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성지 성수동, K-뷰티의 안테나숍…'신상 알리미' [특집] K-뷰티 부활의 날갯짓, 그 현장 ③
두유진 기자 | dyj0128@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4-19 06:00 수정 2024-04-22 11:12
K-뷰티가 살아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수출은 2021년 92억17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2년 팬데믹을 거치면서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 지난해  브레이크를 잡고 반등하기 시작한 K-뷰티는 올해 수출  100만 달러를 향해 가고 있다. K-뷰티의 화려한 부활은 ‘안방’에서도 느낄 수 있다. K-뷰티의 메카 명동, 젊음의 거리 홍대입구, 팝업성지 성수동도 K-뷰티를 찾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화장품신문 기자들이 K-뷰티 비상의 현장을 톺아봤다. <편집자주> 


 BTS가 성수동에 뜬다. 17일 빅히트는 방탄소년단 공식 SNS를 통해 오는 26일부터 5월12일까지 성수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BTS POP-UP;MONOCHROME’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고 인기 K-팝 그룹이 팝업스토어 장소로 선택한 것을 보면 현재 서울 시내에서 성수동이 가장 힙한 것이 확실하다. 
 


최근 뷰티 브랜드들은 앞다퉈 성수동(서울 성동구)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있다. 신상품을 중심으로 브랜드 문화를 널리 알리는 행사인 만큼  많은 뷰티  브랜드들이 신상품을 일단 성수에서 첫선을 보이는 셈이다. '팝업 성지’로 불릴 만큼 다양한 팝업 스토어가 열리는 성수동에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K-컬처를 즐길 수 있는 ‘힙’한 관광지로 유명해진 성수동에서 관광객들은  K-뷰티의 ‘신상’을  만나 쇼핑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K-뷰티의 안테나숍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성수동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는 지난 16일  서울지하철 2호선을 탔다. 성수역에 가까워지면서 여기저기서 팝업 스토어에 대한 얘기들이 들려 왔다.

“오늘은 어떤 팝업을 가볼까?"

“일단 커피 한잔 마시고 시작하지 뭐 !”

“요즘 라면 팝업도 열리고 있다던데?”

“그래! 나는 화장품 신상이 더 궁금한걸!”

“일단 가보자!”
 

성수동 상권과 유동 인구가 많은 연무장길 ⓒ뷰티누리


성수동을 향하는 MZ세대들의 대화를 귀동냥해보니 뚜렷이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일단 성수동으로 가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성수동은 언제 가도  팝업이 열리고 있는 ‘팝업 성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팝업스토어가 가장 많이 열리는 곳은  연무장길이다.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서 성수역을 지나 성수사거리에 이르는 긴 골목이다. 성수역 3번 출구로 나오는 게 가장 가깝다.

평일 낮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대부분 젊은이들이었고, 한눈에 봐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더 많아 보였다.  묵직한 배낭을 매거나 캐리어를 끌고 성수동 탐험을 나선 이들이 기자 눈에는 색달라 보였지만 이곳을 찾는 MZ들에겐 이미 일상이 된 듯 무심히 지나치고 있었다. 
 

성수동에서 가장 ‘힙’한 연무장길에서 열리고 있는 헤라 블랙 쿠션 팝업 스토어 전경. ⓒ뷰티누리


연무장길에서 우선 눈에 띄는 건 헤라 블랙 쿠션 팝업 스토어였다. 컬러시대에 흑백이라니! 검정색 바탕에 역시 검정색 헤라 쿠션에 'I CAN ANYWHERE'가 흰글씨로 씌여 있는 대형현수막이 건물 외관을 감싸고 있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온 헤라의 시그니처 제품 ‘블랙 쿠션'을 주제로 한 팝업 스토어다. 지난 2일 시작했으니 보름이 넘었는데도 사람들이 많았다. 아티스트 문이랑 작가와 협업했다는 7개 테마 사운드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1세대 쿠션부터  전시, 헤라의 블랙쿠션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팝업 1층 가장 안쪽에 메이크업 전문 아티스트에게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메이크업 바가 있었다. 예약자에 한해 컨설팅을 받을 수 있어  기자는  좀 더 편하게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셀프 테스트 존만 잠깐 이용해봤다.  오는 21일까지 운영한다니 다시 한번 가서 전문가 컨설팅을 받아볼까도 싶다.

헤라 팝업 스토어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엔 전에 없던 호텔이 들어서 있다. 바로 ‘성수 메모 그랜드 호텔’ 팝업이었다. 한번에 4명씩만 들어가도록 돼 있어 시간이 없는 기자는 역시 ‘패스’. 외관만 봐도 재밌는  팝업임에는 틀림없었다. 정보를 찾아보니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프랑스 니치향수 브랜드 '메모파리 (MEMO PARIS)'의 팝업 스토어로 지난 9일 시작해  5월 3일까지 열린다. 눈길을끌었던 화려한 호텔 외관은 바로크 양식이란다. 내부도 호텔을 그대로 재현해 로비와 컨시어지, 카지노, 라운지 등으로 공간이 구성돼 있다고.  시향존이 마련돼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카파도키아 오 드 퍼퓸’을 비롯해 팝업 한정판 향수 4종 등을 자유롭게 테스트해볼 수 있다고 한다. 간단한 설문을 통해 여행 스타일에 따라 알맞은 향을 추천해주는 향수 카운셀링도 진행된다니 향수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꼭 들려 볼만하다.

이들 외에도 성수동 여기저기서 팝업 스토어가 열리고 있다.  더마 팩토리 팝업 스토어’(4월 1~30일),  ‘쿠팡 2024 메가뷰티쇼 버츄얼 팝업’(4월 19~21일) , 토리든 팝업 스토어(4월 8 ~28일) 등등.

한 뷰티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은 “이곳에 오면 K-뷰티의 신상품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왔다”면서 “명동 홍대입구도 다녀왔는데 이곳은 뭔가 다르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뭐가 다르냐”고 물었더니 그는 “재밌고 신나고, 사진찍기 좋다”고 답했다. 
 

아모레 브랜드가 한곳에 모여 있는 아모레 성수엔 맞춤형 화장품 체험존이 있다.  ⓒ뷰티누리


성수동에 아예 둥지를 마련한 뷰티 브랜드도 있다. 물론 이곳에서도 쉴  틈 없이 팝업이 진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고 있는 아모레 성수는 성수역 2번 출구 부근에 있다.  푸른 정원의 예사롭지 않은 건물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브랜드가 한곳에 모여 있는 뷰티 라운지로 맞춤형 화장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헤라 실키 스테이 파운데이션을 개인 피부 색에 맞게 제작할 수 있는 ‘헤라 실키 스테이 커스텀 매치’, 맞춤형 립 제품과 파운데이션을 제작 체험할 수 있는 ‘립피커’, ‘베이스피커’ 등 맞춤형화장품 체험존이 마련돼 있다.  아모레 브랜드들의 팝업 스토어도 계속 열리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팝업의 주인공은 헤어 브랜드 미쟝센이었다. 16일 시작해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팝업은 최근 발탁한 글로벌 앰배서더 에스파와 함께 하는 행사였다. 참가만해도 퍼펙트세럼과 다양한 굿즈를 경품으로 주어선지 역시 팝업 스토어는 왁자지껄 했다.
 

퓌 아지트 성수에서 이벤트를 즐기고 있는 MZ세대들.  ⓒ뷰티누리


색조전문 브랜드 퓌도 연무장길에서 가까운 곳에 플래그십스토어 ‘퓌 아지트 성수’를  열고 상시로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이곳도 사람들로 붐볐다. 제품 구매 고객에게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퓌 립앤치크 블러리 푸딩팟’의 소분 키링을 증정하는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이 증정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선 고객들로 매장이 가득 찼다.

퓌 아지트를 방문한 20대 여성은 "팝업이 한 곳에 몰려 있으니 이동도 간편하고 볼거리가 많아서 좋다”며 “단독매장보다 구경하기에 부담이 적어서 편하게 둘러볼 수 있고, 성수동이 워낙 ‘핫’ 하다 보니 SNS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퓌 아지트 성수 부근엔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도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이니스프리 인턴라이프’ 가 열리고 있다. 지난 10일 시작해 5월 1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팝업은  콘셉트가 재밌다.  ‘공업사가 즐비하던 성수 뒷골목에서 젊고 창의력 넘치는 인재를 모집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된 체험형 이벤트다.

실제로 성수동은 공업단지였다. 지난 6~10일 진행한 랑콤의 ‘땡 이돌 스튜디오’가 열린 곳은 아직도 자동차 정비소 등 공업시설이 즐비한 곳이었다. 공업단지  흔적이 여전한 것이 성수동의 또다른 매력이라는 것이 이곳을 찾는 MZ들의 레토릭이다.

지금은 MZ세대의 놀이터로, ‘힙’한 관광지로 꼽히는 성수동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다.  1960년대 조성됐던 성수동의 공업단지는 90년 이후 벤처기업과 소규모 제조업체가 들어오면서 주거지와 공업지가 섞여 있는 준공업지대를 형성했다. 이후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오랫동안 외면받왔던 곳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강남과 인접한 지역으로 교통이 편하고 이웃한 서울숲의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도시재생이 이뤄졌다. 공장이 카페와 공방 등으로 바뀌면서 상업공간에 전시를 하는 이른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대표적인 것이 성수동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대림창고다. 정미소와 창고로 쓰던 공간을 2016년 갤러리 겸 카페로 리모델링하면서 성수동의 렌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성수동이 뜨면서 요즘은 서울숲까지도 성수동 상권으로 편입되는 모양새다.

 

(위부터)올리브영 성동성수점, 성수역점. 명동이나 홍대입구와 달리 성수동의 올리브영은 사람이 크게 붐비지 않았다.  ⓒ뷰티누리


성수동에도 올리브영은 있다. 성수역 인근에 2곳, 뚝섬역과 서울숲역에 각각 1곳 등 4곳이 있다. 기자가 지금까지 봤던 어느 올리브영 매장보다 한산했다. 성수동을 찾는 이들에겐 올리브영의 다양한 상품구색보다는 팝업 스토어의 신상과 재미가 더 인기 있는 듯했다.

팝업은 경험을 통한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층에게 가장 빨리,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이다. 체험 이벤트는 물론 화려한 비주얼 아트로 치장된 팝업스토어는 SNS로 인증 사진을 올리는 것을 즐기는 이들에겐 좋은 놀이터인 셈. 이들이 올린 사진은 광고 홍보 효과가 커서 브랜드들에겐 더 큰 보답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성수동에 고정 팝업 스토어를 세 곳이나 갖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금 성수동이 가장 뜨는 곳이라서 장소를 확보했다"면서 “브랜드숍을 운영하는 것보다 가성비가 높고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팝업에서의 기분 좋은 경험이 온라인 구매로 이어질 수 있어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는 소비자와 브랜드들이 윈윈할 수 있는 마케팅임이 분명하다.

성수동도 힙하게 뜬 여느 지역처럼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다. 통계로 성수동 임대료가 치솟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뚝섬 상권의 임대지수는 108.84다. 이는 서울 임대지수(101.53)를 웃도는 수치이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성수의 공실률은 2023년 2분기 기준 5.8%로 매우 낮게 나타났으며, 특히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공실률에 변동이 거의 없었을 만큼 상권이 탄탄하다. 아직도 뜨고 있는 중이어선지 “임대료가 급등해도 매물은 없다”는 것이  이곳에서 만난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다니면서 보니 비어 있는 가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 성수동 부동산 관계자는 “비어있는 가게는 팝업 대기 중인 곳”이라면서 ”물건이 없어서 거래를 못 하는 동네로 공실률 0%”라고 잘라 말했다.

소비자들, 특히 요즘 MZ세대들은 정착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이 없으면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노마드족들이다. 성수동은 늘 새로운 콘셉트의 팝업이 열리는 만큼 당분간 MZ 노마드족들을 잡아둘 것 같다. K-컬처에 동참하고 싶은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이들이 떠나가지 않는 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뷰티누리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전체댓글 0개
    독자의견(댓글)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