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똑똑해진 소비자 눈높이 맞춘 브랜딩 비즈니스 펼쳐야 컨셉추얼 양문성 대표
편집국 기자 | media@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5-05-09 06:00 수정 2025-05-09 12:10

중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최대 규모의 시장이자, 지리적인 이점을 가진 가장 가까운 시장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제 과거의 시행착오와 많은 뷰티 정보로 무장한 똑똑한 소비자가 됐다. 더 이상 호기심만으로 ‘묻지마’ 구매를 하지 않는다. 이제 중국 총판이나 왕홍에 의지하는 것으로는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왕홍 마케팅은 우리 브랜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브랜드부터 중국의 수많은 로컬브랜드까지 모든 기업들이 틱톡(중국에선 도우인 抖音)과 왕홍 마케팅에 혈안이 되어 있다.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 메이저 브랜드들은 틱톡에만 연간 수천억대의 비용을 쏟아붓기도 한다. 트래픽 싸움으로는 승산이 없다.  


K-뷰티가 중국에서 다시 살아나려면

문제를 직시해야 해결할 수도 있는 법이다. 지금까지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인기가 식은 이유로 한한령, 애국소비, 가성비 있는 로컬 제품, 그리고 중국 경제의 침체를 지목해 왔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 어느 정도 한국 화장품의 추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한국 기업에서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다. 그저 비가 와서 혹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매출이 떨어졌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핵심은 중국 기업들의 눈부신 성장에 있다. 전통적인 강자들의 디지털 전환과 수많은 인디브랜드들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전체적인 제품들의 상향평준화가 일어났다. 중국 소비자들은 로컬 화장품의 품질에 대해 더 이상 불안해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해외 화장품을 찾아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 2023년 NMPA(중국약품감독관리국)에 등록된 화장품 제조허가 기업 수는 5500개, 로컬 브랜드 수만 20만개 이상이다.

온라인 전환이 더뎠던 일본에서는 K-뷰티가 인디브랜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수많은 로컬 인디브랜드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중국 소비자들에 대한 인사이트와 상호 소통을 통한 빠른 변화 그리고 온-오프 라인 채널에 대한 이해가 높고, 중국 왕홍들과의 네트워크도 강하다. 거기에 풍부한 자본력까지 갖췄다. 제품 카피를 통한 저가 전략을 펼치는 브랜드들도 많지만, 탄탄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가치를 높여가고 있는 저력 있는 브랜드들도 넘쳐난다.            

이제 한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을 수평이동시키는 것으로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이 제품이 “올리브영에서 1등이에요”라고 하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어, 내 피부에 맞는다는 보장도 없잖아. 한국 제품이 딱히 더 좋은 줄도 모르겠고” 라는 냉담한 반응이 돌아올 수도 있다. 이제는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중국 소비자들의 인사이트에 기반한 브랜딩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한다. 콧대가 높아진 중국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다가가야 할 때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한국 제품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에서 잘 팔리는 한국의 제품들이 있다. 라네즈의 메이크업베이스(중국 명칭으로는 꺼리슈왕 隔离霜)와 아크웰의 N4크림, 궁중비책의 아동선크림이다. 이 제품들은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잘 팔린다. 라네즈의 메이크업베이스는 라네즈의 대표상품인 슬리핑 립마스크팩 제품보다 더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제품이다. 다른 한국 제품들과는 달리 중국 소비자들의 루틴에 정착했다는 의미다. 라네즈나 아크웰과 같이 중국에 교두보가 마련된 브랜드들의 경우는 이를 토대로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확장할 수 마케팅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성피부를 위한 구원템’이라는 평판을 가진 아크웰의 N4크림은 여드름이나 트러블로 고생하는 지성피부에 적합한 제품이다. 그렇다면 아직 붙잡지 못한 건성 피부 소비자들을 위한 수분크림을 출시해서 타깃 확장을 도모하는 것보다는 이미 아크웰 제품에 만족한 ‘지성피부’를 가진 소비자들의 다른 피부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궁중비책은 빠르게 중국 시장의 유아선크림 시장을 선점해 높은 성과를 냈지만, 최근 ‘과학육아’로 무장한 로컬브랜드들의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궁중비책이 중국 유아동 스킨케어 시장에서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젊은 엄마들과 할머니들의 고충과 갈등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유아동 스킨케어는 전통 민간요법과 과학육아 정보 , 세대간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K-뷰티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제품들처럼 중국 소비자들의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루틴과 그 뒤에 담겨 있는 소비코드를 이해해야 한다.
  

▲ (왼쪽부터) 라네즈 스킨베이스, 아크웰 N4크림, 궁중비책 유아 선로션. ⓒ각 사, 컨셉추얼


한국 럭셔리 브랜드의 도전 과제  

중국 시장에서 설화수나 후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다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품 이상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 한국의 문화만을 일방향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태도도 바꿔야 한다. 럭셔리는 상품을 넘어 문화적 의미와 상징을 파는 비즈니스다. 

컨셉추얼에서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있던 설화수의 브랜드 콘셉트를 정교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을 때 설화수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재정의한 바 있다. 한방화장품이라는 제품 속성에 머물러 있는 콘셉트로는 브랜드에 의미와 문화적 상징성을 부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설화수 포지션은 한국의 ‘문화대사(ambassador)’로 설정했다. 설화수가 한국에서 전통 공예 작가들을 후원하고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면서 평판을 쌓아 온 것처럼 중국에서도 문화적인 브랜드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중국의 전통 작가들이나 중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들과의 협업도 적극 시도해야 한다. 달항아리와 같은 한국의 미학만을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우리의’ 브랜드로 인정받기 어렵다. 
  

▲ (왼쪽부터) 중국 자개장 모티브의 샤넬 광저우 매장, 이솝 서예 작가와의 컬래버. @이솝 홈페이지

샤넬이나 에르메스와 같은 명품 브랜드들도 중국의 전통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감을 보여 준다. 이솝(Aesop)은 그 어떤 한국 브랜드들보다 한국 문화를 접목한 브랜드 활동에 진심이다. 한국에서 이솝이 사랑받는 이유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문화를 팔려고 하면 먼저 그들의 문화 속에 침투해 들어가야 한다. 스타벅스가 ‘문화를 파는 브랜드’로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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