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진출의 핵심은 '온라인', 흥미로운 콘텐츠로 소비자 사로잡아야 예쁜 패키지·합리적인 가격 필수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10-10 06:00 수정 2024-10-10 10:51

태국에 진출한 국내 뷰티 브랜드들은 온라인 영향이 큰 현지 시장 특성에 맞춰,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라는 제언이 나왔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태국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매해 평균 7%씩 성장하고 있다. 태국화장품제조협회는 올해 태국 화장품 시장이 약 10.4%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전 부문에서 고르게 높은 성장이 점쳐지고 있으며,  가장 가파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분야는 뷰티 테크이며, 메이크업 특히 립 제품의 성장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태국'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 시장의 핵심은 '온라인'이다. 지난해 기준 온라인 구매 비중이 23.9%까지 올라오면서 화장품 유통 및 트렌드의 흐름을 온라인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유통도 주요 온라인 플랫폼 및 소셜 미디어 마켓에서 이뤄지고 있다.

태국에서도 여타 동남아시아 시장과 비슷하게,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의 비중이 60%를 넘어설 정도로 해외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하고, 태국 브랜드들의 경쟁력도 향상되고 있어 만만히 볼 시장은 아니다. 국내 브랜드들은 적확한 전략을 세워 진출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유통이 핵심…간편하고 합리적 가격대 화장품 선호

태국 소비자들은 간편하면서 휴대가 용이하고, 더운 기후에도 지속력이 뛰어난 화장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간편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스킨케어 기능이 포함된 메이크업 제품 등 다기능 화장품을 선호한다. 가격 저항도 있는 편이다. 합리적인 가격 안에서 구매를 결정하고, 구매 브랜드 전환 의사도 높다.

세대별로는 밀레니얼 세대는 환경친화적이고 천연, 안전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적극 정보를 수집해 요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 익숙하다. 실제 사용자들의 제품 후기를 파악하고 비교하는 과정을 거친 후 신중하게 제품을 선택하는 편이다. Z세대 역시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만 밀레니얼 세대보다는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인플루언서 계정에서 제품을 보고, 곧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틱톡숍이나 인스타그램 쇼핑 기능을 주로 사용한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브랜드 정보를 접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브랜드 스토리를 적절히 활용하는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 '러브포션'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브랜드 론칭 과정 등을 공유하면서 소비자 친화적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소속감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성분 중엔 천연 원료, 피부 재생,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인기다. 특히 펩타이드 성분, 구체적으론 펩타이드의 일종인 매트릭실과 아제릴린을 포함하는 제품이 주목 받는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수입하는 두 펩타이드 성분은 한국산 갈락토미세스, 미국산 나이아신아마이드와 함께 '실제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효능 성분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간편한 화장품을 좋아하는 특성은 메이크업 트렌드에서도 나타난다. 피부 결점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미니멀리스트 메이크업이  '대세'다. 가벼운 파운데이션, 립밤, 마스카라 등 최소한의 제품을 사용해 깔끔하게 연출하는 것을 선호한다.  다만 다양한 스타일과 취향이 공존하는 곳인 만큼 레트로 메이크업, 그래픽 아이라인 등과 같은 독특하고 개성 강한 메이크업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통은 '온라인'이 핵심이다. 올해 온라인 유통 비중은 지난해 대비 3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전문가들은 온라인이 오프라인에 비해 할인 혜택, 프로모션 등이 다양해 온라인 구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중에선 단연 틱톡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틱톡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트렌드를 이끌 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의 소통 공간을 마련해 주고, 오프라인의 '경험 구매'를 대체할 후기를 제공한다. 브랜드들은 틱톡을 브랜딩에도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맥, 바비브라운 등 백화점 라인의 글로벌 브랜드를 비롯해 작은 규모의 현지 브랜드까지 틱톡을 이용하는 브랜드 층은 매우 다양하다.

한편, 태국 시장은 위조품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제품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소비자들이 자체적으로 품질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현지 매체들도 관리감독 체계와 규제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제품 포장에 한글을 기재해 한국산 제품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중국 브랜드가 한국 제품을 모방해 만든 선크림이 있었다. 태국의 뷰티 인플루언서가 제품의 자외선 차단제의 성능을 분석한 결과, 제품엔 자외선 차단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고, 피부에 해로운 성분으로 제조되었다는 사실도 밝혀져 크게 논란이 일었다.


태국 수입화장품 시장 1위 K-뷰티

태국 소비자들은 한국 화장품에 대해 '간편하고 휴대하기 편하며 품질 대비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진출 전략이 잘 맞아 떨어진 셈이다. 한국 제품은 포장이 귀엽고 세련됐다는 이유로 10대 소비자들에게 특히 어필하고 있다.

그 결과, 국제무역센터(ITC)의 수출입무역정보 사이트 트레이드 맵(ITC Trademap)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이 프랑스를 제치고 태국의 수입화장품 시장 1위에 올라섰다. 한국 제품 수입액은 총 3712만3000만 달러(약 496억원)로, 전체 수입액 2억2737만 달러(약 3053억원)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올해 3~8월 태국 뷰티 매체를 통해 태국 내 K-뷰티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올해 3~8월  태국 내 K-뷰티 트렌드를  현지 뷰티 매체를 통해 분석한 결과, 1위로 뽑힌 키워드는 '역직구'였다. 역직구는 해외 소비자가 중간 유통 업체를 거치지 않고 이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해 한국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뜻한다. 태국 대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쇼피(Shopee), 라자다(Lazada) 등이 한국 화장품의 역직구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태국 이커머스 시장의 44%를 차지하는 쇼피는 2019년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역직구 시장을 본격화했다. 쇼피 코리아는 한국 진출 5년 만에 거래액이 18배 증가하고, 80%의 주문 건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쇼피 다음으로 시장 점유율이 큰 라자다는 정품 인증 브랜드와 제품만 취급하는 라즈몰을 운영해 소비자 신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내 K-뷰티 트렌드 2위엔 '전략'이 올랐다. 한국 화장품이 최근 몇 년 새 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 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뷰티 전문점들이 늘어나고, 이외 유통 플랫폼들도 한국 화장품을 경쟁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내용이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7주년을 맞은 한국 화장품 전문점 멀티 뷰티(Multi Beauty)는 지난해 연매출 3억 바트(약 117억5400만원)를 돌파하고, 400개 이상의 브랜드와 1만개 이상의 제품을 보유, 막강한 유통채널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 5월엔 롬앤과 대규모 팝업 스토어를 개최하기도 했다.

태국 전역에 45개 지점을 갖고 있는 뷰티 전문점 뷰트리움(Beautrium)은 한국 화장품만을 다루는 곳은 아니지만 K-뷰티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6월엔 'K-뷰티 페스타'라는 한국 뷰티 캠페인을 개최하며 한국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 행사엔 페리페라 메디힐 조선미녀 어뮤즈 메디힐 CNP 등 중소형 브랜드를 비롯해 에뛰드 라네즈 에스트라 등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도 참여해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했다.

키워드 4위에 오른 '틱톡'은 태국 내 K-뷰티 주요 확산 매체다. 태국 인구의 83%가 이용하고 있다는 틱톡은 쇼핑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형태로 태국 화장품 시장에서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틱톡숍에서 K-뷰티는 성장 가능성이 유망한 카테고리로 주목받고 있어 새로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은 영상 콘텐츠와 커머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틱톡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태국 진출의 '키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보고서는 "직접적인 제품 광고보다는 인플루언서나 일반 사용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진정성 있는 내용을 담고,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브랜드 클라랑스(Clarins)의 세일즈 어시스턴트 매니저 Nattasinee Charoenjanyapanich는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수의 뷰티 브랜드들이 온라인에서 경쟁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면서 신선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선 현지 대행사 활용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장품 디자인은 태국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고, 특히 Z세대에게 효과적이므로 태국 진출 브랜드들은 패키지 디자인에 신경쓰길 바란다"고 제안하면서 "다만 디자인 때문에 가격이 높아져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100바트(약 4만3100원) 이하의 가격이 태국 소비자들이 비교적 쉽게 구매 결정을 내리는 가격대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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