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이 끝나고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돼도 면세점은 여전히 어렵다. 상황이 쉬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면세업계는 비용절감에 매진하고 있다. 황금알 낳는 거위는 옛말, '밑빠진 독' 된 면세점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월 산업활동동향 자료에 따르면 1월 소매업태별 판매에서 면세점은 전년 동월 대비 41%나 감소했다. 면세점의 소매판매액 역시 같은 기간 40% 줄었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및 잡화점 등 주요 채널의 판매 및 매출액이 증가한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통계청은 "면세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화장품인데, 중국에서 입국하는 관광객들의 화장품 구매량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중개 무역상 등이 주도하는 화장품 수입도 감소했다"고 25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내수가 부진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면세업계의 침체는 그 정도를 넘어선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4조2249억원이다. 전년 대비 3.4% 증가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의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전인 2019년의 면세 매출은 25조원에 육박했고, 코로나가 막 시작된 2021년의 매출도 15조원이 넘었다. 대표 면세업체들의 수익성도 부진하다. 업계에 따르면, 4대 면세점이 모두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영업손실이 697원으로 늘어나 적자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도 359억원의 적자를 봤고, 롯데면세점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이 922억원까지 쌓였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영업손실은 288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줄었으나, 흑자 전환까지는 거리가 멀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엔데믹과 중국 단체관광객 허용 재개로 면세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여전히 더딘 상황"이라며 "지난해 면세산업 규모 역시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추정돼,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면세업 침체의 원인은 결국 중국인 1인 객단가 하락과 소비 트렌드 변화, 중국 면세점의 부상, 공항 임대료 등이다. 특히 패키지 여행이 소규모 개별 여행으로, 쇼핑·관광 목적에서 문화 체험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화장품을 면세점 대신 다이소 올리브영 등에서 소비하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면세업계 수익성 악화는 따이공(보따리상) 중심의 영업형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송객수수료 규모는 2022년 기준 7조1526억원으로, 2019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2023년부턴 수수료가 줄어들고 있으나, 그간 따이공 유치로 매출 확대를 노리던 면세업계는 악화된 수익 성적을 받아들어야 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암울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화투자증권 이진협 연구원은 "중국의 소비 부양책이 면세점 수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달러 환율 역시 면세품에 대한 가격 메리트를 낮추고 있어 국내외 일반 관광객들의 면세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비용 절감으로 피해 최소화 면세 업계는 빠른 시일 내에 업황이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비용 절감을 위한 여러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2021년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2022년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폐업에 이어 지난 1월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이 철수를 예고했다. 신세계면세점은 2026년까지 영업을 위한 특허권을 받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인력 정리도 한창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호텔신라의 TR(면세) 부문 정규직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는 각각 723명, 36명으로, 2019년 대비 18.5%, 66.4% 줄었다. 같은 기간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문 정규직 근로자는 16.3%, 기간제 근로자는 90.6% 감소했다. 신세계면세점과 롯데 면세점은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희망퇴직을 감행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 면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따이공과의 거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따이공의 자리를 내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개별 관광객, VIP 고객으로 채워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 당장은 매출 규모가 줄어들 수 있어도, 중장기적 수익 개선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롯데면세점 측의 복안이다. 호텔신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섰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장충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호텔신라는 '노인주거·여가복지 설치 및 운영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올라탔다. 호텔신라의 매출에서 면세사업의 비중은 약 83%인데, 면세사업이 부진하자 호텔·레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업계의 곡소리에 정부에선 면세업계를 위한 수수료 조정 등의 방책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는 정부가 면세점 매출에서 징수하는 특허수수료 50%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말일부터는 여행객이 면세로 구매할 수 있는 주류의 병 수 제한도 폐지된다. 지난 20일엔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를 오는 3분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국회에서도 면세산업의 지원에 뜻을 모으고 있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지정면세점에서의 구매횟수 제한을 현행 6회에서 12회로 상향 조정하고, 품목 제한을 없애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내놨다. 법안은 소관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상태다. 삼일 PwC경영연구원은 면세 사업 정상화를 위해 △면세사업 합작 운영 △시내면세점 철수 △송객수수료 자정 및 정부 시장 감시 기능 강화 △K-콘텐츠와 면세점의 융합 등을 제시했다. 특히 K-뷰티 등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면세점에 편집숍 형태의 팝업 공간 마련을 제안했다. 삼일 PwC경영연구원은 "K-뷰티 등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면세점에 단기 운영하는 편집숍 형태의 팝업 공간을 도입해보라"며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팬데믹이 끝나고 외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돼도 면세점은 여전히 어렵다. 상황이 쉬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면세업계는 비용절감에 매진하고 있다.
황금알 낳는 거위는 옛말, '밑빠진 독' 된 면세점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월 산업활동동향 자료에 따르면 1월 소매업태별 판매에서 면세점은 전년 동월 대비 41%나 감소했다. 면세점의 소매판매액 역시 같은 기간 40% 줄었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및 잡화점 등 주요 채널의 판매 및 매출액이 증가한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통계청은 "면세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화장품인데, 중국에서 입국하는 관광객들의 화장품 구매량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중개 무역상 등이 주도하는 화장품 수입도 감소했다"고 25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내수가 부진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면세업계의 침체는 그 정도를 넘어선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4조2249억원이다. 전년 대비 3.4% 증가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의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전인 2019년의 면세 매출은 25조원에 육박했고, 코로나가 막 시작된 2021년의 매출도 15조원이 넘었다.
대표 면세업체들의 수익성도 부진하다. 업계에 따르면, 4대 면세점이 모두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영업손실이 697원으로 늘어나 적자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도 359억원의 적자를 봤고, 롯데면세점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이 922억원까지 쌓였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영업손실은 288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줄었으나, 흑자 전환까지는 거리가 멀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엔데믹과 중국 단체관광객 허용 재개로 면세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여전히 더딘 상황"이라며 "지난해 면세산업 규모 역시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추정돼,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면세업 침체의 원인은 결국 중국인 1인 객단가 하락과 소비 트렌드 변화, 중국 면세점의 부상, 공항 임대료 등이다. 특히 패키지 여행이 소규모 개별 여행으로, 쇼핑·관광 목적에서 문화 체험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트렌드가 옮겨가면서, 화장품을 면세점 대신 다이소 올리브영 등에서 소비하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면세업계 수익성 악화는 따이공(보따리상) 중심의 영업형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송객수수료 규모는 2022년 기준 7조1526억원으로, 2019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2023년부턴 수수료가 줄어들고 있으나, 그간 따이공 유치로 매출 확대를 노리던 면세업계는 악화된 수익 성적을 받아들어야 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암울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화투자증권 이진협 연구원은 "중국의 소비 부양책이 면세점 수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달러 환율 역시 면세품에 대한 가격 메리트를 낮추고 있어 국내외 일반 관광객들의 면세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비용 절감으로 피해 최소화
면세 업계는 빠른 시일 내에 업황이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비용 절감을 위한 여러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
2021년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2022년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폐업에 이어 지난 1월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이 철수를 예고했다. 신세계면세점은 2026년까지 영업을 위한 특허권을 받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인력 정리도 한창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호텔신라의 TR(면세) 부문 정규직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는 각각 723명, 36명으로, 2019년 대비 18.5%, 66.4% 줄었다. 같은 기간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문 정규직 근로자는 16.3%, 기간제 근로자는 90.6% 감소했다. 신세계면세점과 롯데 면세점은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희망퇴직을 감행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 면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따이공과의 거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따이공의 자리를 내국인 관광객과 외국인 개별 관광객, VIP 고객으로 채워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것. 당장은 매출 규모가 줄어들 수 있어도, 중장기적 수익 개선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롯데면세점 측의 복안이다.
호텔신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섰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장충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호텔신라는 '노인주거·여가복지 설치 및 운영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올라탔다. 호텔신라의 매출에서 면세사업의 비중은 약 83%인데, 면세사업이 부진하자 호텔·레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업계의 곡소리에 정부에선 면세업계를 위한 수수료 조정 등의 방책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는 정부가 면세점 매출에서 징수하는 특허수수료 50%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말일부터는 여행객이 면세로 구매할 수 있는 주류의 병 수 제한도 폐지된다. 지난 20일엔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에 대한 한시적 비자 면제를 오는 3분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국회에서도 면세산업의 지원에 뜻을 모으고 있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지정면세점에서의 구매횟수 제한을 현행 6회에서 12회로 상향 조정하고, 품목 제한을 없애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내놨다. 법안은 소관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상태다.
삼일 PwC경영연구원은 면세 사업 정상화를 위해 △면세사업 합작 운영 △시내면세점 철수 △송객수수료 자정 및 정부 시장 감시 기능 강화 △K-콘텐츠와 면세점의 융합 등을 제시했다.
특히 K-뷰티 등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면세점에 편집숍 형태의 팝업 공간 마련을 제안했다.
삼일 PwC경영연구원은 "K-뷰티 등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면세점에 단기 운영하는 편집숍 형태의 팝업 공간을 도입해보라"며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