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화장품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 에코문도 프랑스 마크-앙드레 베르네 디렉터
김유진 기자 | pick@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5-04-15 06:00 수정 2025-04-15 06:53

서울에선 지난달 11일, 글로벌 화장품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규제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에코문도코리아가 주최한 제1회 ‘Safe Cosmetics 컨퍼런스’에는 국내 화장품 업계의 규제 및 품질관리 담당자 100여 명이 참석해,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최신 규제 트렌드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발표자는 프랑스 에코문도의 규제 및 독성학 책임자인 마크-앙드레 베르네(Marc-André Vernhet) 디렉터였다. 그는 변화하는 국제 규제 환경 속에서 브랜드들이 어떻게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베르네는 이브 로쉐(Yves Rocher), LVMH, 록시땅(L’Occitane) 등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와 20년 가까이 협업해온 전문가다.  베르네 디렉터에게 유럽 규제의 방향성과 K-뷰티가 준비해야 할 미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행사 이후 진행됐다.

▲  ‘Safe Cosmetics 컨퍼런스’에서 강연하고 있는 에코문도 프랑스 마크-앙드레 베르네(Marc-André Vernhet) 디렉터. ⓒ뷰티누리

최근 유럽에선 지속 가능성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전통적으로 소비자 안전성과 제품 효능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지금은 그 프레임이 바뀌고 있다. 지속 가능성과 환경 책임이 새로운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규제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유럽은 원료 조달, 포장 폐기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 EU 삼림파괴 방지 규정(EUDR) 등은 브랜드의 제품 개발 및 공급망 전략 자체를 재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K-뷰티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만한 규제는?

PPWR은 단일 사용 포장에 대한 규제 강화를 포함해, 브랜드가 보다 지속 가능한 포장 소재와 디자인을 채택하도록 유도한다. 2026년부터 시행될 이 규정은 특히 호텔 어메니티나 소형 샘플에 영향을 미치며, 반복 사용 가능한 포장으로의 전환이 핵심 과제다. EUDR은 삼림 파괴 없는 방식으로 생산된 원료만을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팜유, 코코아, 대두, 커피 등 특정 원료에 적용되며, 추적 가능성과 증명 책임이 기업에게 있다. 자연 유래 원료에 강점을 가진 K-뷰티 브랜드들에게는 복잡한 과제이자 동시에 차별화 기회가 될 수 있다.

 

브랜드들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속 가능성은 이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법적 요건’이다. 브랜드가 어떤 지속 가능한 노력을 했는지 ‘증명’할 수 있어야 하며, 데이터와 문서화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소비자뿐 아니라 규제 당국이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 주장을 검증하려 하기 때문에 단순히 ‘재활용 가능하다’는 문구를 붙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전체 밸류체인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해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EPR)’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린다.

EPR은 제조업체가 포장 폐기물의 수거, 재활용, 최종 처리에 이르기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유럽에선 이미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브랜드는 각 국가의 재활용 시스템에 등록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북미도 이 흐름을 따르고 있으며, 일부 주에선 독자적인 EPR 법안이 제정되고 있다. 문제는 규제가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가 또는 지역별로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수출을 계획하는 브랜드는 목표 시장별로 대응 전략을 별도로 수립해야 한다.

 

복잡한 규제 환경에서 브랜드가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에코문도는 이러한 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로 ‘Regulatory Watch’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유럽 및 북미의 주요 규제 업데이트를 간결하게 요약해 월간 보고서 형태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개별 브랜드를 위한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한다. 원료 규제 스크리닝, 라벨링 가이드, 포장 규정 대응, CSR 보고 등 실질적 이행이 필요한 전 과정에 대해 단계별로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지속 가능한 화장품 산업을 위해 한국 브랜드가 세워야 할 전략은?

K-뷰티는 이미 혁신성과 감성 마케팅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규제 준수라는 ‘안정성’ 요소가 더해진다면, 더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지속 가능성은 일회성 이슈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간 산업 구조를 바꿀 핵심 패러다임이다. 브랜드는 지금부터 이에 맞는 공급망, 제품 설계, 규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미래 시장을 선도하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규제는 위협이 아니라 혁신의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규제는 브랜드가 더욱 책임 있고 투명하게 성장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유럽은 그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선제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이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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