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 뷰티 숍들 "매출보다는 마케팅 효과 !" [특집] K-뷰티 부활의 날갯짓, 그 현장 ②
박수연 기자 | waterkite@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4-18 06:00 수정 2024-04-22 10:41
K-뷰티가 살아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수출은 2021년 92억17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2년 팬데믹을 거치면서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 지난해  브레이크를 잡고 반등하기 시작한 K-뷰티는 올해 수출  100만 달러를 향해 가고 있다. K-뷰티의 화려한 부활은 ‘안방’에서도 느낄 수 있다. K-뷰티의 메카 명동, 젊음의 거리 홍대입구, 팝업성지 성수동도 K-뷰티를 찾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화장품신문 기자들이 K-뷰티 비상의 현장을 톺아봤다. <편집자주> 

 

“홍대입구는 트렌디하고 볼 거리가 많아서 자주 와요.”

“K-뷰티는 프랑스 화장품에 비해 트렌드 반영이 빠르고, 화장품(브랜드) 종류가 많으며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좋아요.”

“올리브영에 있는 K-뷰티 제품은 제품 퀄리티가 보장되고,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 마음에 듭니다.”

홍대입구 상상마당 앞에서 만난 이달초  만난 외국인들의 입에선 한국 인디 뷰티 브랜드의 이름들이 줄줄이 나왔다. 프랑스, 호주,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유학 왔다는 이들은 모두 20대 여성으로, 각 브랜드의 대표 제품이 무엇인지, 일부 제품의 민감성 피부 테스트 결과까지도 알고 있었다.

홍익대학교 입구 일대를 가리키는 ‘홍대입구’는 이제 대학교보단 상권 자체로 갖는 의미가 큰 곳이 됐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운영하는 K-뷰티 홍보 체험관 뷰티플레이도 명동에 이어 이곳에 2호점을 지난 2월 오픈했다. 그만큼 이 지역이 K-뷰티 홍보에 중요한 지역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뷰티플레이 류보미 팀장은 “요즘 새롭게 뜨고 있는 서촌지역보다 이곳이 유동인구가 많고, 특히 젊은 관광객들이 많아 K-뷰티의 앞날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17일 밝혔다.

실제로 뷰티플레이 홍대점엔 젊은 관광객들이 많고, 요구사항도 분명해 “K-팝스타처럼”이 아니라 “제니처럼” 혹은 “장원영처럼 해 달라고” ‘콕’ 찍어 말한다고. 

 

▲ 홍대 상권은 크게 보면 홍대입구역 8, 9번 출구부터 시작하는 홍대입구와 3번 출구부터 이어지는 연남동 일대로 나뉜다. ⓒ네이버지도, 뷰티누리

패션·먹거리로 가득한 홍대입구·연남동

홍대 상권은 크게 보면 홍대입구와 연남동 일대로 나뉜다.

▲ 홍대입구 역에서 KT&G 상상마당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에뛰드, 홀리카홀리카, 투쿨포스쿨, 토니모리, 러쉬 등의 뷰티 원 브랜드 숍이 있다. ⓒ뷰티누리

홍대입구역(2호선) 8번, 9번 출구가 있는 대로변부터 KT&G 상상마당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패션숍이 많은 편이다. 대로변엔 의류 편집숍과 대기업 스파 매장들이 즐비하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보세 옷가게, 악세사리, 모자 등 각종 패션 가게들이 쭉 이어진다. 홍대 정문 쪽에서 골목으로 내려가면 식당과 술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유동인구가 많아 쉽사리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정도다. 대로변에서 뻗어나가는 이면도로, 골목에도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특히 상상마당 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넘치는 사람들로 방향을 잃기 십상이다. 홍대 정문을 중심으로 앞과 옆으로 뻗은 대로변엔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편이지만 이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하면 붐비는 수준이다. 대부분이 10~30대 젊은 층이며, 외국인 비율도 높다.

이 구간에는 올리브영 4개점, 시코르 등 총 5개의 멀티숍이 있다. 브랜드 가맹점은 에뛰드 2개점, 이니스프리 2개점, 홀리카홀리카, 미샤, 더샘, 투쿨포스쿨, 토니모리, 어바웃미, 러쉬  등 원 브랜드 숍은 약 11개가 있다. 뷰티숍들은 상권과 유동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적은 편이다.

▲ 연남동 큰길을 인파가 가득 메우고 있다. 음식점과 카페가 가득하다. ⓒ뷰티누리

홍대입구역(공항철도) 3번 출구에서 앞으로 쭉 이어지는 큰길(경의선숲길)과 그 골목골목을 포함하는 연남동 일대는 홍대입구쪽 상권과는 차이가 있다. 연남동 상권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큰길은 음식점, 카페가 점령했다. 패션 매장도 종종 보이지만 '먹고 마시는' 가게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곳곳에 자리잡은 뷰티숍들은 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연남동도 올리브영으로 시작된다. 3번 출구 바로 옆에 있는 올리브영과 숲길 중반부의 스타일앤코, 디오디너리 매장이 연남동 중심 큰길에 위치한 화장품 매장의 전부다. 골목으로 들어가면 올리브영이 하나 더 있고, 에스쁘아 등의 브랜드 가맹점도 한두개 보인다. 연남동의 눈에 띄는 특징은 인디 향수 매장이 많다는 점이다. 인디 향수 공방은 3번 출구 큰길가에 1개, 골목에 예닐곱개의 매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들은 외국에도 소문이 나 향수를 즐기는 관광객들에겐 ‘꼭 들려야 할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연남동 인디 향수 매장인 '유쏘풀(YOUSSOFUL)'의 쇼핑백을 갖고 있는 한 관광객은 “연남동과 홍대는 매우 젊고 컬러풀하며, 맛집들이 많아 즐겁다"고 자주 찾는 이유를 들려줬다. 태국에서 온 항공사 승무원이라는 자신을 소개하며 "비행 시간 전 좋아하는 향수를 구매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태국에 있는 동생에게 줄 화장품을 사러갈 것”이라는 그는 올리브영 쪽을 가리켰다.

▲ 연남동 큰길과 골목 사이엔 일부 브랜드숍과 다양한 인디 향수 매장들이 있다. 사진은 디오디너리(왼쪽 위), 루미에르퍼퓸(오른쪽 위), 에스쁘아(왼쪽 아래), 유쏘풀(오른쪽 아래). ⓒ뷰티누리

홍대입구와 연남동 상권의 대표적인 공통점은 이 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뭘 좀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한국을 두 번 이상 방문해서 잘 알거나, 브랜드와 상품 등의 정보를 꿰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냥 구경 차 들러서 마스크팩을 종류별로 사가는 손님이 아니라, 사고 싶은 것을 정확하게 알고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매장을 찾고, 지갑을 연다.

홍대입구 쪽 어바웃미 매장 관계자 "최근 매장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무엇을 사야 하는지 미리 정하고 들어와 딱 그것만 사서 나간다"고 말했다.

 

편집숍>브랜드숍

명동처럼 이곳에서도 원 브랜드숍보다는 편집숍들이 잘 나가는 편이다. 홍대입구와 연남동에 있는 올리브영 매장들은 세일을 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1번 출구 근처에 있는 시코르에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반면 원 브랜드 숍들은 러쉬 매장을 제외하면,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토요일 오후에도 한산한 편이었다.

▲ 홍대 상권 내 올리브영 매장은 손님으로 붐볐다. 사진은 올리브영 홍대입구역점(왼쪽 위), 홍대사거리점(오른쪽 위), 홍대중앙점(왼쪽 아래), 홍대공항철도역점(오른쪽 아래). ⓒ뷰티누리

홍대입구 상권에서 원 브랜드숍을 운영하는 매장 관계자는 "브랜드 가맹점은 상당수 빠지고 멀티숍만 남았다"며 "가게 위치가 좋은 편이지만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 구경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홍대 상권의 부동산 관계자는 “뷰티 원 브랜드 숍들은 대기업 위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젊은 거리인 만큼 매출보다는 홍보 광고 등 마케팅 효과를 고려한 투자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대기업 뷰티 브랜드들이 홍대 상권에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는 것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비용이 많이 들고, 이익률이 높지 않은 곳이어도 젊음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뷰티 산업은 결국 10~30대 젊은 소비자층이 트렌드를 이끌기 마련이다.

실제로 홍대입구에  브랜드 매장을 여러 개  유지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그룹 관계자는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홍대 상권에 매장을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들의 타깃층은 정확히 20대”라며 “브랜드 핵심 고객층에 대한 접점을 마련하고,  이들을 통해 또래 마케팅을 전개하기 위해 홍대 상권 매장은 꼭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반면 중소 원브랜드 숍들은 계속해 높아지는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나간 가게들이 많다고 했다. 뷰티 매장들은 대부분 이면도로 쪽에 위치하는데, 이쪽 유동인구는 대부분 학생들이라 객단가가 낮다는 것이다. 브랜드 가맹점의 경우, 수익의 일부를 본사에 내야 한다. 점주가 가져가는 수익은 대략 30~4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으로 임대료, 인건비 등을 감당해야 하는데, 연남동은 홍대입구보다 임대료가 더 세기 때문에 객단가가 더 높아도 매장을 내고 유지하기 더 어렵다.

유동인구가 보장되고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층이 대부분인 연남동은 사실 팝업스토어를 열기에 맞춤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이곳엔 뷰티 팝업스토어는 거의 열리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가지 조건은 좋은 편이지만 연남동을 비롯해 홍대 상권은 구옥이 대부분이라 팝업스토어를 열기엔 공간이 너무 좁다"고 아쉬워했다. 그나마 열리는 팝업도 대부분 패션, 주류 위주이며, 뷰티 팝업스토어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젊은 사람들에게 '핫'한 곳은 임대료가 올라 기존 가게들이 쫓겨나고 대기업 가맹점이 들어서는 '젠틀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남의 가로수길이 대표적이고 경리단길이 그랬다. 부동산 관계자는 "연남동은 공간 자체가 작아서 대기업들이 들어오지 못해 젠틀리피케이션을 피해가는 상권"이라고 말했다. 연남동에 작은 향수 매장은 있어도 대기업 브랜드 숍은 거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 홍대입구역 근처의 길과 홍익대 정문에서 내려오는 길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뷰티누리

영원히 젊을 홍대

홍대 상권은 젊고 트렌디하며 패셔너블하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인디, 보세 매장도 많고, 캐릭터 특화 매장과 관련 구경거리도 많다. 한국을 좀 아는 관광객들에게는 골목골목을 찾아다니며 맛보는 즐거움이 큰 곳이다.

경영컨설턴트 쿠시먼앤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홍대 상권은 지난해 외국인 카드 결제가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이었다. 2019년 920억원에서 2023년 3250억원까지 4년새 253%에 달하는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패션 관련 소비가 가로수길, 동대문 등지에서 홍대입구로 옮겨왔고, 이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숙박 중심지로도 인기가 높아진 결과다. 실제로 홍대 상권 숙박 결제율도 2019년 대비 28억원 증가한 602억원을 기록했다.

홍대 상권은 앞으로도 상승 곡선을 탈 예정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홍대 상권에 대해 "작년보다 지금이 더 잘 되고 있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 잘 될 것"이라며 "유동인구가 빠지지 않는 곳이기에 계속 유지되거나 값이 오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뷰티 쪽은 높은 임대료의 벽으로 '멀티숍 위주'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대료가 내릴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데다가 온라인 거래가 늘어나는 뷰티 산업 특성상 원 브랜드 숍 오프라인 매장이 쉽게 늘어나긴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의 대학가가 황폐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온다. 홍대도 마찬가지라, 홍익대 입구와 가까운 쪽의 길에 위치한 상점들엔 ‘임대’ 표시가 붙어있다. 상권 내에서도 그 중심이 대학교에서 멀리, 연남동·동교동 방면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홍대입구는 여전히 사람이 많고,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으며, 젊음이 유지된다.

벚꽃이 한창이었던 이달 초 홍대입구와 연남동 곳곳엔 버스킹이 이곳저곳에서 열렸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손에 올리브영이나 브랜드 숍 쇼핑백을 하나 이상 든 채 그 공연을 흥미롭게 감상했다. 패션과 먹거리 중심인 지역이기에 K-뷰티의 인기가 더욱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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