면 절대 좋다고 말해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브랜드와 부딪히는 부분도 있다. 가령 셀렉터가 A 제품을 고르면, 브랜드 입장에선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B 제품을 밀고 싶어할 때가 있다. 더 예전에 나온 제품이더라도, 셀렉터가 더 낫다고 보면 셀렉션을 유지한다. 브랜드가 세일하자고 해도 하지 않는다. 기존 리테일러들이 보기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고 고수하고 있다.


인플루언서 산업이 K-뷰티에 미친 영향은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은 다양성, 속도, 트렌디함인데, 이는 인플루언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천 명이 넘는 캐릭터(인플루언서)가 피부 타입, 취향 등 뷰티에 대한 다양한 요소를 언급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나와 비슷한 사람'의 경험을 소개했고, 이것이 '롱테일' 구조를 가능케 했다. 작은 브랜드들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만든 셈이다.

현재 인플루언서 생태계는 성숙기에 접었다. K팝이 월드투어로 브랜드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처럼, 인플루언서 산업도 앞으로 뭔가를 더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콘서트라고 생각한다. 가수가 노래하는 대신 화장품을 추천하고 현장에서 함께 경험한다.  이것이 단순 유통이나 콘텐츠를 넘어 크리에이터 산업이 확장되는 방식이라고 본다.


추가 확장 계획은

국내에선 오는 7월 삼성, 하남, 수원 스타필드 세 곳에서, 또 청주 커넥트현대에서 셀렉트 스토어를 함께 개최할 계획이다. 

첫 해외 진출은 10월 일본이다. 도쿄 오모테산도에  1650㎡(500평) 규모의 스토어를 내기로 했다. 앳코스메 도쿄 바로 앞이며, 명품 브랜드들만 입점하는 자리다. 일본은 뷰티 리테일 시장이 엄청나게 쪼개져 있다. 국내 브랜드는 여러 유통사와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오모테산도 스토어엔 미팅룸, 세미나실을 만들어 브랜드들의 수출 계약을 지원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론 미국과 유럽까지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현지 브랜드도 입점할 수 있나

앞서 진행한 두 셀렉트 스토어에 이미 해외 브랜드가 입점했다. 현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나라 문화도 받아들이면서 융합하는 것이 수출이다. 한국 셀렉터가 좋은 현지 화장품을 소개하고 현지 크리에이터는 또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고, 이런 것들이 섞여야 로컬라이제이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레페리의 자사 브랜드(PB) 계획은 없나

예전에 시도는 했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 현재는 브랜드와 이벤트성으로 컬래버레이션하는 정도만 진행하고 있다. 더 나은 제품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고정된 PB를 유지하면 오히려 셀렉션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브랜드를 만드는 쪽보다는, 공간을 커스터마이징해 다양한 브랜드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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