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탄소발자국’ ‘제로웨이스트’ ‘리사이클링’ 등의 단어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다. 화장품 업계도 마찬가지로, 매일 새로운 친환경 포장재, 업사이클링 원료 등의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K-지속가능 뷰티를 인증하는 유일무이한 업체 ‘슬록(SLOC)’ 김기현 대표는 국내 업계의 대응 수준은 아직은 본격적이지 않다고 우려한다. 경제성이 있으면서도 지속가능한 뷰티의 미래를 위해, 업계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김 대표를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슬록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지속가능한 뷰티 소사이어티를 꿈꾸는 소셜 벤처다. 'K-서스테이너블'과 '노웨이스트(NO WASTE)'를 주축으로 운영하고 있다. 'K-서스테이너블'은 제품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수치화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뷰티를 실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검증 프로그램이다. 화장품 생산 전 단계와 생산단계의 직,간접 탄소배출량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기업들의 친환경 공정에 대한 방향을 컨설팅해주고 있다. '노웨이스트'는 화장품 기업들의 재고를 거래하는 업계 전용 '당근'이다. 플랫폼을 통해 화장품 기업들이 보유한 불용 재고가 순환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사업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유수 화장품 제조업체에서 마케터로 일할 땐 속히 말해 '자극적으로 많이 파는 방법'에 골몰했다. 그 후 전기차 배터리의 잔량을 활용해 에너지 저장장치를 만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지속가능성과 RE100 사업 등에 관심이 생겼다. 당시 만난 여러 업체들이 지속가능성을 미래의 문제가 아닌 당장 오늘 해결해야 하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여기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세상이 바뀌고 있구나, 전환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몸 담아왔던 화장품 업계의 전환을 지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창업에 나섰다.
느리다. 아직까진 상당수가 지속가능성, 클린뷰티를 마케팅 관점에서 다루는 것 같다. 탄소국경조정세가 시범적으로 적용되는 분야인 철강, 알루미늄, 전력 쪽은 준비에 정신이 없다. 반면 화장품 기업들은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화장품 용기를 제작하고 원료를 만드는 기업들은 모두 그 원자재를 받아서 성형, 사출하는데 원자재는 제약 대상이어도 그 다음 단계 공정을 다루는 부분은 직접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만약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될 제5차 플라스틱 협약 실무회의 후 협약이 공식 출범한다면, 화장품 용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될 것이다. 결론이 난다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부족하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각자의 기준이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피부에 무해한 화장품'이라 이해하고, 또 어디선 '깨끗한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이라고 얘기한다. '피부에 무해하고 깨끗한 성분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지구에도 무해한 화장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 다 맞다. 세상이 변하면서 클린뷰티의 의미도 진화했기 때문이다. 슬록에선 △유해성분 불포함은 물론 △원부자재 사용을 감축하는 노력 △사용 후 폐기물을 감축하는 노력 △재사용 재활용 원료를 사용 등을 클린뷰티의 판단 조건으로 삼고 있다.
해외 업체는 러쉬, 닥터브로너스 정도, 국내는 아로마티카, 시타, 톤28 등이 떠오른다. 아로마티카는 대표의 클린뷰티,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그것이 브랜드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리필용 제품을 만들고, 제품 라벨 스티커를 쉽게 제거해 재활용을 돕는 것까지, 국내 뷰티 업계에서 사실상 첫 시도를 한 브랜드다. 시타는 완벽한 클린뷰티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생분해 플라스틱 용기가 특정 조건에 이르러야 분해된다는 사실을 감안해, 화장품을 만들고 판매한 후 그 용기를 회수해서 자체 분해 시설을 통해 분해하는 과정을 도맡아 한다. 생분해성 용기를 분해한 이후엔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분배까지 한다. 사업적으로 쉽지 않은 일인데,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행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적당히 값싸게 만든 후 예쁘게 포장해 판매하고 싶고, 소비자는 적당히 예쁘고 괜찮은 제품을 싸게 구매하고 싶어 한다. 친환경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이런 이슈는 기본적으로 욕구를 억제해 이루는 것이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억제를 통한 성장공식에 익숙치 않다. 민간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규제를 통해 고칠 부분은 억제시키고, 힘을 실어야 할 분야는 지원해 전환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리사이클링 산업 등에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규제 동향에 맞게 규제와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 친환경은 돈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러쉬나 닥터브로너스 같은 기업은 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경제적 성과도 함께 창출한다. 러쉬는 액상 제형을 고체 형태로 전환하는 워터리스 제형 개발을 통해 원부자재 물 등의 자원과 폐기물 배출을 절감하면서, '셀프-프리저빙'이란 기능적 성과를 얻었다. 닥터브로너스는 원물 재배 단계부터 토양을 보호하고 동물 복지를 향상시키면서 사회적 공정을 추구하는 되살림 유기농업으로 원재료를 조달한다. 지난해 무역협회 보고서를 보면, 기업의 평균 수명이 2027년엔 12년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코 길지 않다. 당장의 수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대전환의 시기에는 힘 한번 못 써보고 무너질 위험이 크다. 머크, 존슨앤존슨, 유함킴벌리 등 장수 기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힘썼던 기업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도 화학기업들에겐 지속가능성이 위기이면서도 미래 먹거리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해외 기업들을 만나서 들어보면, 높은 직급들의 인사 고과가 '올해 재생에너지를 몇 프로까지 전환했나' 등을 반영한다고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의지다. 최근 고등학생 학부생 석사 박사 이런 학생들에게 자주 연락이 온다. 그들에겐 슬록이 하는 일들이 현재이고 미래인 거다. 산업계의 환경 이슈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니 계속해 애기하고 힘을 합쳐 연대해야 한다.
화장품 쪽에선 환경 분야 ESG 경영을 컨설팅하고,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클린뷰티를 실천하고 있음을 검증해주는 업체는 슬록뿐이다. 올해 말엔 ISO에서 ESG 경영인증 시스템을 출시할 예정인데, 슬록은 그 심사 자격을 취득했다. 앞으론 ISO 인증 취득에 대한 컨설팅으로 'K-서스테이너블'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제3자 검증 서비스로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이자 업계 내에서 달성할 역할이다. '노웨이스트'는 투자를 받아 슬록이 그 재고를 매입해서 소분 판매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 중이다. 궁극적으로 슬록을 중심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뷰티 소사이어티를 만들어, 업계의 연대를 이끌고 싶다. |
‘지속가능성’ ‘탄소발자국’ ‘제로웨이스트’ ‘리사이클링’ 등의 단어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다. 화장품 업계도 마찬가지로, 매일 새로운 친환경 포장재, 업사이클링 원료 등의 소식이 전해진다. 하지만 K-지속가능 뷰티를 인증하는 유일무이한 업체 ‘슬록(SLOC)’ 김기현 대표는 국내 업계의 대응 수준은 아직은 본격적이지 않다고 우려한다. 경제성이 있으면서도 지속가능한 뷰티의 미래를 위해, 업계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김 대표를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슬록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슬록은 어떤 기업인가.
지속가능한 뷰티 소사이어티를 꿈꾸는 소셜 벤처다. 'K-서스테이너블'과 '노웨이스트(NO WASTE)'를 주축으로 운영하고 있다. 'K-서스테이너블'은 제품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수치화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뷰티를 실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검증 프로그램이다. 화장품 생산 전 단계와 생산단계의 직,간접 탄소배출량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기업들의 친환경 공정에 대한 방향을 컨설팅해주고 있다. '노웨이스트'는 화장품 기업들의 재고를 거래하는 업계 전용 '당근'이다. 플랫폼을 통해 화장품 기업들이 보유한 불용 재고가 순환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사업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 일에 뛰어들게 됐나.
유수 화장품 제조업체에서 마케터로 일할 땐 속히 말해 '자극적으로 많이 파는 방법'에 골몰했다. 그 후 전기차 배터리의 잔량을 활용해 에너지 저장장치를 만드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지속가능성과 RE100 사업 등에 관심이 생겼다. 당시 만난 여러 업체들이 지속가능성을 미래의 문제가 아닌 당장 오늘 해결해야 하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여기고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세상이 바뀌고 있구나, 전환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몸 담아왔던 화장품 업계의 전환을 지원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창업에 나섰다.
뷰티 업계가 세계적 흐름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보는가.
느리다. 아직까진 상당수가 지속가능성, 클린뷰티를 마케팅 관점에서 다루는 것 같다. 탄소국경조정세가 시범적으로 적용되는 분야인 철강, 알루미늄, 전력 쪽은 준비에 정신이 없다. 반면 화장품 기업들은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화장품 용기를 제작하고 원료를 만드는 기업들은 모두 그 원자재를 받아서 성형, 사출하는데 원자재는 제약 대상이어도 그 다음 단계 공정을 다루는 부분은 직접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만약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될 제5차 플라스틱 협약 실무회의 후 협약이 공식 출범한다면, 화장품 용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될 것이다. 결론이 난다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부족하다.
클린뷰티의 기준을 꼽자면.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각자의 기준이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피부에 무해한 화장품'이라 이해하고, 또 어디선 '깨끗한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이라고 얘기한다. '피부에 무해하고 깨끗한 성분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지구에도 무해한 화장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 다 맞다. 세상이 변하면서 클린뷰티의 의미도 진화했기 때문이다. 슬록에선 △유해성분 불포함은 물론 △원부자재 사용을 감축하는 노력 △사용 후 폐기물을 감축하는 노력 △재사용 재활용 원료를 사용 등을 클린뷰티의 판단 조건으로 삼고 있다.
클린뷰티를 잘 실천하고 있는 브랜드는.
해외 업체는 러쉬, 닥터브로너스 정도, 국내는 아로마티카, 시타, 톤28 등이 떠오른다. 아로마티카는 대표의 클린뷰티,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그것이 브랜드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리필용 제품을 만들고, 제품 라벨 스티커를 쉽게 제거해 재활용을 돕는 것까지, 국내 뷰티 업계에서 사실상 첫 시도를 한 브랜드다. 시타는 완벽한 클린뷰티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생분해 플라스틱 용기가 특정 조건에 이르러야 분해된다는 사실을 감안해, 화장품을 만들고 판매한 후 그 용기를 회수해서 자체 분해 시설을 통해 분해하는 과정을 도맡아 한다. 생분해성 용기를 분해한 이후엔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분배까지 한다. 사업적으로 쉽지 않은 일인데, 완벽한 제로웨이스트 행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화장품 관련 환경 규제 정책은 어떠한가.
기업은 적당히 값싸게 만든 후 예쁘게 포장해 판매하고 싶고, 소비자는 적당히 예쁘고 괜찮은 제품을 싸게 구매하고 싶어 한다. 친환경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이런 이슈는 기본적으로 욕구를 억제해 이루는 것이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 억제를 통한 성장공식에 익숙치 않다. 민간의 힘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규제를 통해 고칠 부분은 억제시키고, 힘을 실어야 할 분야는 지원해 전환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리사이클링 산업 등에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글로벌 규제 동향에 맞게 규제와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
친환경은 돈이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러쉬나 닥터브로너스 같은 기업은 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경제적 성과도 함께 창출한다. 러쉬는 액상 제형을 고체 형태로 전환하는 워터리스 제형 개발을 통해 원부자재 물 등의 자원과 폐기물 배출을 절감하면서, '셀프-프리저빙'이란 기능적 성과를 얻었다. 닥터브로너스는 원물 재배 단계부터 토양을 보호하고 동물 복지를 향상시키면서 사회적 공정을 추구하는 되살림 유기농업으로 원재료를 조달한다.
지난해 무역협회 보고서를 보면, 기업의 평균 수명이 2027년엔 12년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코 길지 않다. 당장의 수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대전환의 시기에는 힘 한번 못 써보고 무너질 위험이 크다. 머크, 존슨앤존슨, 유함킴벌리 등 장수 기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힘썼던 기업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도 화학기업들에겐 지속가능성이 위기이면서도 미래 먹거리다.
인식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국내에 진출해 있는 해외 기업들을 만나서 들어보면, 높은 직급들의 인사 고과가 '올해 재생에너지를 몇 프로까지 전환했나' 등을 반영한다고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의지다.
최근 고등학생 학부생 석사 박사 이런 학생들에게 자주 연락이 온다. 그들에겐 슬록이 하는 일들이 현재이고 미래인 거다. 산업계의 환경 이슈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니 계속해 애기하고 힘을 합쳐 연대해야 한다.
전환의 시기, 슬록의 역할과 목표는.
화장품 쪽에선 환경 분야 ESG 경영을 컨설팅하고, 탄소발자국을 계산해 클린뷰티를 실천하고 있음을 검증해주는 업체는 슬록뿐이다. 올해 말엔 ISO에서 ESG 경영인증 시스템을 출시할 예정인데, 슬록은 그 심사 자격을 취득했다. 앞으론 ISO 인증 취득에 대한 컨설팅으로 'K-서스테이너블'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제3자 검증 서비스로 자리를 잡는 것이 목표이자 업계 내에서 달성할 역할이다. '노웨이스트'는 투자를 받아 슬록이 그 재고를 매입해서 소분 판매하는 등의 방안을 모색 중이다. 궁극적으로 슬록을 중심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뷰티 소사이어티를 만들어, 업계의 연대를 이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