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점 탐방] 변치않은 고객 믿음으로 불경기 극복

“주변 연립주택과 공장은 아파트단지로 바뀌고 인근 재래시장도 없어지면서 유동인구도 줄어들고……. 참 많이도 변했네요.” 장안동 동대문소방서 건너편 골목에 있는 주희네화장품의 도현숙 사장은 35년 동안 변치 않은 믿음과 신뢰로 요즘 같은 불경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곳은 5평 규모에 조그마한 동네 화장품 매장이지만 언제나 단골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 

“비결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고객에게 단지 편하게 응대한다는 다소 고전적이고 식상한 방법 외에 다른 특별한 게 없을까. 
도 사장은 고객이라면 누구나 고객다운 대접을 받고 싶어 하고 이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윤만을 위해 고객의 원하지 않는 제품을 억지로 권매한다든지, 주인 입맛에 맞는 제품 위주의 구색은 사양하고 있다. 

“당장 눈앞에 이익을 오르겠지요. 하지만 얼마 못 가서 고객에게 외면받게 됩니다.” 한때 이곳은 장안동 대표 화장품 골목이었다. 주희네화장품을 중심으로 10여 개의 크고 작은 매장들이 골목을 장악했다. 그만큼 손님들도 많았고 화장품 매장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금은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며 주희네화장품만 이곳을 지키고 있다. 주희네화장품이 경기 부침에도 지금까지 온 것도 도 사장의 영업 철학 덕분이다. 
 

재건축으로 주변 고객들이 모두 다른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잊지 않고 이곳을 찾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해 볼 만한 대목이다.    이곳의 컴퓨터에 내장된 고객수를 보면 단골의 충성도가 얼마큼 큰지 금세 알 수 있다. 단골수는 수천 명에 달한다.

마침 매장을 찾은 한 단골은 “1~2천 원씩 싼데 찾아다니느니 아는 데서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가끔 수다도 떨고 샘플이나 판촉물도 넉넉하게 얻으니깐요.”매장 내 가장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가장 좋은 위치, 좋은 매대에 진열한 것도 도 사장이 고객을 위해 신경 쓰는 부분. 어떤 고객이든지 당당하고 편안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작은 배려이다.

또 카운슬링시에도 고객들에게 피부에 꼭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각종 테스트 제품을 통해 사용감을 체득하게 한 후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차별화된 카운슬링을 실시하면서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주희네화장품의 하루 방문객 수는 25~30명 안팎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고객을 맞이하면 절로 힘이 난다고 한다. 

"오랜만에 찾아 고객을 보면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움에 어떻게 살았는지 건강은 어떤지 수다를 떨게 돼요." 요즘 고객들은 건강하다 보니, 팔순 넘은 고객들도 많다. 이분들은 자신에게 아끼지 않는다. 건강이나 피부에 좋다고 하면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남성들은 여성 못지않게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잖아요. 영업사원이나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은 이제 필수항목으로 자리 잡았어요.” 실제로 매출 중 30%가 남성 고객에게 나올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본사의 샘플이나 판촉 지원이 적다는 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고 도 사장은 말한다. 

"메이커로선 거래매장별 매입물량이 적다 보니, 샘플이나 판촉 지원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해하지만, 연령대가 높은 단골에게 판촉은 매장 영업에 필수적인 요인입니다. 일선 판매점인 전문점을 활성화하고 상호 상생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위에서 변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금세 도태된다는 '빠름의 원칙'을 강조하지만 주희네화장품은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느림의 미덕'을 묵묵히 지켜나가고 있다.   

                <표>장안동 주희네화장품 인기브랜드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