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한국 유래 뷰티 브랜드라고 표현하고 싶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홍희정 수석 연구원이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최한 '미국 화장품 제도 및 뷰티 시장 전망에 대한 세미나' 2부 세션에서 한 말이다. 홍 연구원은 "K-뷰티라는 말이 오히려 최근 한국 화장품의 인기를 틀에 가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K-뷰티'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니라 브랜드와 제품 자체의 경쟁력에서 비롯됐고, 한국 유래 뷰티 브랜드들의 '본질'이 지금의 미국 뷰티 시장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홍 연구원이 말하는 한국 브랜드들의 본질은 '성분과 과학적 증명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성분 중심 뷰티(Ingredient-led Beauty)'는 유로모니터가 최근 미국 뷰티 시장의 중심 트렌드로 꼽은 세 가지 중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다. 기존엔 한국의 색조 화장품에 대한 호응이 높았던 미국의 소비자들이 최근 들어 스킨케어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성분 중심 뷰티가 떠올랐다. 홍 연구원은 성분 중심 뷰티를 '클린뷰티로 시작해 컨셔스 뷰티를 거쳐 진화한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즉, 깨끗하고 안전한 성분에 대한 관심이 브랜드와 제품의 윤리적인 책무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최근엔 그 관심이 '특정 성분의 효과'로 '피부 고민을 관리하거나 예방하는' 쪽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유로모니터가 지난해 11월 화장품 산업 종사자들에게 '신제품 출시 때 가장 집중하는 부분'에 대해 질문한 결과, 43%의 응답자가 '포뮬러'라고 답했고, 37%가 '성분'을 꼽았다. 홍 연구원에 따르면 다른 산업군에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성분'이라는 응답이 평균 21%대로 뷰티 산업보다 낮았다. 성분 중시 현상은 소비자 쪽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스킨케어에서 어떤 기능을 원하는가'를 물었을 때 2019년 대비 2023년 응답에선 ‘더마’ ‘저자극’ ‘성분 포뮬러’ '의학적 포뮬러' '천연·오가닉' 등 성분 중심 뷰티와 관련한 항목들의 응답률이 전체적으로 늘어났다. 실제 미국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피부 건강’ ‘민감성 피부’ '천연 소재' 관련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처럼 현재 미국 시장은 공급과 소비 양쪽에서 성분에 대한 수요가 상승하고 있다. 성분 중심 뷰티 특성은 영지버섯 녹두 연꽃 등 한국적이면서 효과에 대한 믿음을 보여줄 수 있는 원료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는 한국 뷰티 제품들의 인기로 이어졌다. 홍 연구원은 K-뷰티의 1차 부흥기 때 이미 달팽이 점액, 마유 등의 특정 기능성 성분들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이미 인기가 있었으나, 미국 시장 기준으론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그 예로, 당시 미국에서 달팽이 점액을 포함한 화장품을 판매 중이었던 유통업체는 고객센터를 통해 '달팽이들이 살아 생전 행복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최근엔 성분과 그 효능을 특히 더 중시하는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과거에는 주류로 떠오르지 못했던 성분과 제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K-뷰티가 제2의 부흥기에 접어든 것은 미국 시장의 성분에 대한 니즈가 한국 유래 뷰티 브랜드 및 제품들의 본질과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미국 시장 트렌드로 꼽힌 '밸류해커'로도 이어진다. 홍 연구원은 "밸류 해커는 단순히 싼 가격을 선호하는 '짠테크'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라며 "밸류 해커는 소비자들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익을 지향하는 현상을 뜻하며, 개인마다 다른 가격 기준과 가치를 추구한다"고 풀이했다. 즉, 단순 저렴하다고 팔리는 트렌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사에 따르면 2021~2023년 미국 소비자들은 “스킨케어에서 '가격'과 '프리미엄 성분'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인 응답을 했다. 미국에선 가격과 효과적인 성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승부를 볼 수 있다고 풀이할 수 있는 결과다. 이는 한국 뷰티 브랜드들의 '본질'과도 맞아 떨어진다. 한국 뷰티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소구점이 바로 '가격이 적당하면서도 여러 가지 좋은 성능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홍 연구원은 "비슷한 제품이라도 추가적인 효용이 있다면 소비자 반응이 오는데, 한국의 까다로운 소비자들에 대응하던 한국 브랜드로선 매우 익숙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 연구원이 미국 뷰티 시장의 세 번째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이커머스'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의 뷰티 및 퍼스널케어 유통 채널 중 2018년 대비 비중이 늘어난 것은 온라인 채널 하나였다. 온라인 채널엔 일정 규모 이하의 '기타(Others)' 브랜드들이 많은데, 뷰티는 이 '기타'의 규모가 적었다가 최근 선케어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그 비중이 27%까지 올라왔다. 홍 연구원은 미국에선 선케어 제품이 일반의약품(OTC)으로 분류돼 온 탓에 선케어 시장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뎠고, 이 때문에 한국에서 이미 보편화 돼 새로울 것이 없는 제품군들이 지금에서야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뷰티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를 이끄는 선케어 시장 역시 한국 뷰티 제품들이 앞서가고 있다. 홍 연구원은 “미국 시장 트렌드들이 모두 K-뷰티 인기 요인으로 귀결된다”면서 "한국 태생 브랜드들이 잘 해왔고, 잘 하고 있는 부분들을 조금 더 발전시켜서 미국 뷰티 시장을 공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K-뷰티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한국 유래 뷰티 브랜드라고 표현하고 싶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홍희정 수석 연구원이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최한 '미국 화장품 제도 및 뷰티 시장 전망에 대한 세미나' 2부 세션에서 한 말이다. 홍 연구원은 "K-뷰티라는 말이 오히려 최근 한국 화장품의 인기를 틀에 가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K-뷰티'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니라 브랜드와 제품 자체의 경쟁력에서 비롯됐고, 한국 유래 뷰티 브랜드들의 '본질'이 지금의 미국 뷰티 시장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홍 연구원이 말하는 한국 브랜드들의 본질은 '성분과 과학적 증명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성분 중심 뷰티(Ingredient-led Beauty)'는 유로모니터가 최근 미국 뷰티 시장의 중심 트렌드로 꼽은 세 가지 중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다. 기존엔 한국의 색조 화장품에 대한 호응이 높았던 미국의 소비자들이 최근 들어 스킨케어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성분 중심 뷰티가 떠올랐다.
홍 연구원은 성분 중심 뷰티를 '클린뷰티로 시작해 컨셔스 뷰티를 거쳐 진화한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즉, 깨끗하고 안전한 성분에 대한 관심이 브랜드와 제품의 윤리적인 책무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최근엔 그 관심이 '특정 성분의 효과'로 '피부 고민을 관리하거나 예방하는' 쪽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유로모니터가 지난해 11월 화장품 산업 종사자들에게 '신제품 출시 때 가장 집중하는 부분'에 대해 질문한 결과, 43%의 응답자가 '포뮬러'라고 답했고, 37%가 '성분'을 꼽았다. 홍 연구원에 따르면 다른 산업군에 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성분'이라는 응답이 평균 21%대로 뷰티 산업보다 낮았다.
성분 중시 현상은 소비자 쪽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스킨케어에서 어떤 기능을 원하는가'를 물었을 때 2019년 대비 2023년 응답에선 ‘더마’ ‘저자극’ ‘성분 포뮬러’ '의학적 포뮬러' '천연·오가닉' 등 성분 중심 뷰티와 관련한 항목들의 응답률이 전체적으로 늘어났다. 실제 미국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피부 건강’ ‘민감성 피부’ '천연 소재' 관련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처럼 현재 미국 시장은 공급과 소비 양쪽에서 성분에 대한 수요가 상승하고 있다. 성분 중심 뷰티 특성은 영지버섯 녹두 연꽃 등 한국적이면서 효과에 대한 믿음을 보여줄 수 있는 원료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는 한국 뷰티 제품들의 인기로 이어졌다.
홍 연구원은 K-뷰티의 1차 부흥기 때 이미 달팽이 점액, 마유 등의 특정 기능성 성분들을 강조하는 제품들이 이미 인기가 있었으나, 미국 시장 기준으론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그 예로, 당시 미국에서 달팽이 점액을 포함한 화장품을 판매 중이었던 유통업체는 고객센터를 통해 '달팽이들이 살아 생전 행복했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최근엔 성분과 그 효능을 특히 더 중시하는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과거에는 주류로 떠오르지 못했던 성분과 제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K-뷰티가 제2의 부흥기에 접어든 것은 미국 시장의 성분에 대한 니즈가 한국 유래 뷰티 브랜드 및 제품들의 본질과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미국 시장 트렌드로 꼽힌 '밸류해커'로도 이어진다. 홍 연구원은 "밸류 해커는 단순히 싼 가격을 선호하는 '짠테크'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라며 "밸류 해커는 소비자들이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익을 지향하는 현상을 뜻하며, 개인마다 다른 가격 기준과 가치를 추구한다"고 풀이했다. 즉, 단순 저렴하다고 팔리는 트렌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사에 따르면 2021~2023년 미국 소비자들은 “스킨케어에서 '가격'과 '프리미엄 성분'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인 응답을 했다. 미국에선 가격과 효과적인 성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승부를 볼 수 있다고 풀이할 수 있는 결과다.
이는 한국 뷰티 브랜드들의 '본질'과도 맞아 떨어진다. 한국 뷰티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소구점이 바로 '가격이 적당하면서도 여러 가지 좋은 성능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홍 연구원은 "비슷한 제품이라도 추가적인 효용이 있다면 소비자 반응이 오는데, 한국의 까다로운 소비자들에 대응하던 한국 브랜드로선 매우 익숙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 연구원이 미국 뷰티 시장의 세 번째 트렌드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이커머스'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의 뷰티 및 퍼스널케어 유통 채널 중 2018년 대비 비중이 늘어난 것은 온라인 채널 하나였다. 온라인 채널엔 일정 규모 이하의 '기타(Others)' 브랜드들이 많은데, 뷰티는 이 '기타'의 규모가 적었다가 최근 선케어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그 비중이 27%까지 올라왔다.
홍 연구원은 미국에선 선케어 제품이 일반의약품(OTC)으로 분류돼 온 탓에 선케어 시장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뎠고, 이 때문에 한국에서 이미 보편화 돼 새로울 것이 없는 제품군들이 지금에서야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뷰티 이커머스 시장의 확대를 이끄는 선케어 시장 역시 한국 뷰티 제품들이 앞서가고 있다.
홍 연구원은 “미국 시장 트렌드들이 모두 K-뷰티 인기 요인으로 귀결된다”면서 "한국 태생 브랜드들이 잘 해왔고, 잘 하고 있는 부분들을 조금 더 발전시켜서 미국 뷰티 시장을 공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