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명동, 종합편집숍· 브랜드숍 "내가 더 잘 나가!" [특집] K-뷰티 부활의 날갯짓, 그 현장 ①
김민혜 기자 | minyang@beautynury.com 플러스아이콘
입력 2024-04-17 06:00 수정 2024-04-19 15:44
K-뷰티가 살아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수출은 2021년 92억17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2년 팬데믹을 거치면서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 지난해  브레이크를 잡고 반등하기 시작한 K-뷰티는 올해 수출  100만 달러를 향해 가고 있다. K-뷰티의 화려한 부활은 ‘안방’에서도 느낄 수 있다. K-뷰티의 메카 명동, 젊음의 거리 홍대입구, 팝업성지 성수동도 K-뷰티를 찾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화장품신문 기자들이 K-뷰티 비상의 현장을 톺아봤다. <편집자주> 

 

팬데믹 여파로 공실이 넘쳐나고 지나는 사람조차 찾기 어렵던 명동이 2년 만에 이전의 분위기를 거의 회복했다.  이달 초 방문한 명동은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다양한 모습의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고, 돌아온 노점 상인들도 장사 준비에 분주했다.

▲ 명동 거리 풍경. (좌) 2022년 2월, (우) 2024년 4월. 절반 이상 비었던 명동의 상점들이 활기를 되찾았다. ⓒ뷰티누리

거리에서 만난 한 일본 관광객은 “쇼핑하기 편해서 명동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명동엔 쇼핑타운과 인접한 곳에 소규모 호텔들도 많이 들어섰다. 대형 쇼핑몰이 매출 부진으로 문을 닫으면서 그 자리에 호텔이 생겼다. 쇼핑객들은  숙소에서 나와 바로 쇼핑 할 수 있고, 무거운 짐을 들고 멀리 갈 필요 없이 편하게 복귀할 수 있어 외국인들에게 명동은  최적의 쇼핑 장소로 꼽히고 있다. 

명동거리 상점 3개 중 1개는 화장품 매장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데이터에 따르면 명동 상권 내 화장품 업종의 비중은 2022년 16.0%에서 지난해 32.9%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의류점은 10.3%에서 15.5%로 늘었다. 쇼핑을 위해 명동을 찾는 관광객들의 쇼핑 리스트의 주인공이 화장품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요샌 깃발 들고 오는 팀이 많지 않아요. 중국 일변도였던 예전과 달리 동남아나 러시아 쪽 관광객도 많이 늘어 국가도 다양해졌지요”

명동 상인들은 팬데믹 이전엔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이 많았다면 근래엔 자유 여행으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획재정부 김병환 1차관이 지난 8일 명동을 찾았을 때도 명동 상인협의회 관계자는 “문화 체험 위주의 개별 자유 여행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단체 관광객들이 가이드 안내에 따라 특정 매장을 방문하는 일이 잦았다면, 개별관광객들은 인터넷 등에서 제품 정보를 미리 찾아보고 와 꼭 필요한 것들만 이 매장 저 매장을 돌며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종합몰 판매 사원 김지은씨는 “예전처럼 ‘어느 브랜드가 좋다더라’ 해서 전체 라인업을 구매하기보다는, 제품군 별 히트 상품을 이미 알고 ‘콕’ 집어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 명동 올리브영 매장 앞. 매장 내부에도 사람이 많지만, 입구에서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양날의 검’ 올리브영

관광객들의 구매 성향이 바뀌면서 명동엔  편집숍들이 많이 늘었다. 편집숍의 대표 주자는 올리브영이다. K-뷰티 정보를 꿰고 있는 관광객들은 국내 소비자들처럼 올리브영을 ‘꼭 들려야 할’ 뷰티 쇼핑 장소로 꼽고 있다.

실제로 거리에선 ‘올리브영’이란 단어가 자주 들렸다. 귀를 기울여보니 쇼핑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약속 장소를 올리브영으로 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은 어느새 명동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올리브영은 면적 1165㎡(350평)로 국내 매장 중 가장 큰 명동타운을 외국인 특화 매장으로 꾸몄다. 층별 안내를 포함한 매장 지도와 인기 브랜드 위치 등을  영·중·일 3개 국어로 제공하고 있다. 

명동역에서 을지로입구역에 이르는 명동 상권엔 명동타운 외에도 올리브영 매장은 5곳이 더 있다. 크기도 위치도 제각각이지만 비교적 중심 상권을 벗어난 곳에 있는 올리브영 매장도 고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명동 상권에서의 외국인 매출 신장률은 1년 전 대비 약 7배 이상 급증했다.

올리브영에 대해 인근 상인들은 ‘양날의 검’이라고 평가한다. 일단 올리브영을 찾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찾아온 김에 주변 매장까지 방문해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 일종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올리브영 세일 기간엔 다른 상점들은  초토화된다는 설명이다. 한 명동 상인은 “올리브영 세일 기간엔 매장 안쪽이 2호선 퇴근길을 방불케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 최근 명동 거리에는 단독 브랜드 매장보다는 종합몰 형식의 매장 신규 입점이 많았다.

중소 편집숍, 새로운 강자로 떠올라 

가성비로 뜨고 있는 다이소 명동점의 화장품 코너도 알뜰 소비를 지향하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았다. 이외에도 명동엔 COSMALL, K-BEAUTY SHOP, tem tem, PRETTYSKIN, ALL MASK STORY, CHAKOMALL 등 종합몰이 꽤 많았다. 지난 3월 오픈한 차코몰은 중국 인플루언서들에게 촬영할 공간을 제공해선지 문을 연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중국에선 벌써 유명하다고 한다. 지난 15일 문을 연 코스몰은  아직 그랜드 오픈 전인데도 손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코스몰 관계자는 “손님의 70~80%가 외국인”이라면서 “염가상품 코너가 국내외 소비자들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중소 편집숍들은 올리브영에 입점하지 못했지만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 또는 제품을 발굴해 먼저 입점시키고 해외 관광객들에게 알리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인큐베이팅을 하면서 윈윈 효과를 노리는 중이다. 

 편집숍들이 명동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고 있지만 옛날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브랜드숍들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다. 최근 명동 상권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자 기존 점포를 개편하거나 추가 매장을 여는 브랜드사가 늘었다.

대표적인 곳이 1세대 로드숍 브랜드인 미샤다. 미샤는 지난해 9월 '명동 메가스토어점'의 인테리어를 재정비했다. 새로워진 명동 메가스토어점은 미샤를 비롯해 '어퓨' '초공진' '스틸라' 등 에이블씨엔씨 자체 주력 브랜드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편집숍 형태로 꾸몄다.  건물 외관도 미샤를 상징하는 화려한 붉은색으로 채색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미샤와 더불어 1세대 브랜드 로드숍으로 꼽히는 에뛰드하우스도  최근 명동 내에 2개점을 오픈해 총 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모레는 에뛰드 외에도 4곳의 이니스프리 매장과 라네즈 쇼룸을 명동에서 운영 중이다. 라네즈 쇼룸에선 피부 진단 서비스 및 1:1 피부 컨설팅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토니모리는  명동중앙점, 명동성당길점, 명동3번가점,  명동1번가점, 명동충무로점 등 명동에 5개 매장을 열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최근 명동점의 매장 외부에 큰 숲을 형상화하는 가든월을 적용해 재오픈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브랜드 단독 매장들은 판매 자체로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보다는 매장 자체로서 광고 효과를 기대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 러시아·카자흐스탄에서 K-뷰티 체험을 위해 명동을 찾은 관광객. 한국의 스킨케어 제품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평일 낮에도 붐비는  K-뷰티 체험 공간

편집숍과 브랜드숍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명동에는 K-뷰티의 저력을 알리는 공간도 자리잡고 있다. 바로 화장품산업연구원이 운영하는 뷰티플레이다. 관광객들을 겨냥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 대비 체험공간이 많지 않아 아쉬운 명동 상권에 포인트가 돼 주고 있는 뷰티플레이는 평일 낮인데도 제법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메이크업 시연 서비스나 퍼스널 컬러 진단 기기를 이용하면서 K-뷰티 체험을 만끽하며 즐거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러시아·카자흐스탄에서 왔다는 관광객 3명은 “K-뷰티 체험을 위해 일부러 명동을 찾았다”고 밝혔다. 러시아인이라고 밝힌 티나(Tina)는 “한국 사람들의 좋은 피부를 보고 한국산 스킨케어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달바, 마녀공장 등 국내 브랜드명을 여럿 언급할 만큼 K-뷰티에 대한 관심이 깊었다.

명동의 부활은 공실률의 급감으로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명동은 한 집 건너 한 집은 빈 가게였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명동 지역의 2019년 말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4%에서 2021년 말에는 50.1%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엔 비었던 가게들 대부분이 주인을 찾았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표한  ‘2023년 4분기 리테일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명동의 지난해 4분기 공실률은 9.4%로 서울 주요 상권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비 33.0%p 감소해 분위기가 급변했음을 보여준다.  명동의 공실률은 서울 6대 상권(명동·강남·홍대·가로수길 한남·이태원·청담)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빈 가게들이 채워지면서 명동은 활기를 되찾았지만 중간중간 위기도 겪었다. 

명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공실이 줄어들기 시작해  매출이 늘어나자 6~7월부턴 본격적으로 매장 계약이 이뤄졌다”며 “그런데 11월부터 갑자기 외국인 관광객 발걸음이 뚝 끊겨 올해 2월까지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은 매장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  명동은 쇼핑타운과 인접한 곳에 숙소들이 위치하고 있어 쇼핑 편의성이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정부 정책이 뒷받침 돼야

올해 3월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훈풍이 불기 시작해 지금은 명동의 전성기를 찾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여파를 호되게 겪은 상인들은 되살아난 명동의 호황에도 경계심을 누그러뜨리지는 않고 있다.  요즘 명동에는 새로운 계약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총 2년 계약 중 1년치 임대료만 정하고, 나머지 1년은 추후 정하는 방식이다.   ‘시장 분위기에 따라 임대료를 낮출 수도 있다’는 묵계가 건물주와 상인들 사이에 생긴 셈이다.  명동 시장이 가진 가능성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기대를 갖고 있지만, 안정성에 대한 확신은 부족한 탓이다.  

명동 화장품 매장들에 제품을 공급하는 DOEEROEE의 이원섭 대표는 “예전에는 일본은 오전, 중국은 오후 같은 식으로 손님이 들고 빠지는 시간이 뚜렷했는데, 최근엔 밤늦은 시간까지도 매출이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며 “19~23시 매출이 일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매장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 입장에선 베드타운이면서 쇼핑타운이기도 한 명동만의 장점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동의 한 업주는 “우리도 열심히 하겠지만 정부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길 바란다"면서  작은 것부터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작은 문제는 바로 명동의 골칫거리로 자리 잡은 쓰레기다. 코로나 이전에도 문제가 제기됐지만 한동안 텅 빈 거리가 되면서 흐지부지됐다. 관광객들이 다시 돌아오면서 쓰레기도 덩달아 늘었다. 관광객이 파출소에 들어와 ‘쓰레기를 어디에 버려야 되느냐’고 물을 정도다.  업주는 “엊그제 (기재부) 차관님도 다녀갔으니 명동의 화려한 부활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명동을 살리는 일은 명동 상인만이 아니라 화장품 매출을 키우는 방편이다.  올해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안방을 찾는 손님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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