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인디 브랜드 인기 '지속 가능' 전망 SNS 발달·ODM 시스템이 배경, '브랜드 롱런'은 과제
김민혜 기자 | minyang@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11-01 06:00 수정 2024-11-04 00:08

인디 뷰티 브랜드가 K-뷰티 수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K-뷰티 인디 브랜드의 인기는 '반짝'이 아닌 '지속가능한 트렌드'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화장품은 무역 수지 흑자를 이끌고 있는 품목 중 하나다. 특히 중소기업이 선전하고 있는 대표적 산업군이다.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 중 중소·인디 브랜드 비중은 68.7%에 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디 뷰티 브랜드는 이제 "대기업 브랜드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고 평가한다. 기존엔 국내에서의 브랜드 및 제품 인지도가 중국 등 일부 해외 시장으로 그대로 옮겨져 대기업 브랜드가 훨씬 유리한 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이가영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인디뷰티 트렌드는 '소(小)자본, 비(非)대기업'  신생브랜드가 기존의 '대기업' 브랜드를 위협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K-뷰티 인디 브랜드가 북미 등 다양한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인디뷰티 열풍에, 한국의 인디 브랜드가 두각을 나타낸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기업과 소비자에 영향을 주는 '지속 가능한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 비대칭성 해소, 중소기업에 기회

이 애널리스트는 인디 뷰티 브랜드가 부상한 배경을 크게 사회문화적 배경과 산업구조적 요인으로 나눠 분석했다.

먼저, 사회문화적 변화로는 SNS의 발달 등으로 '정보 비대칭성'이 완화됐다는 점이 중요하게 언급됐다. 각종 소셜미디어와 SNS에서 뷰티 인플루언서가 뷰티 튜토리얼 영상이나 리뷰를 선보이면서 개별 제품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이 크게 낮아졌다. 기존엔 제품 효능을 파악할 수 있는 창구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대형 브랜드가 갖는 로열티가 컸지만, 이제는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돼 브랜드 명성에 대한 소비자 의존도가 현저히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일반 소비자들의 제품 후기 역시 정보 비대칭성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 리뷰나 화장품 정보 전문 사이트도 존재하지만, 아마존 세포라 등 온라인 구매처에서도 실사용자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제품에 대한 접근 및 정보 획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산업구조적으로는 소자본만으로도 브랜드 경영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 이전과는 크게 다른 점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 년 간 성공한 인디 브랜드가 다수 등장한 것은 화장품 브랜드의 창업 및 경영이 시간·비용 측면에서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화장품 제조사 SBLC Cosmetic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에서 화장품 브랜드를 창업하는 데 들어가는 초기 투자비용은 약 2000만 달러(약 2700만원)에 불과하다. ODM사를 통한 효율적 생산이 가능하고, 기존에 비해 저렴하고 효과적인 마케팅·유통 모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 ODM사 중심의 K-뷰티 산업 밸류 체인. ⓒ삼성증권

기존의 뷰티 대기업은 제품 연구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으나, 이제는 브랜드가 제품 기획 및 마케팅·유통만 담당하고 재료 조달 및 제품 생산은 ODM사에 맡기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ODM사들이 제품 레서피를 직접 개발해 선제안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브랜드는 선택만 하면 되는 환경이 조성됐다.

마케팅·유통 환경도 개선됐다. 최근 인플루언서 협업 비용이 지속적 상승세를 그리고 있기는 하나, TV 광고 등 기성 마케팅 수단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경제적이다. SNS를 통한 마케팅을 실시하면서 관심이 식기 전에 바로 구매로 전환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채널이 연결된 것 또한 인디 브랜드 매출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됐다.


고품질·신속한 시스템이 경쟁력

인디뷰티의 글로벌 인기 속에서도 K-뷰티는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구글에서 '최고의 화장품 브랜드'를 검색하면 상위권엔 대부분 인디 뷰티 브랜드가 뜨는데, 범위를 최근 5년, 1년으로 좁힐수록 최상위권엔 한국 브랜드가 많이 등장한다.

K-인디 뷰티 브랜드가 급부상하고 있는 원인으로 이 애널리스트는 먼저 '밸류체인 전체의 민첩성(agility)'을 꼽았다. 인디뷰티 자체가 기성 대기업 대비 높은 신속성을 보이지만, 한국은 밸류체인 전체의 리드타임을 좌우하는 핵심 단계의 생산 효율이 특히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ODM사·용기사가 빠른 리드타임을 갖추게 된 배경엔 제품을 미리 개발해 두고 진행하는 선제적인 영업 방식에 있다. 브랜드사의 요청이 있기 전부터 새로운 제품 유형을 개발해 브랜드사에 역으로 제안하는 방식의 영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시장 트렌드 선도 효과도 있다는 것이 이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수한 품질력'이 바탕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제품이 주장하는 효능·효과가 얼마나 잘 나타나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데, 실제 K-인디 뷰티 제품 구매평을 살펴보면 기능 구현 측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제품이 많다.

마지막으론 K-뷰티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확대됐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혔다. 늘어난 공급처가 수요 증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보가 널리 퍼지고 구매 경로도 다양해지면서, 중국·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산 화장품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 인지하게 됐다.

온라인 유통·마케팅이 활발해진 것과 수출 전문 유통사의 활약도 K-인디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노출도(exposure)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특히 실리콘투의 경우, 브랜드사로부터 재고를 미리 매입해 공격적인 물량공세를 펴거나 빠른 배송이 가능하게 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런 노력으로 해외 노출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브랜드의 유명세가 커지고 제품 수요가 더욱 증가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고 봤다.


꾸준한 새로움, 브랜드 가치 제공해야

좋은 흐름을 탄 것은 분명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뷰티 산업에서 K-뷰티 브랜드가 장기간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주의해야 할 점들도 있다.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김주덕  교수는 "아직까지 '롱런 브랜드'가 드문 게 K-뷰티의 약점"이라며 "창의적 제품들로 주목을 받은 만큼 끊임 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면 K-뷰티의 인기에 주목한 로컬 브랜드에 자리를 내줄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또한, "인력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연구개발을 위한 '기초체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국가 차원의 R&D 지원, 해외 전시회 및 진출 지원 등 꾸준한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효자 수출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K-뷰티에 대한 정부의 뒷받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인 것은 확실하다. 

브랜드 컨설팅 기업 컨셉추얼(Conceptual) 양문성 대표는 "특정 아이템이 아닌 브랜드 자체를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 진출 초기엔 눈에 띄는 K-뷰티 제품 하나가 다른 K-뷰티 제품 사용까지 이어지게 하는 '이너루프(Inner loop)'를 형성하게 하지만, 비슷한 제품이 늘어나고 경쟁이 심해지면 재구매율이 급감하면서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것.

양 대표는 "아직까지는 아이템 단위로 소비되는 K-뷰티 제품이 많다"고 분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단위로 인지되기 시작한 인디 뷰티 브랜드론 조선미녀·코스알엑스 등을 꼽았다. 그는 "특정 아이템에 대한 호감을 그 브랜드의 다른 아이템으로 확장시키기 위해선 브랜드의 확고한 철학 및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어의 주문사항에 맞추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실제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평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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