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부 모피 동물 사육장..멱살 한번 잡힙시다? 국제적 동물보호단체, 인‧수 공통감염병 위험성 제기
이덕규 기자 | abcd@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4-18 06:00 수정 2024-04-30 17:51


 

중국 북부지역에 소재한 모피 동물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여우, 너구리 및 밍크 등이 정신적인 퇴행과 관련이 있는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행동을 내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 동물들은 인수(人獸) 공통감염병이 확산될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 여전히 닭장을 방불케 하는 밀집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장품 관련 동물실험 금지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국제적인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현지조사 자료를 15일 공개하면서 전 세계 모피교역의 종식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이날 HSI에 따르면 소속 조사관들이 지난해 12월 중국 북부의 허베이성(河北省)과 랴오닝성(遼寧省) 지역에 산재해 있는 5곳의 모피 동물 사육농장을 방문했다.

그 결과 조사관들은 각종 항생제가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데다 도축된 너구리들이 식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중국 모피‧피혁산업협회(CFLIA)의 공식통계를 보면 이 나라의 2023년 모피 생산량은 전년도에 비해 50% 급감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2014~2023년 기간 동안 90% 가까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국제적인 모피 생산량 감소추세와 궤를 같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HSI 소속 조사관들도 최근까지 중국 북부지역에서 활발하게 운영되었던 중‧소 규모 모피 동물 사육농가들이 매출부진으로 인해 폐쇄되었음을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중국이 여전히 세계 최대 규모의 모피 생산국가이지만, 세계 각국의 소비자와 디자이너들이 동물복지와 환경이슈를 이유로 모피 사용을 중단하고 있는 추세와 전혀 무관할 수는 없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HSI 소속 중국계 샤오 첸 조사관은 “우리가 방문했던 모피 농장들이 동물들을 비좁고 황량한 우리 안에 가둔 채 사육하고 있고, 이 때문에 동물들이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반복적인 행동을 거듭하는 등 중국의 다른 모피 농장들과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모습을 내보였다”고 말했다.

원래는 호기심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동물들이지만, 아무데도 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철망우리 안에서 슬픈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샤오 첸 조사관은 “그저 하찮은(trivial) 모피 패션을 생산하기 위해 좌절과 권태로움에 길들여지는 동물들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모피 사육농가들을 방문해 잔인함과 무관심을 눈으로 목격하는 동안 나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HSI에 따르면 5곳의 모피 농장들은 비좁은 우리 안에 2,000~4,000마리의 모피 생산용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일부 우리들의 경우 밍크 또는 너구리들이 철망을 통해 가까운 다른 우리에 있는 동물들과 접촉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질병이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했다.

더욱이 지난 2020년 이후로 세계 각국의 모피 농장에서 ‘코로나19’와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사례들이 다수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HSI 소속 조사관들이 방문한 모피 농장들은 비용문제로 인해 정기적인 살균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의 농장들이 질병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지침을 이행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 모피 농장들의 사료 준비공간을 보면 냉동된 생선, 닭고기, 간, 달걀, 분유 등이 대량으로 반죽되어 동물들에게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각국의 전문가들은 생닭고기가 동물들에게 공급될 경우 차단방역(biosecurity) 측면에서 위험성을 제기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번 조사에 관여한 수의학 교수 알라스테어 맥밀란 박사는 “동물 미생물학자로서 차단방역이 크게 미흡한 데다 닭과 거위들이 너구리 우리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만큼 조류 인플루엔자가 전파될 위험성이 확인된 것에 큰 우려감을 갖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접촉이나 분변 오염을 통해 질병이 전파될 수 있음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맥밀란 교수는 “이미 유럽지역의 모피 농장에서도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밀집된 종간(種間) 사육환경이 조류로부터 포유류로 질병이 전파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며 “너구리의 초밀집 사육환경 또한 바이러스 균주들이 포유류 사이로 확산될 가능성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도축된 너구리의 판매와 조리된 고기를 사람들이 섭취하고 있는 현실은 인수(人獸) 공통감염병의 확산 가능성 측면에서 상당한 우려감이 고개를 들게 한다고 맥밀란 교수는 강조했다.

한편 이번 현장조사에서 조사관들이 확인한 내용들을 보면 모피 농장에서 입과 대장을 통해 전기충격을 가하는 방법으로 동물들을 도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농장에서는 금속 막대기로 머리를 내려치는 무자비한 방법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북부지역의 모피 농장에서 도축된 동물들은 1kg당 2~3위안 정도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조사관들이 방문했던 한 현지식당에서는 튀기고, 볶고, 절인 너구리 고기를 약 20위안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 식당은 하루에 42마리의 너구리를 조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에 소속된 중국정책 전문가 피터 리 박사는 “비록 이번 조사가 중국에서 진행되었지만, 모피 교역에 내재되어 있는 동물들의 고통은 유럽과 북미지역에 산재해 있는 모피 농장들의 경우에도 예외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피터 리 박사는 “정신적으로 혼란을 나타내는 동물들과 동물들의 오물 덩어리, 척박한 사육용 우리, 인수 공통감염병 위험성 등이 모피 교육의 우아한(glamorous) 이미지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라면서 “모피산업 이면에는 이처럼 암울한 현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모피는 영국, 미국 및 유럽 각국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는 만큼 해당국가들은 이 같은 잔인성의 공범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피터 리 박사는 “수많은 디자이너와 소비자들이 모피에 반대하고 있는 추세에 화답해 중국의 모피 농장들도 최근들어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가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중국의 모피산업이 가까운 장래에 완전히 문을 닫는 일은 없으리라는 사실”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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