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깎아먹는 할인 정책 없이 유럽 시장 뚫겠다" [인터뷰] 트리니티앤컴퍼니 박준호 대표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9-20 06:00 수정 2024-09-23 14:24

유럽은 국내 뷰티 기업들에게 난공불락의 성과도 같다. 도전해야 하는 곳이지만, 접근이 어렵다. 그런데 또 K-뷰티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접근 방식에 대한 고민이 커져가는 시기다.

유럽 중심 이커머스 플랫폼 ‘수이케어’를 시작으로, 유럽 내 한국 화장품의 유통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트리니티컴퍼니의 박준호 대표. 그는, 유럽 시장에선 제품에 앞서 '브랜드'를 팔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 구리시 소재 수이케어의 한국 사무실에서 지난 10일 만나 그 구상을 들어봤다.
 

수이케어에 대해 설명해달라.

콘텐츠를 베이스로 하는 유럽 중심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트리니티앤컴퍼니라는 이름으로 독일에 지사를 두고 있고, 수이케어닷컴(suiicare.com)을 오는 10월 1일 론칭한다.  4명의 공동 창업자와 함께 지난 5월 말 창업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와 상품을 유럽 주요 시장에서 '제대로' 유통하 기것 위해서다. 자체 창고를 프랑크푸르트에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으론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의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유통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론 지역과 상품군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유럽 이커머스 업체와의 차별점은.

수이케어는 브랜드를 판매한다. 박리다매로 화장품을 떼어 파는 것이 아니라, 유럽 친화 브랜드 스토리를 구축하는 브랜드 인큐베이팅과 마케팅에 집중한다. 한국에서 만든 상품 이미지도 현지와 맞지 않으면 당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 다시 찍는다. 할인정책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고, 30~35개 브랜드를 한정적으로 입점시켜 집중 관리할 예정이다.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좋은 파트너라고 자부할 수 있다.


유럽 시장 진출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자체가 보수적이다. 아직 눈으로 제품을 직접 봐야 구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유럽 인구가 대략 7억4000만명인데, 십수개가 넘는 인종과 문화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수많은 경우의 수를 다 고려하면서, 보수적인 유통 시장을 뚫기란 정말 쉽지 않다.

또한, 좀 의외의 말이겠지만 미국에서 K-뷰티의 스킨케어 '10 스텝'이 어느 정도 확산 돼 있는 것관 달리 유럽에선 아직은 잘 모른다. 태닝오일 대신 선크림을 바르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피부가 그렇게 좋아?"라고 물을 정도로 K-뷰티에 관심이 있지만 그 적용법을 모르니 확산이 안된다. 여태 한국식 스킨케어에 대한 루틴을 소개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다.


요즘은 아마존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 형성된 자연스러운 사업구조라고 본다. 다만 해외 매출에서 그 비중이 10%를 넘어설 정도로 의존하게 되면 건강한 유통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셀러의 숫자다. 해외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들은 지역별 판매자를 정하지 않고 B2B 판매를 하는데, 셀러가 많으면 각 셀러들은 할인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브랜드는 단기적으로는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브랜딩에는 매우 좋지 않다.

보통 유명 브랜드들의 글로벌 플랫폼 매출을 살펴보면 중·소 셀러를 통해 빠르게 매출을 키울 수 있는 채널인 글로벌 이커머스 채널의 비중은 10%를 넘지 않는다. 나머지 90%는  첫째 브랜드의 자사몰,  둘때 직영점, 셋째 온·오프 라인 멀티 브랜드 숍이다. 수이케어는 세번째에 해당하는 유통사 역할을 하는 회사다.


신규 이커머스 채널을 통하면 시장 진입이 더 어렵지 않을까.

보수적인 시장은 기본적으로 인맥이 중요한데, 우리가 그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이수이 이사는 현재 밀라노에서 PR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대표이자, 패션 및 뷰티 매거진 'Seduction'의 특파원이기도 하다.   ‘Seduction’은 독일 및 중부 유럽권에서  제일 유명한 패션 및 뷰티 매거진이다.  유럽 최고 수준의 현지 스튜디오, 프로덕션 컴퍼니, 인플루언서 에이전시와의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저는 몽골에 아디다스 1호점을 출점했던 '신규 시장 진입' 전문가다. 나머지 창업자들도 이커머스/커머스 전문가로, 어떤 상품을 어디로 어떻게 넣어야 커머스가 이뤄지는지를 잘 안다.

유럽에선 K-뷰티에 분명 관심이 많다. 시장 비중은 1~2%지만 유럽 여성들의 절반 정도는 K-뷰티를 알고, K-스킨케어 루틴을 따라 해야  안티에이징이 된다 정도의 인식은 탑재돼 있다. 현재 단계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선 세럼은 언제 바르고, 크림은 어떤 화장품 다음에 바르는지 K-스킨케어 루틴을 콘텐츠화해서 보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이케어는 유통 단계에서 이러한 콘텐츠를 브랜드 스토리에 녹여 선보이고, 외부 마케팅을 도울 예정이다. 매출이 나오는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유통권을 확보해 오프라인 유통 체인, 하이엔드 뷰티 부티크 매장 등으로 거점을 넓혀갈 생각이다.


어떤 브랜드들에 관심이 있나.

현재까진 '화해' 기준 스킨케어 Top 10 브랜드를 중심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함께하기로 한 브랜드들도 있다. 그중 일부 브랜드는 화장품 세트 상품 구독자가 7000명 이상인 유럽 현지 잡지에 4종 구성의 2000 세트 이상을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10월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브랜드를 유럽에 공식적으로 론칭하는 개념이다. 이후엔 니치한 브랜드들을 소개할 생각도 있다. 다만 콘텐츠에 투자할 생각이 있는 기업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작은 K-스킨케어이지만, 스킨케어로 얼굴을 가꾸는 것을 넘어서 헬스 케어, 마인드 케어 솔루션까지 선보이는 것으로 수이케어의 목표로 삼고 있다. 유럽의 석회수를 걸러줄 샤워기, 뷰티 디바이스, 건강기능식품, 이너케어 영역으로도 확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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