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뷰티 기업의 해외진출 ‘내비게이터’ 되겠다” [인터뷰] 메저커머스 천계성 대표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6-27 06:00 수정 2024-06-28 10:21

알맞은 정보를 제대로 분석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뷰티 업계처럼 트렌드 흐름이 복잡하고 빠른 분야에선 올바른 데이터를 취급하는 일이 더 절실하다. 메저커머스 천계성 대표는 일찍이 정보의 중요성을 캐치하고, 국내 유일 뷰티 업계 전용 트렌드 플랫폼 ‘트렌디어’를 만들었다. 중국으로의 화장품 수출이 한창이던 시기부터 쌓아온 알짜배기 노하우로, 기업들에게 새싹 트렌드를 전달해 왔다. 트렌디어를 통해 제2의 코스알엑스가 나오길 바란다는 천 대표를 최근 서울 마포구 메저커머스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메저커머스는 어떤 회사인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근간으로,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는 '트렌디어'를 운영하는 회사다. 트렌디어는 국내의 올리브영 쿠팡 네이버쇼핑 뷰티컬리 무신사를 비롯해 미국의 아마존 세포라 울타뷰티, 일본의 큐텐 앳코스메 등 전 세계 30여개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10억여개의 뷰티 상품 정보와 리뷰를 분석하고,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플랫폼 내 'AI 어시스턴트'를 출시해, 고객사들이 트렌드 분석을 더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했다. 2022년 론칭 이후 현재까지 원료사, 제조사, 브랜드사, 유통사 등 업계 전반에 걸쳐 2000개 이상의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다.

 

뷰티 데이터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2013년 여행 빅데이터 서비스인 트립비(tripvi)로 창업 이후, 중국인 여행객들이 한국 백화점,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어머어마하게 쓸어가자 중국 관광객 데이터를 분석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마스크팩으로 시작해 관광객들이 주로 구매하는 뷰티 상품을 다루게 됐고, 이후 글로벌 고객사까지 모여들었다. 그러나 이후 한중 관계가 단절되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활동 방향을 바꾸어야 했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으로 반경을 넓혀, 2년 전부터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뷰티 제품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는 서비스로 영역을 굳혔다.

 

다른 리서치 기관과의 차별점은.

정보를 다루는 방식부터 차이가 크다. 일반적인 리서치 회사드은 패널 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한된 규모의 소비자 응답을 분석해 전체 시장을 예측한다. 반면 트렌디어는 전 세계 이커머스 플랫폼 상의 정보 10억여개를 매일매일 AI로 직접 수집하고 분석한다. 연간으로 치면 4000억건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셈이다. 이 방식으론 더 촘촘하고 세부적인 전망을, 빠르게 볼 수 있다. 거시적 흐름 속의 마이크로 트렌드를 관찰하기에도 용이하다. 이커머스가 계속해 성장하고 있는 최근 시장 형태에 적합한 정보라고 본다.

또, 전통적인 리서치 회사는 아무래도 패널 조사와 애널리스트 분석이 병행되니 서비스 가격이 비싸고, 대기업 규모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트렌디어는 월 2만4900원으로 각 이커머스 플램폼들의 데이터와 트렌디어 요약 리포트를 볼 수 있어,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심화된 서비스도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적은 자본으로 운영하는 중소, 신생 기업들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현재의 제품과 리뷰를 기반으로 하면 미래 예측엔 한계가 있지 않을까.

뷰티 업계의 미래에 정답이 단 1개라면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관심사와 소비가 파편화돼 있는 시대다. 각 회사의 규모, 고객층, 예산, 브랜드 스토리 등에 따라 각각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다르다. 로레알이 사업화 가능한 트렌드와 신규 창업 회사가 할 수 있는 트렌드는 전혀 다르지 않겠나. 복잡하게 나뉜 고객의 니즈와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 사이에 한 가지 정답은 없다. 지금은 미래 트렌드 제시보다 자라나는 '새싹'들을 캐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을 시작하며 많이 고민했고, 중시했던 포인트다.

 

뷰티 기업들이 트렌디어의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작더라도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 트렌드부터 빠르게 파악하길 추천한다. 소비자 수요가 파편화돼 있고 뷰티 기업은 넘쳐나니, 하루라도 빨리, 먼저 잡는 회사가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 코스알엑스 티르티르 어뮤즈 등 글로벌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2년 전 초기 버전부터 트렌디어의 서비스를 활용해 온 얼리어답터이지만, 그 이전부터 자체 시장 분석을 철저히 진행해온 팀들이다. 하루아침에 '터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트렌디어는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에 대한 내비게이터 역할을 한다. 수많은 답안지를 보고 기업의 강점에 맞는 것을 찾아 접목하고,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회사의 몫이다. 다만 잘 되는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보면, 매주 회사 구성원들이 모여 트렌디어의 뉴스레터와 리포트를 리뷰하며 논의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다고 하더라. 높은 사람들만 모여서 고민하기보단 상품기획, 영업, 마케팅 등 여러 팀이 함께 의견을 제시하고 그 속에서 힌트를 찾는 과정을 거치면 홈런 칠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현 국내 뷰티 업계를 진단한다면.

중국에서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으로 주력 시장이 바뀌면서 K-뷰티 시즌2가 시작됐다. 브랜드들은 시장을 넓게 보고, 플랫폼들도 새로 자라나는 브랜드 발굴에 몰두하고 있다. 제조사 인프라도 이미 준비돼 있다. 지금이 바로 인디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서 ‘분야별 대표 선수’로 자리 잡을 최적기다. 2~3년은 지금의 파도가 계속될 것이고 그 파도는 여러 겹이니 어떤 파도를 타서 누가 성공할지는 향후 3년간의 투자와 집중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3년 후 뷰티 생태계 지도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트렌디어는 지난 2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연간 기준으로 3배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 주변 분들은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수준에 비해 가격이 낮다고 걱정해 주시는데, 트렌디어는 고객수를 늘려서 매출을 키우는 '규모의 경제'를 꿈꾼다. 더 많은 분들이 우리 서비스를 통해 쉽게 정보를 얻어가 성공하면 좋겠다.

지난달 코스모뷰티 서울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공개했다. 올해는 해외 100개국 이상의 글로벌 시장에 트렌디어의 서비스를 알리고자 한다. 주요 전시회 및 파트너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장기적으론 스몰 비즈니스의 의사결정을 돕는 '코파운더 AI' 서비스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회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 기획, 마케팅, 영업 등의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공동창업자 수준의 AI 서비스로, 전 세계 스몰 브랜드들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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