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여전히 큰 시장…K-뷰티, 효율·효능 앞세워 재기해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2024 중국 & 일본' 보고서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8-07 06:00 수정 2024-08-08 09:22

화장품에도 효율성을 찾는 트렌드와 미백, 자외선 차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 중국 진출의 새로운 '킥'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화장품 시장을 갖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시장 규모는 703억6000만 달러(약97조2657억원)이며 앞으로 3년간 연평균 5.7%씩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메이크업 시장의 성장세가 연평균 8.7%로 가장 강하다.

하지만 성장세 대비 해외 브랜드 비중은 점점 줄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C)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의 화장품 누적 수입량은 약 13만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13.8% 감소했고, 수입액은 504억6000만 위안(약 33조3824억원)으로 10.5%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 내 화장품 소비는 오히려 5.4%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에겐 중국 수출 타개책을 마련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중국에서의 하락세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미국 일본 등지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화장품 산업의 최다수출국은 중국이다. 중국 시장을 사로잡는 일은 국내 관광 및 면세 매출에도 중요한 만큼, 달라진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적확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하 연구원)은 6일 '글로벌 코스메틱 포커스 2024 중국 & 일본'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지금의 중국 뷰티 시장은

중국은 부동산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화장품 등의 소비가 예전 같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하나를 사면서도 '효율'을 따지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CHICMAX China의 데이지 안(Dasiy An) 영업 이사는 "중국 소비자들은 점점 더 비용 대비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제품 효과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며 "특히 중년층 소비자들이 비용 효율성을 가장 중시하고, 젊은 소비자들은 과학적인 포뮬러와 실제적인 효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이사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모든 소비에서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Z세대는 개성적인 요구, 친환경, 젠더리스 등의 핵심 가치를 선호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Z세대는 구매 결정이 다른 세대에 비해 빠르고, 구매할 수 없다면 바로 대체품을 찾는 등 소비에 있어 매우 적극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브랜드의 또 다른 과제가 됐다.

Z세대보다 어린 청소년층의 알파세대는 여드름 등에 관심이 많은 나이로, 코스메슈티컬 및 제약회사 브랜드들이 인기가 높고 자외선차단제에 대한 수요도 크다. 중장년층은 구매력이 있는 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합류하면서, 고성능의 안티에이징 제품을 찾는 등 자기관리에 들이는 비용이 높아졌다.

제품에선 임상시험 등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효능'이 주류 트렌드가 됐다. 스킨케어 효능이나 메이크업 효과를 겸비한 자외선 차단제와 중장년층 소비자 타깃의 안티에이징 제품이 특히 수요가 높다. 메이크업 제품 중에선 컨실러와 하이라이터, 헤어 제품은 탈모 방지와 모발 성장을 위한 제품의 성장이 눈에 띈다. 남성용 화장품은 기술 기반 고기능성 제품이 인기다.

성분 중에선 나이아신아마이드, 히알루론산 나트륨, 판테놀, 병풀 추출물, 아스코르빈산, 메도우폼 씨드 오일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재조합 콜라겐이 스킨케어 성분으로 재부상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메이크업 제품에서도 스킨케어의 기능성 성분들이 확대적용되고 있다.

유통 면에선 오프라인 채널의 화장품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반등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구매 전 제품을 체험해보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고 매장에서 제공하는 샘플, 스킨케어 체험 서비스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현지 유통에 접근하고 있다.

마케팅은 '숏폼'이다. 짧은 드라마 형식의 동영상 콘텐츠가 브랜드 및 제품 노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샤오홍슈와 더우인에서도 숏폼 동영상 콘텐츠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더우인은 소비층 및 지역점 범위가 넓고 다양한 소비재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해 있는 채널이다. 샤오홍슈는 Z세대 이하 출생자들이 절반을 넘고, 대도시 위주의 채널로 알려졌다.


미백, 자외선차단 그리고 스파

연구원이 중국의 화장품 매체를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소비 키워드에선 '미백'이, 제품 키워드는 '자외선 차단제', 채널 키워드로는 '스파'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트렌드로 꼽혔다.

▲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중국의 화장품 매체를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통해 조사한 결과, 소비 키워드에선 '미백'이, 제품 키워드는 '자외선 차단제', 채널 키워드로는 '스파'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트렌드로 꼽혔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먼저 '미백'은 중국 소비자들의 미용의식 확대와 안전하고 효과적인 미백 제품을 찾는 경향으로 인해 시장의 주요 키워드로 떠올랐다.

올초부터 '미백 ABC'라는 스킨케어 루틴이 유행으로 떠올랐다. 오전엔 비타민C, 저녁엔 레티놀과 같은 비타민A 성분을 사용한다는 기존 스킨케어 트렌드에 나이아신아마이드와 같은 비타민B 제품을 추가해 미백효과를 증폭시키는 것을 뜻한다.

백인처럼 피부를 밝고 하얗게 표현하는 이른바 '혼혈 메이크업'도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피부톤을 밝게 하고 콧대를 높게 강조할 수 있도록 음영을 넣고 T존과 광대뼈에 하이라이터로 입체감을 주는 식이다.

'자외선 차단제'는 일상에서도 자외선 차단이 필요하다는 소비자들의 스킨케어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수요가 많아졌다. 관련 시장이 지난해 기준 전년비 12.3% 성장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조에 발맞춰, 중국 소비자들은 기본적 자외선 차단 효과에 더해 미백, 보습, 항산화 등의 스킨케어 효능과 제형, 포장 디자인 등을 고려해 자외선 차단제를 선택한다. 아이미디어 리서치 설문조사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보습(57.8%), 항산화(52.3%), 수딩(37.1%), 미백(38.1%) 순으로 자외선 차단제의 기능을 기대하고 있었다.

'스파'는 중국의 새로운 미용 산업인 세안 바(Facial Wash Bar)의 붐을 반영한 키워드다. 세안바는 평균 100 위안(약 1만9000원) 수준의 가격으로 각질 제거, 딥 클렌징부터 마사지, 보습 등 스킨케어까지 1시간 이내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장이 중국의 1, 2선 도시나 대형 쇼핑몰 근처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세안 바는 특히 젊은 남성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세안 바 이용자의 40~60%가 남성으로, 일반적인 뷰티 스파 이용객이 주로 여성인 것과는 차별화된다. 피부 관리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뷰티숍 방문은 꺼리던 남성들이 심리적 문턱이 낮은 세안 서비스에 적극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K-뷰티 인식 개선 ‘필수’

연구원이 현지 매체를 통해 중국 내 K-뷰티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키워드는 '콜마'였다. '높은 기술력에 가성비 좋은 ODM 화장품을 생산하는 콜마'라는 인식이 중국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뒤로는 5월, 가격, 캠페인, 시장, 수출, 박람회, 관광, 마케팅, 색 등이 K-뷰티 주요 키워드로 꼽혔다.

▲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현지 매체를 통해 중국 내 K-뷰티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키워드는 '콜마'였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7위에 올라 있는 '박람회'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뷰티 박람회로 재기에 나섰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K-뷰티의 재기를 위해 한국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부합하는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이를 중국에서 열리는 주요 박람회에서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에 개최된 '차이나 뷰티 엑스포 상하이'에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동성제약 등 주요 기업들이 대거 참석한 것이 그 예다.

키워드 10위에 오른 '색'은 중국에서도 한국식 '퍼스널 컬러'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소셜 미디어 및 아이돌가수 등을 통해 한국발 유행이 중국에 전파되면서, 중국에선 퍼스널 컬러 관련 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아직은 '니치'한 규모지만,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다만 현재 중국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판매 10위권엔 국내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6월 2주차 징동닷컴 기준 스킨케어 부문에선 알엔더블유의 '투 스텝 클리어 노우즈 팩', 메이크업 카테고리에선 에이케이에프 '루즈 파우더', 바브베아의 '리퀴드 아이라이너' 총 3개의 제품이 순위권에 올라 있다.

안 이사는 "한국 화장품은 가격이 합리적이지만 제품 효과가 평범하다는 인식이 있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로열티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한 번 써보고 쉽게 다른 제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패스트패션과 같은 포지션이라는 설명이다.

"제품을 업그레이드 하고, 제품의 주요 성분을 강조하는 것"이 이 같은 인식을 타개할 방법이라고 안 이사는 강조했다. LG생활건강 더후가 지난해 브랜드 및 제품 리뉴얼을 단행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제품의 성능 못지않게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포장도 중요하다.  안 이사는 세분화 돼 있는 각 타깃층에 적합한 포장을 제공하는 방법을 활용하라고 제언했다.

또한, 안 이사는 마진율이 낮은 온라인 플랫폼 투자보다는 샤오홍슈, 위챗 비디오 계정, 브랜드 매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는 방식을 통해 홍보를 전개하는 온라인 유통 방식이 추천됐다. 오프라인은 리틀 비, KKV, 뷰치 초이스와 같은 편집숍에 입점해 브랜드의 주요 제품을 판매한 후 품목을 확장하는 방법을 고려하라는 제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안 이사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각자 고유의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제품 효과 개선 등의 방식을 동원하면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쉽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브랜드의 마케팅 방법을 참고해 동영상 콘첸츠를 선보이고, 주요 마케팅 에이전시와 협업해 기회를 늘려 나가면 좋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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