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K-뷰티 열기 소비자가 이끌어 … 해외 진출 개발 단계부터 준비 [인터뷰] 조성선 네모브랜즈 대표
김민혜 기자 | minyang@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9-02 06:00 수정 2024-09-03 06:49

K-뷰티 인기가 글로벌해지고 있다. ‘콧대 높은’ 유럽 소비자들도 K-뷰티 제품을 체험해보기 위해 박람회장에서 몇백미터씩 줄을 서고, 유럽 바이어들도 한국 브랜드 제품 소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 현지에서 K-뷰티 브랜드의 유럽 진출을 돕고있는 ‘네모브랜즈’의 조성선 대표를 지난 2일, 과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네모브랜즈는 어떤 회사인가.

독일에 본사를 두고, 영국·미국 지사와 함께 화장품 기업의 해외 진출 컨설팅 및 현지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을 비롯 약 400개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 △유럽·영국·미국 등의 현지 대리인 RP(Responsible Person, 법적 책임자) 책임회사 역할 △EU CPNP, UK SCPN, CE, FDA MoCRA 등록 △ 비건, 유기농, 클린뷰티 인증 △글로벌 임상수행 △유럽 현지 마케팅 △ 현지 유통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유럽 화장품협회 이카다(ICADA)의 공식, 유일 한국 대표부 역할도 하고있다.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는 무엇인가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AtoZ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업무만 해도 14가지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유럽·영국·미국 등 현지 RP 책임회사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가장 크다.

한국에서 유럽이나 영국으로 화장품을 수출하려면 현지에 반드시 RP가 있어야 한다. RP는 제품의 성분 및 라벨이 규정을 충족하는지 검토하고 제품 정보파일(PIF)을 작성해 CPNP에 등록한다. 이렇게 등록번호를 부여 받아야 EU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네모 브랜즈는 인하우스 EU·영국 안정성평가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CPSR (화장품 안전성 보고서) 직접 발행하기 때문에 통관 과정 등에서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제품 등록, 현지 바이어 발굴, 마케팅 등 개별 업무 의뢰를 해오는 고객사들도 있지만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 중인 고객사도 많다.


서비스의 차별성은 어디에 있나.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영국, 미국 등에 현지 지사를 운영하고 있어 최신 현장 트렌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내외부 네트워크를 모두 활용해 실제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시간 정보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화장품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차별성이라 할 수 있겠다. 장업계 경력이  20~30년인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BM, MD, 홈쇼핑 뷰티 팀장 등을 두루 거쳤으며, 제도·인증 전문가와 마케팅 전문가들이 조직을 이끌어 가고 있다. 

국내외 유통사와 글로벌 화장품 단체, 임상 기관 등과의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본사가 위치한 독일은 유럽 안에서도 전략적인 위치로, 현지 RP가 독일에 있다는 점에서도 업무 진행에 유리한 부분들이 있다.


 대표적인 고객사는 어떤 곳들이 있나?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를 이끌어 나가는 영향력 있는 브랜드들의 유럽 및 미국 RP 역할을 하고 있다. 에이피알, 네오팜, 크레이버코퍼레이션, 더파운더즈 등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들과 협업 중이다.

대부분 고객사들의 유럽 CPNP 등록, 미국 FDA MoCRA 등록 등을 진행했으며, 브랜드 컨셉에 따라 비건, 클린뷰티 관련 인증을 받기도 한다. 또한, 마케팅 클레임 증빙을 위한 유럽 현지 효능 임상, 자외선차단 임상, 사용성테스트 등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유럽에서도 K-뷰티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가.

2016년~2019년 유럽에선 ‘K-뷰티’의 첫 번째 붐이 일었다. 세포라·더글라스 등 대형 리테일이 한국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판매했다. 그러나 다수의 K-뷰티 브랜드는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코로나 등이 겹치면서 열기가 사그라들었다.

올해들어 K-뷰티에 대한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데, 이전과는 양상이 다르다. 첫 번째 K-뷰티 붐은 리테일러들이 주도했다면, 최근의 K-뷰티 붐은 소비자로부터 달궈지고 있다. K-콘텐츠가 확산되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한국의 스킨케어 루틴’, ‘초보자를 위한 K-뷰티’ 등은 유럽 현지에서도 인기 콘텐츠가 됐다.

그동안 한국화장품의 수출을 주도하는 카테고리는 스킨로션 등 기초화장품 이였는데, 최근엔 선크림이나 주름 스틱, 색조 제품, 헤어·마스크팩, 세안제 등 수출 제품이 굉장히 다양해졌다.

 

인증 수요도 많이 늘었나.

엄청나게 늘었다. 수많은 브랜드로부터 다 받기 힘들 정도의 문의와 요청이 온다. 엔데믹을 맞아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코리아 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행사장은 한국 식품이나 테크, 패션, 뷰티 등 K-컬처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들로 붐빈다.  

지난해부터 수출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기업이나 인디 브랜드의 인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특히 유럽, 영국, 미국 등의 국가를 겨낭하기 위해 동시에 다국적 인증을 받으려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유럽 내 K-뷰티 열기 재점화의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먼저, 우리 기업들이 마케팅을 참 잘하고 있다. 유럽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한국보다 마케팅에 덜 민감한 편이다. 그러나 인디 브랜드를 선호하고 실제로 구매도 하는 소비자층은 SNS 활동이나 마케팅에 굉장히 관심도 많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이런 틈새를 잘 파고 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하나는 미국에서의 선전이다. 유럽은 미국 문화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 등 생활 전반적으로 미국의 유행이 동시에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K-팝, K-드라마 등 한국의 콘텐츠가 미국에서 유행하고, 아마존에서 높은 판매순위를 기록한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도 할 수 있다.

 

최근 어떤 국가로 진출하려는 기업이 많은지.

2021년 53%로 최대치를 기록했던 중국으로의 화장품 수출이 올해 1분기엔 26.6%까지 감소했다. 중국 로컬 브랜드 제품들도 상향 평준화 되면서 K-뷰티의 대체제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K-뷰티 브랜드들이 바라보고 있는 시장은 미국, 일본 등이다. 2021년부터 미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털어낼 대안으로 떠올랐고, 일본으로의 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1분기엔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한 2억 4100만 달러의 수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색조 화장품 부문의 성장이 일본이나 유럽 내 K-뷰티 시장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유럽 바이어들로부터 한국의 색조 브랜드 제품을 소싱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쿠션, 파우더, 립 메이크업 제품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 색조 제품의 경우 신생 브랜드나 인디 브랜드도 상대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해외 인증이나 규정 준수와 관련해 K-뷰티 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부분은.

K-뷰티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는 글로벌 바이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인플루언서 등의 소규모 바이어도 많아지면서 소량 주문 수요도 많이 늘었다.

소량 주문 때문에 국가별 인증 및 규제 준수에서 어려움을 많이들 겪는다. 수출을 위해선 국가별 공식 언어 라벨을 붙여야 하는데, 소량으로는 작업 단가를 맞추기 쉽지 않아 해당 국가의 법적 라벨 기준을 정확히 준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친환경 규제 부분에서도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최근 다수 국가에서 화장품 규제에 친환경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국가별로 재활용 표기법을 따라야 하거나, 용기 사용 재질을 제한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선 재활용이 불가능한 ABS 재질을 화장품 용기로 사용하지 못하는 등의 제재가 있다. 

내수 기준으로 개발된 제품은 성분 및 규격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다르거나, 수출에 필요한 안전성 자료를 준비해놓지 못해 수입하겠다는 바이어가 생겨도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수출을 고려하는 브랜드라면, 처음 상품을 기획 할 때부터 수출하려고 하는 국가의 제도에 적합한 라벨규정, 수출과 인증에 필요한 서류들을 제조사와 함께 미리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의 K-뷰티 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또 한번의 전성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최근엔 유럽 바이어들에게 매일 두세통이상의 전화·메일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브랜드를 명시하여 브랜드를 소싱해 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하고, K-뷰티 매장을 오픈하고 싶다며 한국 화장품으로 세팅해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는다.

일반적인 화장품 브랜드를 넘어 에스테틱이나 클리닉, 엑소좀·바이오 소재 등 전문가용 K-뷰티 브랜드에 대한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았던 유럽의 클래식한 유통 관계자들도 소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뷰티를 체험하고 이용하려는 고객 수요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에 하반기나 내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유럽 내 K-뷰티의 성장에 힘입어 J-뷰티·C-뷰티도 함께 성장하고 있으므로, 개별 브랜드 뿐 아니라 ‘K-뷰티’라는 집단적인 파워도 키워 나갈 필요성이 있다.

 

네모브랜즈의 목표가 있다면.

올해 10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프랑스 파리에서 서울경제진흥원·보건산업진흥원 수행사로 약 40여개의 중소·중견 K-뷰티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 바이어와 인플루언서,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K-뷰티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현지 미디어에 홍보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K-뷰티 브랜드들의 유럽 책임자로서, 브랜드와 유럽의 바이어들 및 유통채널 모두가 가장 신뢰하고 영향력 있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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