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미래 자동차 공간은 '파우더룸'으로 변신 홍원기 <건국대학교 K뷰티산업융합학과 겸임교수>
편집국 기자 | media@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7-09 06:00 수정 2024-07-09 06:00

AI 로봇, 자율주행 그리고 화장품
<1>화장품을 가져다주는 AI로봇이 오고 있다
<2> AI 로봇은 소프트웨어가 결정하는 뷰티 시장을 이끈다!
<3> 자율주행과 화장품은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을까?
<4> 자율주행 자동차 공간에서 펼쳐질 미래 화장품 시장
<5> 외재적 관점과 효용론적 관점으로 AI 로봇과 자율주행을 바라보자
<6> 화장품 산업의 혁신은 AI 로봇과 자율주행과의 융합에 있다.

한국융합기술연구학회 학술위원, 아시아뷰티화장품학회 편집위원, 뷰티메이커스 해외영업 본부장. 

바쁜 도심의 출근 길, 운전을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룸미러나 손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하는 여성 운전자들을 볼 수 있다. 민낯으로 출근길에 올라, 운전 중 신호 대기에 걸릴 때마다 자외선 차단제부터 시작해 다양한 색조 화장품을 바르며 화장을 완성하는 여성들의 화장 기술은 참으로 경이로울 정도이다. 운전하는 자동차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2분여 정도되는 짧은 시간을 활용하여 화장을 하는 한국 여성들의 화장에 대한 집념은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그러나 10~1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신호 대기 중에 화장하는 여성 운전자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더 이상 우리가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자율주행차 시대가 오기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전해주는 완전자율주행 자동차가 운행을 하기 시작하면, 여성들은 시간 제한 없이 마음껏 자동차 안에서 화장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미래 기술 중 하나인 ‘자율주행’이란 자동차와 같은 교통수단이 사람의 개입없이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운행하여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율주행은 레벨 0에서 레벨 5까지 총 6가지 단계로 세분화될 수 있다. 레벨 0~2단계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를 보조하여 도와주는 수준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레벨 0~2단계는 운전자가 운전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단계이다. 그러나 레벨 3단계부터는 운전의 주도권이 운전자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넘어가게 된다. 레벨 3단계는 조건부 자동화 단계로 운전자가 자율주행 시스템의 요청 시 운전을 해야 한다. 레벨 4단계는 고도 자동화 단계로, 악천후와 같은 상황에서만 운전자가 개입하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운전자가 아예 개입하지 않는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레벨 5단계는 완전 자동화 단계로, 운전자의 개념은 없어지고 탑승자가 목적지를 설정하면, 사람의 어떠한 개입도 없이 자율주행 시스템이 전적으로 자동차를 운행하는 단계이다.

이러한 자율주행 기술은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술과 접목하여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물류 산업에서는 자율주행 트럭 및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활용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현재에도 적용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도미노피자는 자율주행 배송 로봇 개발 회사 ‘Nuro’와 협력하여 피자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Nuro’의 자율주행 로봇은 도로를 주행하며, 주문한 피자를 고객의 집 앞까지 안전하게 배달하고, 고객은 로봇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인증을 거쳐 주문한 상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자율주행 로봇은 인건비를 절감하고, 배송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앞으로 더 많은 도시와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화장품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와 화장품 산업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소비자 관련 조사들은 자율주행 기술과 화장품 산업의 연관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2020년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자율주행 상황에서 운전 대신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많은 여성들이 '화장(메이크업)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 전체적으로 '주변 경치 감상' '동승자와의 대화' '수면'과 같은 활동이 높은 편이었으나, 여성 응답자들은 '화장을 하겠다’는 비율이 남성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어 여성들이 운전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화장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건국대학교 K뷰티산업융합학과에서 30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3.2%의 여성들이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안에서 화장품을 사용할 의도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 결과는 완전자율주행 자동차가 일상화될 경우, 많은 여성들이 차량 내부를 메이크업 공간으로 활용할 것임을 보여준다. 이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여성들의 뷰티 루틴에 통합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으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시사한다.

셋째, 앞선 설문조사에서 '완전자율주행이 상용화되어 자동차 공간을 나만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떤 공간 유형으로 활용하겠는가?'라는 질문에 306명 중 약 15%의 여성 응답자가 '화장 및 의료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인화된 공간 활용에 있어서 화장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높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세 가지 소비자 조사 연구 결과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이 화장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현 시점에서, 화장품 업계는 자율주행 자동차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자율주행 차량 내 뷰티 디바이스를 설치하거나 이동 중에도 뷰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뷰티 살롱’ 등의 구체적인 미래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화장품 산업은 기술 발전과 함께 발전해 왔으며, 자율주행 기술 역시 그 흐름에 맞춰 화장품 산업과 융합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나아가는 기업만이 미래의 화장품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을 단순한 교통 혁신이 아닌, 화장품 산업의 새로운 원동력과 기회로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 때이다.

 

뷰티누리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전체댓글 0개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